염동건은 갈팡질팡하며 망설였다. 말한다면 자신의 운수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고 말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3일밖에 살지 못한다. 이해관계를 따져보던 염동건은 결국 목숨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서 신의, 얘기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를 꼭 살릴 수 있다고 약속하실 수 있으세요?”“당연하죠.”서강빈이 대답했다. 염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려고 했지만, 곁에 있던 송서희는 초조한 모습으로 다시 말렸다.“여보, 말하면 안 돼요. 당신의 운수를 망칠 거라고요.”송서희가 다시 말리는 것을 보자 염동건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운수가 중요해, 내 목숨이 중요해?”“그게...”송서희는 흠칫하더니 반짝이는 눈빛이 결국에는 서강빈에게로 향했고 포악함과 위협의 뜻이 다분했다. 서강빈은 딱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염동건을 보았다. 염동건은 몇 년 전에 자신이 송서희의 소개로 그 거장을 만나러 가게 된 과정을 다 얘기했다. 염동건이 얘기하는 그 거장은 마치도 하늘과 땅을 모두 꿰뚫는 신통한 능력이 있는, 살아있는 신선 같은 사람이었다. 특히 그 호랑이 비취는 몸에 지닌 후로부터 운수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좋은 기세가 꺾인 적이 없었다. 이 몇 년 사이 염씨 가문도 점점 더 발전해나갔고 성회에서의 지위도 부스터를 단 것처럼 신속하게 상승했다. 말을 마친 염동건은 심각한 표정의 서강빈을 보고 물었다.“서 신의, 다 얘기했습니다. 이 호랑이 비취는 별문제가 없는 거죠? 그 거장은 정말 신통합니다. 제가 이 호랑이를 몸에 지니자 바로 운수가 바뀌었으니 정말 효과가 대단합니다.”“대단하다고요? 지금 당장 죽게 생겼는데 아직도 모르네요!”서강빈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고는 염동건의 목에 걸린 호랑이 비취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호랑이가 당신의 운수를 바꿀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신통한 이유는 누군가가 저기에 오귀반재주라는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에요.”오귀반재주? 염지아와 염동건은 어리둥절했고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오직 송서희만이 표정이
이때, 송서희는 더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나서서 서강빈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호통쳤다.“거짓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귀신이 재물을 옮기기는 무슨, 다 거짓말이야!”송서희는 또 염동건에게 얘기했다.“여보, 저 사람을 믿지 말아요. 저 녀석은 사기꾼이에요! 지금 당장 저놈을 쫓아내야 해요!”서강빈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염 가주님, 아직도 모르겠습니까?”“뭐를요?”염동건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서강빈은 송서희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여자는 아까부터 그 거장이 가주님의 운수를 바꿔줬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했죠. 그리고 지금에는 또 저를 사기꾼으로 몰고 있잖아요. 제가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이따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염 가주님의 눈치로서는 그 거장과 당신 아내의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보아낼 수 있죠? 그 호랑이 비취는 아마 당신의 아내가 특별히 당신과 함께 얻으러 간 것이고 특별히 당신을 위해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저 사람의 목적은 아주 간단해요. 당신의 목숨으로 돈을 번 다음 당신이 죽게 되면 염씨 가문의 거대한 가업을 자신의 손에 넣으려고 하는 거예요.”이 말을 들은 염동건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강빈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그때 그 거장을 만나러 간 것은 송서희가 특별히 자신을 데리고 갔던 것이고 호랑이 비취도 송서희가 그 거장한테 부탁하여 받아온 것이다. 염동건은 모든 걸 알아차렸다.“아니에요. 여보, 저 자식이 허튼 소리하는 걸 듣지 말아요. 제가 어떻게 당신을 해치려 했겠어요.”송서희가 서둘러 변명했지만, 염동건은 그 말을 믿을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이미 다 눈치챈 염동건은 송서희를 노려보면서 호통쳤다.“건방진 년! 지금까지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나한테 그렇게 악독한 마음을 품어? 나를 해치고 재물을 손에 넣으려고 해? 내가 오늘 너 죽여버릴 거야!”당황한 송서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여보, 저 자식이 헛소리하는 거예요. 저 말들은 모두 저 자식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증
송서희가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이 다섯 귀신은 목숨을 빼앗을 듯한 기세로 그녀를 향해 덮쳤고 그녀의 몸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빨아들였다.송서희는 비명을 지르면서 끊임없이 손사래를 치며 귀신을 내쫓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기괴한 비명을 질렀고 이 소리에 겁을 먹은 염동건과 염지아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 송서희는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소실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어떻게 내쫓든 다섯 귀신은 흡혈귀처럼 그녀의 몸에 붙어 흰색의 연기를 빨아들였다. 바로 산 사람의 생기였다.송서희의 비명은 끊기지 않았고 아리따웠던 미모는 순식간에 시들어버렸다. 탱글탱글하던 피부는 순식간에 쪼글쪼글해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50, 60세가 넘는 중년 여자의 모습으로 변하였다.이 광경에 염동건과 염지아는 깜짝 놀라 넋이 나갔다. 이는 그들이 전혀 상상 못 했던 수단이었다. 그들은 서강빈이 신통한 능력을 갖춘 진정한 거장이라고 감탄했다.송서희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아악! 멈춰, 당장 멈춰!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해.”서강빈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손짓을 하자 다섯 귀신은 송서희의 생기를 흡수하는 걸 멈췄다. 송서희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지금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처럼 얼굴이 늙어 보였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생기를 잃어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서강빈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송 사모님, 이 정도 증거면 충분한 것 같아?”“그만, 그만 해요. 서 거장, 내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송서희가 고개를 조아리며 빌었다. 그녀는 자신이 계속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다섯 귀신한테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송서희의 몸에는 그녀의 생기로 배를 불린 귀신 다섯이 붙어있었는데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듯 탐욕스럽게 송서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나한테 사과해도 소용없어. 당신은 염 가주님한테 사과해야 해.”
여기까지 듣자 영문을 알아차린 염동건은 화를 내기는커녕 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아야, 서 거장의 하인이 될 수 있는 건 전생에서부터 복을 쌓은 일이야.”염지아는 염동건을 흘겨보았다. 서강빈은 더 오래 머물지 않고 염동건한테 기사를 보내 자신을 송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염씨 가문의 리조트 내 거실에서 염동건은 의미심장한 말투로 염지아한테 물었다.“지아야, 서 거장이 어떤 것 같아?”“아주 대단하고 신비로운 사람 같아요.”염지아는 오래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염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3개월 동안 서 거장의 하인이 되겠다고 약속했으니 내일 바로 송주로 가도록 해. 그리고 아빠가 귀띔 하나 하겠는데 이 3개월 동안의 기회를 소중히 여기도록 해.”염지아는 어리둥절해서 의아하게 물었다.“아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기회요?”“당연히 서 거장과 잠자리를 가져서 우리 염씨 가문에서 사위로 들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말이지!”염동건이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염지아는 몸을 작게 떨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그게 될까요?”“당연히 되지. 우리 딸이 이렇게 예쁜데 안될 게 뭐가 있어?”염동건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기회를 먼저 잡는다고 하잖니. 이번 기회를 잘 잡아야 해. 서 거장도 남자야. 필요하면 수단도 좀 쓰고. 서 거장이 미인의 유혹에 끄떡없으리라 생각되지 않아.”염지아는 쑥스러운 얼굴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최대한 노력해볼게요.”이튿날, 서강빈이 외출하려던 참이었는데 차 한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이윽고 소녀같이 단정하고 예쁘게 꾸민 염지아가 차에서 내려 가방들을 들고 문 앞에 서서 서강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주인님.”이 말을 내뱉을 때, 염지아는 여전히 쑥스러워하며 귓가의 머리를 뒤로 넘겼다. 서강빈은 몇 번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말했다.“왔어? 들어와서 먼저 가게를 청소하고 있어.”“네, 알겠습니다.”염지아는
지금 만물상점 내부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염지아는 건장한 남자에게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고 부어오른 얼굴을 부여잡고는 서러워서 눈물이 차올랐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염지아가 물었다. 가게 안에는 온몸에 문신을 한 네 명의 건장한 남자가 있었고 우두머리인 대머리 남자는 날카롭지만 음탕한 눈빛으로 바닥에 있는 염지아를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뭐하냐고? 보면 몰라? 자릿세를 받으러 온 거잖아!”“자릿세라고요?”염지아는 어리둥절했다. 그 남자는 의자를 끌고 와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담배를 벅벅 피우며 차갑게 물었다.“네 사장은 어딨어?”“외출하셨어요.”염지아가 대답했다. 대머리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염지아의 희고 긴 다리와 풍만한 가슴을 훑더니 음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장이 돌아오면 전해. 오늘부터 이 거리는 내 구역이야. 여기서 계속 장사하고 싶으면 한 달에 200만 원씩 자릿세를 내야 해! 내기 싫다면 장사할 생각하지 마!”말을 마친 오두팔은 염지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지금은 우리 예쁜이가 오빠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할 거야.”말을 마친 오두팔은 일어서서 염지아에게로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만지려고 했다. 깜짝 놀란 염지아는 얼른 몸을 피했고 오두팔의 뺨을 세게 내리치며 욕을 퍼부었다.“변태! 당장 꺼져!”뺨을 맞은 오두팔은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의 시선이 차갑게 식더니 똑같이 염지아의 뺨을 세게 내리치며 화를 냈다.“젠장! 미친년이 감히 함부로 손을 놀려? 오늘 너를 제대로 혼내야겠다!”오두팔은 당장에 염지아의 팔을 붙잡고는 그 위로 덮쳤고 염지아에게 강제로 키스하려고 했다. 겁을 먹은 염지아는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악, 꺼져! 이건 범죄야, 신고할 거야...”“신고한다고? 그 사람들이 감히 나를 단속할 수 있나 없나 한번 봐봐!”오두팔은 비웃듯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하고는 계속 염지아에게 손을 댔다. 이때, 문으로 인영 하나가 달려 들어오더니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서강빈은 오두팔의 손목을 부러뜨렸다. 오두팔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고 서강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서강빈은 발로 오두팔의 무릎을 차서 망가뜨렸다. 오두팔은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사과해! 안 한다면 너는 죽어!”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 오두팔은 인제야 앞에 있는 이 녀석을 건드리면 안 됐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는 황급히 소리쳤다.“죄송,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형님, 누님,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염지아를 보고 말했다.“이리 와. 저 사람의 뺨을 때려!”“네?”염지아는 두려운 마음이 들어 멈칫했고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내 하인으로 있으려면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을 당하면 안 돼! 괴롭힘을 당한다면 반드시 갚아주어야 해! 당장 저 사람의 뺨을 쳐!”이 말을 들은 염지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다가와서 오두팔의 뺨을 내리쳤다.“계속해!”서강빈이 말했다. 염지아는 잠깐 망설이더니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손을 들었다. 만물상점 안에는 뺨을 때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오두팔의 입가에 피가 흥건하고 염지아의 힘이 빠진 후에야 그녀는 멈추었다. 염지아는 지금 눈물범벅이 되었고 그녀의 눈빛 속에는 서러움과 분노가 가득했지만 후련함도 더해졌다. 그러고 나서야 서강빈은 오두팔을 만물상점 밖으로 차버리고 차갑게 말했다.“꺼져!”오두팔은 얼른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도망갔다. 서강빈은 가게로 들어가 눈물을 닦고 있는 염정아를 보았다.“지금 바로 청소할게요.”염지아는 바로 뒤돌아 망가진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강빈은 말리지 않았고 안으로 들어가서 약을 꺼내 염지아에게 건넸다.“얼굴에 발라. 좀 있으면 부었던 게 가라앉을 거야.”염지아는 예상 못 한 일인 듯 놀란 눈빛으로 서강빈의 손에 들린 약을 보다가 얼른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감사합니다, 주인님.”“감사하긴, 내 가게의 사람인 이상 절대 네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할 거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랑 이런 얘기하고 싶지 않아. 효정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송해인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잠깐 침묵하더니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자세한 건 몰라. 효정 씨는 어제 천주로 갔고 듣자 하니 천주 권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겼나 봐.”‘천주 권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벌떡 일어서서 말했다.“천주에 가야겠어.”“네가 천주로 가서 뭐 하려고? 이렇게 권세도 없고 지위도 없는 네 처지에 천주 권씨 가문을 위해 뭘 할 수 있는데?”송해인이 살짝 화난 어투로 따져 물었다. 서강빈이 변했다. 예전에 자신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리던 남자가 이제는 다른 여자를 위해 천주로 가려 한다.“이건 내 일이니까 상관할 필요 없어.”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떠나려는 서강빈을 황급히 막아서며 소리쳤다.“서강빈! 너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거기는 천주야! 거물들이 모여있는 위험한 곳이라고! 네까짓 게 무슨 자격과 능력으로 천주에 간다고 하는 거야? 그리고 천구 권씨 가문의 일이 너랑 무슨 상관인데? 정말 권효정이랑 결혼해서 권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고 싶은 거야? 네가 권효정 씨를 돕고 싶다고 해도 너한테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 이렇게 간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어?”송해인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불만스럽게 얘기했다.“송해인,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건 내 일이야. 너한테 천주는 거물들이 모여있는 위험한 곳이겠지만 나한테는 아니야! 내가 천주로 가는 것은 그간 효정 씨와의 정을 생각해서 권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보러 가는 거야.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당연히 도울 거고. 그리고 내가 권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표정이 변하더니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소리쳤다.“서강빈! 지금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권씨 가문에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무턱대고 가는 건 네 목숨
서강빈은 반짝이는 침을 두 남녀의 목에 대고 차갑게 말했다.“똑바로 말해. 너희들이 누군지, 왜 나를 따라온 건지. 말하지 않는다면 너희는 죽어.”벽까지 밀린 두 남녀는 놀라서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그들은 서강빈이 반응하는 속도를 보고 자신들이 서강빈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쳤고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도련님, 저희는 서씨 가문의 사람들입니다.”이 호칭을 들은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고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며 온몸에서 베일듯한 한기가 맴돌았다.“서씨 가문?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서강빈이 큰소리로 물었다. 손에 있던 침은 두 사람의 목을 찔렀고 피가 흘렀다.남자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둘째 어르신이 보내셨습니다.”“서경호?”서강빈은 굳은 표정을 두 남녀를 훑어보았고 그들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서야 침을 거두었다.그러자 두 사람은 자신들을 짓누르고 있던 죽음의 공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서강빈이 이미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그들의 귓가에는 사신의 목소리와도 같은 차가운 말이 맴돌았다.“가서 서경호한테 전해. 나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를 죽이고 서씨 가문을 멸할 수도 있어.”폭탄 같은 이 말은 두 사람의 귓가에서 맴돌며 온몸에 소름이 끼치게 했다. 그들은 이게 장난 소리가 아니라 경고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때, 휴대폰이 울렸다.남자가 전화를 받자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됐어, 뭐라고 해?”“둘째 어르신, 자기를 찾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남자가 말을 더듬었다.“그렇지 않으면 뭐?”“둘째 어르신을 죽이고 서씨 가문을 멸하겠다고 했습니다.”“...”전화 저편의 서경호가 침묵했다. 한참 후, 그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허허, 역시 그 여자 아들이야. 성격도 똑같네. 너희들은 먼저 돌아와. 다른 사람을 붙여서 왜 천주에 왔는지 알아보라고 할 거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