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오늘 난 서강빈에게 솔직히 얘기할 생각이에요. 그와 이혼할 거라고 말이에요. 맞아요, 난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요. 음, 저녁에 봐요.”비오 그룹 대표 사무실. 송해인은 의자에 앉아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검은색 정장 치마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카락은 펜을 이용해 동그랗게 말아 올렸다. 그녀는 엄청난 미모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우아하고 고상했다.“여보, 이건 내가 사랑을 담아 만든 도시락이야.”사무실 문이 열리며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웃으며 물었다.“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서강빈, 우리 이혼하자.”송해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도시락을 들고 있던 서강빈은 멈칫했다.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 듯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여보, 농담하지 마.”눈앞의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여자는 그와 결혼한 지 3년이 되는 그의 아내였다. 처음에 두 사람은 뜨겁게 불타올랐으나 최근 1년 사이에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송해인은 아주 바빴고 서강빈은 매일 그녀를 위해 정성을 담은 도시락을 만들었다. 그러나 매번 돌아온 거라고는 거기에 놔두면 잠시 뒤에 먹을 거라는 대답뿐, 그 외에 다른 교류는 없었다.“농담하는 거 아니야.”송해인은 서랍 안에서 이혼합의서를 꺼내며 냉담하게 말했다.“사인해.”서강빈은 미간을 좁힌 채로 이혼합의서를 바라봤다.그는 3년간의 결혼 생활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강빈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송해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약간의 노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사람 때문에 그래?”“누구?”송해인의 예쁜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녀는 서강빈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서강빈은 책상 위 휴대전화를 힐끗 보더니 자조하듯 웃었다.“저녁에 만나자던 그 사람... 그 사람 때문 아니야?”“나 통화하는 거 엿들었어?”송해인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서강빈 씨, 더 얘기해봤자 달라질 건 없어요. 얼른 사인해요.”여비서는 씩씩거리면서 다가와 그에게 합의서를 내밀었다.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화를 냈다.“사인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표님이 서강빈 씨와 이혼하는 건 아주 쉬운 일에요. 대표님은 그저 옛정을 생각해서 서강빈 씨 체면을 봐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괜히 착각하지 말고 화를 자초하지도 말아요.”“화를 자초하지 말라고?”서강빈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줄곧 말이 없는 송해인을 지긋이 바라보았다.“송해인, 지금 나한테 경고하는 거야?”송해인은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난 그냥 너랑 말로 잘 풀고 싶은 것뿐이야. 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난 다른 방법을 찾을 거야.”“꼭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야겠어?”서강빈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는 송해인에게서 약간의 미련이라도 보이길 바랐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송해인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우리는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까 사인해. 당신 요구는 최대한 다 들어줄게. 사인 끝나면 계속 친구로 남을 수도 있어.”송해인은 잠깐 고민한 뒤 빨간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친구로 남을 수 있다고?’그 말에 서강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어쩌면 지난 3년간 서강빈 홀로 착각의 늪에 빠져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송해인은 그를 그저 디딤돌로 보았을 것이다.“사인할게. 집, 차, 돈. 그런 건 필요 없어. 난 날 충분히 책임질 수 있어.”서강빈은 잠깐 침묵하더니 펜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사람 관상 봐주고 풍수 봐주고 부적 써주는 그 가게로?”송해인은 같잖다는 듯이 냉소를 흘렸다.1년 사이 서강빈은 몰락했다.그가 작은 가게를 열어 남의 관상을 봐주고, 풍수를 봐주고, 액을 막고 화를 막을 수 있다면서 사기를 쳐서 부적을 파는 걸 생각하면 황당했다.이것이 송해인이 그와 이혼하려는 이유였다.서강빈은 달라졌다. 그는 이상하게 변했고 더는 말도 통하지 않았다.“무슨 문제 있어?”서강빈은 차
그 말을 듣자 송해인의 표정이 굳어졌다.눈앞의 여자는 정말로 예뻤다. 몸매든 외모든 전혀 그녀에게 뒤처지지 않았다.게다가 멋진 페라리까지 끌고 다니는 걸 보니 송해인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서강빈은 언제 저 여자랑 안 거지?’20대 초반이면 그녀보다 5, 6살은 어렸다.송해인은 순간 질투심이 불타올랐다.마침 달려온 비서는 눈앞의 광경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미안하지만 누구시죠?”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며 눈앞의 여자를 바라봤다.아주 젊고 예쁜 여자였지만 그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심 회장님께서 서강빈 씨를 제게 소개해 주셨어요. 전 권효정이라고 해요. 심 회장님이 서강빈 씨께 금오단이 있는데 오직 그 금오단만이 저희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권씨 가문은 20억으로 그 금오단을 사고 싶어요.”권효정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심형운 씨 말인가요?”서강빈이 중얼거렸다.심형운은 송주 상회의 회장이었다. 2년 전 서강빈은 그의 병을 치료한 적이 있고 그 일로 그와 아는 사이가 되었다.심형운의 도움이 없었다면 비오 그룹은 지금만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심형운과 아는 사이인 걸 보면 권씨 가문은 예사 가문이 아닌 듯했다.서강빈은 잠깐 침묵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단 알겠어요. 하지만 먼저 권효정 씨 할아버지 상황부터 봐야겠어요.”서강빈은 심형운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도와야 했다.“감사합니다, 서강빈 씨.”권효정은 눈물을 닦았다.두 사람이 차에 오르려는데 비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20억으로 서강빈 씨에게서 금오단을 사고 싶다고요? 뭔가 잘못 안 거 아니에요? 서강빈 씨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서 단약을 산다고요? 약을 먹었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비서는 경멸에 찬 표정으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강빈 씨, 대단하네요. 이렇게 젊은 아가씨는 또 어떻게 속였대요? 그리고 그 금오단이라는
“서강빈이 평소에 만들던 그런 것들이겠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송해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같은 시각, 차 안에서 서강빈은 권효정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천주의 권씨 가문이라니.’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천주의 권씨 가문은 천주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발 한 번 굴러도 천주 전체가 두려움에 떨어야 할 정도였다.만약 송해인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는 아마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을 것이다.송해인이 줄곧 연줄을 만들고 싶어 했던 천주의 권씨 가문은 조금 전 그녀에게 이혼당하고 쓸모없다고 여겨진 서강빈을 찾아와 사람 목숨을 살려달라고 했다.잠시 뒤, 차는 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고 권효정은 서강빈을 데리고 부랴부랴 안방으로 향했다.침실 안 침대 위에는 중태에 빠져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보라색인 노인이 누워있었다. 그는 숨을 한 번 쉬는 것마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치 풍전등화처럼 당장이라도 숨이 꺼질 듯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옆에는 중년 남성 한 명과 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이 있었다. 그들은 소박한 차림을 하고 있었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노인에게 침을 놓고 있었다.“침을 놓는 혈 자리가 틀렸네요. 그렇게 침을 놨다가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예요.”서강빈은 안에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이 침을 놓는 혈 자리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그 말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이내 고개를 돌려 안으로 들어오는 서강빈과 권효정을 바라보았다.그 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헛소리는. 넌 누구야? 감히 내 의술을 의심해? 내가 누군지 알아?”어르신은 아주 불쾌해 보였다.30년간 의술을 행한 그였지만 지금껏 아무도 그에게 침을 잘못된 혈 자리에 놓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눈앞의 젊은이는 겨우 26, 27살 정도로 보였는데 감히 그의 침구술을 의심했다.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침구술
침실 안, 권영우는 손 신의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손 선생님, 제가 우스운 꼴을 보였네요. 저희 딸이 아직 철이 없어서 사기를 당한 것 같아요. 돌아가면 제가 단단히 혼쭐을 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서 저희 아버지를 치료해 주세요.”“좋습니다.”손 신의는 대답한 뒤 빠르게 침을 놓았다.마지막 침을 놓자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권정무가 드디어 천천히 눈을 떴다.“아버지, 깨셨어요? 정말 잘 됐어요.”권영우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매우 흥분했다.권정무의 병 때문에 권씨 가문은 명의를 찾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송주에서 힘겹게 손인수를 모셔 왔다.“손 선생님은 역시 송주의 신의답네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의술이라니, 정말 견문을 크게 넓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은 저희 권씨 가문의 귀인이십니다.”권영우는 다급히 감사 인사를 건넸다.손인수는 손을 젓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별거 아니니 이러실 필요는 없습니다.”그러나 침대에 누워있던 권정무는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곧이어 검은색 피를 토한 뒤 이내 또 정신을 잃었다.“아버지, 아버지...”권영우는 조급해져서 황급히 소리쳤다.“선생님,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얼른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손인수는 당황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는데...”“얼른 살펴봐 주세요!”권영우가 소리를 질렀다.손 신의는 다급히 진맥해 보았고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맥박을 보니 당장 죽을 것 같았다.그 순간 손 신의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황급히 일어나 말했다.“권 가주님, 죄송하지만 전 도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권 어르신의 병은 제가 치료할 수 없을 것 같으니 후사를 준비하세요.”그 말을 들은 권영우는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질렀다.“손 선생님, 우리 아버지가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선생님도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살려내세요, 지금
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자리에서 일어난 권효정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강빈을 보았다.‘감히 우리 아버지에게 무릎 꿇고 애원하라고 해?’권영우의 안색 또한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러나 망설임도 잠시, 그는 무릎을 꿇고 간곡히 부탁했다.“서강빈 씨, 부디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십시오.”서강빈은 찻잔을 내려놓고 덤덤히 말했다.“역시 권 가주님답네요. 굽힐 줄도 아시다니. 제가 나서겠습니다. 일어나세요.”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고 권영우가 그의 뒤를 따랐다.권효정은 황급히 다가가 물었다.“아빠, 조금 전에...”권영우는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마. 전에는 아버지가 잘못했으니 무릎을 꿇는 건 당연한 일이지.”말을 마친 뒤 권영우의 눈동자가 잠깐이지만 섬뜩하게 빛났다.“하지만 저자에게 그럴만한 실력이 없다면 가만두지 않겠어.”앞에서 걷고 있던 서강빈은 권영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덤덤히 웃으며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그러다 서강빈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권 가주님, 잊지 마세요. 제가 치료하게 되면 딸을 저에게 시집보내셔야 합니다.”권영우는 당황했고, 권효정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쑥스러워했다.침실 안에서 손인수는 너무 조급한 나머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서성거렸다.이때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오자 그는 구세주를 만난 사람처럼 다가가서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서강빈이 손을 들어 그가 말하려는 걸 끊고 물었다.“은침, 더 있나요?”“네, 있어요.”손인수는 당황하더니 다급히 약상자를 뒤져서 새 은침 케이스를 꺼냈다.서강빈은 침을 건네받은 뒤 우선 권영우에게 상자 안의 금오단을 꺼내서 권정무에게 먹이라고 했다.금오단을 꺼내는 순간 약 향기가 침실 안을 가득 채웠다.손인수는 순간 안색이 확 달라지더니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그 검은색 단약을 보며 놀란 듯 말했다.“이 세상에 이런 묘약이 있다니, 정말 제가 견문이 좁았습니다...”단순히 약 향기만
“그래도 실력이 좀 있는 것 같네요. 구양회혼 침술도 아시니 말입니다.”서강빈은 덤덤히 웃었다.“저도 우연히 고서를 읽다가 그 침술에 관한 기록을 본 겁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서강빈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저희가 사제지간이라는 걸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네, 네. 알겠습니다.”손인수는 서강빈의 곁에 서면서 정중하게 말했다.이때 권영우도 앞으로 나서며 깍듯이 예를 갖추었다.“서 선생님,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선생님은 저희 권씨 가문의 은인입니다. 선생님께서 부탁하신 일이라면 저희 권씨 가문은 능력이 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권 가주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별거 아닌데요, 뭘.”서강빈은 덤덤히 말하다가 화제를 돌렸다.“그런데 정말 권 가주님께서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권씨 가문은 상업계에서 지위가 대단하고 전국에 산업이 분포되어 있으며 약재 쪽으로도 사업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권 가주님께서 약재 몇 가지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편하게 말씀하세요. 저희가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구하겠습니다.”곧이어 서강빈은 필요한 약재를 권영우에게 얘기했다.위에 적힌 약재들을 보며 권영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중 일부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서강빈은 별로 희망을 품지 않았다. 그 약재들은 저마다 특별한 용도가 있었다.송해인에게 무능하고 평범한 것이 일종의 죄라면, 서강빈은 그녀의 눈에 먼지만큼이나 쓸모없는 존재였던 자신이 정작 그녀가 감히 바라보지도 못하는 대단한 존재가 되는 걸 보여줄 셈이었다.5분 뒤, 권정무가 정신을 차렸다. 안색도 한결 좋아진 듯했다.권영우의 제안에 따라 서강빈은 그의 집에 남아 식사를 했다.손인수는 너무 창피하여 도저히 그들과 같이 식사할 수 없었기에 빠르게 저택을 떠났다.밖으로 나온 뒤 손인수는 전화 한 통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