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이 평소에 만들던 그런 것들이겠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송해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같은 시각, 차 안에서 서강빈은 권효정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천주의 권씨 가문이라니.’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천주의 권씨 가문은 천주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발 한 번 굴러도 천주 전체가 두려움에 떨어야 할 정도였다.만약 송해인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는 아마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을 것이다.송해인이 줄곧 연줄을 만들고 싶어 했던 천주의 권씨 가문은 조금 전 그녀에게 이혼당하고 쓸모없다고 여겨진 서강빈을 찾아와 사람 목숨을 살려달라고 했다.잠시 뒤, 차는 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고 권효정은 서강빈을 데리고 부랴부랴 안방으로 향했다.침실 안 침대 위에는 중태에 빠져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보라색인 노인이 누워있었다. 그는 숨을 한 번 쉬는 것마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치 풍전등화처럼 당장이라도 숨이 꺼질 듯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옆에는 중년 남성 한 명과 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이 있었다. 그들은 소박한 차림을 하고 있었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노인에게 침을 놓고 있었다.“침을 놓는 혈 자리가 틀렸네요. 그렇게 침을 놨다가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예요.”서강빈은 안에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이 침을 놓는 혈 자리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그 말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이내 고개를 돌려 안으로 들어오는 서강빈과 권효정을 바라보았다.그 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헛소리는. 넌 누구야? 감히 내 의술을 의심해? 내가 누군지 알아?”어르신은 아주 불쾌해 보였다.30년간 의술을 행한 그였지만 지금껏 아무도 그에게 침을 잘못된 혈 자리에 놓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눈앞의 젊은이는 겨우 26, 27살 정도로 보였는데 감히 그의 침구술을 의심했다.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침구술
침실 안, 권영우는 손 신의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손 선생님, 제가 우스운 꼴을 보였네요. 저희 딸이 아직 철이 없어서 사기를 당한 것 같아요. 돌아가면 제가 단단히 혼쭐을 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서 저희 아버지를 치료해 주세요.”“좋습니다.”손 신의는 대답한 뒤 빠르게 침을 놓았다.마지막 침을 놓자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권정무가 드디어 천천히 눈을 떴다.“아버지, 깨셨어요? 정말 잘 됐어요.”권영우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매우 흥분했다.권정무의 병 때문에 권씨 가문은 명의를 찾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송주에서 힘겹게 손인수를 모셔 왔다.“손 선생님은 역시 송주의 신의답네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의술이라니, 정말 견문을 크게 넓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은 저희 권씨 가문의 귀인이십니다.”권영우는 다급히 감사 인사를 건넸다.손인수는 손을 젓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별거 아니니 이러실 필요는 없습니다.”그러나 침대에 누워있던 권정무는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곧이어 검은색 피를 토한 뒤 이내 또 정신을 잃었다.“아버지, 아버지...”권영우는 조급해져서 황급히 소리쳤다.“선생님,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얼른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손인수는 당황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는데...”“얼른 살펴봐 주세요!”권영우가 소리를 질렀다.손 신의는 다급히 진맥해 보았고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맥박을 보니 당장 죽을 것 같았다.그 순간 손 신의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황급히 일어나 말했다.“권 가주님, 죄송하지만 전 도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권 어르신의 병은 제가 치료할 수 없을 것 같으니 후사를 준비하세요.”그 말을 들은 권영우는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질렀다.“손 선생님, 우리 아버지가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선생님도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살려내세요, 지금
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자리에서 일어난 권효정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강빈을 보았다.‘감히 우리 아버지에게 무릎 꿇고 애원하라고 해?’권영우의 안색 또한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러나 망설임도 잠시, 그는 무릎을 꿇고 간곡히 부탁했다.“서강빈 씨, 부디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십시오.”서강빈은 찻잔을 내려놓고 덤덤히 말했다.“역시 권 가주님답네요. 굽힐 줄도 아시다니. 제가 나서겠습니다. 일어나세요.”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고 권영우가 그의 뒤를 따랐다.권효정은 황급히 다가가 물었다.“아빠, 조금 전에...”권영우는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마. 전에는 아버지가 잘못했으니 무릎을 꿇는 건 당연한 일이지.”말을 마친 뒤 권영우의 눈동자가 잠깐이지만 섬뜩하게 빛났다.“하지만 저자에게 그럴만한 실력이 없다면 가만두지 않겠어.”앞에서 걷고 있던 서강빈은 권영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덤덤히 웃으며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그러다 서강빈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권 가주님, 잊지 마세요. 제가 치료하게 되면 딸을 저에게 시집보내셔야 합니다.”권영우는 당황했고, 권효정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쑥스러워했다.침실 안에서 손인수는 너무 조급한 나머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서성거렸다.이때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오자 그는 구세주를 만난 사람처럼 다가가서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서강빈이 손을 들어 그가 말하려는 걸 끊고 물었다.“은침, 더 있나요?”“네, 있어요.”손인수는 당황하더니 다급히 약상자를 뒤져서 새 은침 케이스를 꺼냈다.서강빈은 침을 건네받은 뒤 우선 권영우에게 상자 안의 금오단을 꺼내서 권정무에게 먹이라고 했다.금오단을 꺼내는 순간 약 향기가 침실 안을 가득 채웠다.손인수는 순간 안색이 확 달라지더니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그 검은색 단약을 보며 놀란 듯 말했다.“이 세상에 이런 묘약이 있다니, 정말 제가 견문이 좁았습니다...”단순히 약 향기만
“그래도 실력이 좀 있는 것 같네요. 구양회혼 침술도 아시니 말입니다.”서강빈은 덤덤히 웃었다.“저도 우연히 고서를 읽다가 그 침술에 관한 기록을 본 겁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서강빈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저희가 사제지간이라는 걸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네, 네. 알겠습니다.”손인수는 서강빈의 곁에 서면서 정중하게 말했다.이때 권영우도 앞으로 나서며 깍듯이 예를 갖추었다.“서 선생님,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선생님은 저희 권씨 가문의 은인입니다. 선생님께서 부탁하신 일이라면 저희 권씨 가문은 능력이 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권 가주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별거 아닌데요, 뭘.”서강빈은 덤덤히 말하다가 화제를 돌렸다.“그런데 정말 권 가주님께서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권씨 가문은 상업계에서 지위가 대단하고 전국에 산업이 분포되어 있으며 약재 쪽으로도 사업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권 가주님께서 약재 몇 가지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편하게 말씀하세요. 저희가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구하겠습니다.”곧이어 서강빈은 필요한 약재를 권영우에게 얘기했다.위에 적힌 약재들을 보며 권영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중 일부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서강빈은 별로 희망을 품지 않았다. 그 약재들은 저마다 특별한 용도가 있었다.송해인에게 무능하고 평범한 것이 일종의 죄라면, 서강빈은 그녀의 눈에 먼지만큼이나 쓸모없는 존재였던 자신이 정작 그녀가 감히 바라보지도 못하는 대단한 존재가 되는 걸 보여줄 셈이었다.5분 뒤, 권정무가 정신을 차렸다. 안색도 한결 좋아진 듯했다.권영우의 제안에 따라 서강빈은 그의 집에 남아 식사를 했다.손인수는 너무 창피하여 도저히 그들과 같이 식사할 수 없었기에 빠르게 저택을 떠났다.밖으로 나온 뒤 손인수는 전화 한 통을 받았
“지, 지금 날 욕한 거예요?”이세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래. 당신이 비오 그룹을 대표한다고? 당신이 뭐라고 비오 그룹을 대표한다는 거지? 당신이 그리 잘났어? 정말 뻔뻔하네.”이세영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녀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서강빈 씨, 서강빈 씨가 지금 이혼한 일 때문에 불쾌한 건 알겠는데 당신과 우리 대표님은 같이 있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서강빈 씨가 우리 대표님 곁에 있으면 우리 대표님 발목만 잡을 거라고요! 그리고 지금 미안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지 우리 대표님이 아니에요. 서강빈 씨도 그랬잖아요? 그 금오단은 3주년 결혼기념일에 대표님께 드리려 했다고. 그런데 이젠 이혼했으니까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 이거예요? 당신 남자 맞아요?”“오늘 똑똑히 말해둘게요. 그 금오단의 처방은 반드시 우리에게 줘야 해요. 정 안 되면 대표님께 서강빈 씨를 고소하라고 하면 되니까요. 그 처방 공동 재산에 속하죠?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면 두 사람이 반씩 나눠 갖겠네요. 그리고 우리 대표님에게 줄 생각이었다는 말은 서강빈 씨가 했잖아요? 우리가 조금만 손 보면 그 처방은 결국 우리 대표님, 우리 비오 그룹의 것이 될 거예요. 지금은 서강빈 씨 체면을 봐서 좋게 말로 하는 거니까 괜히 일 크게 키우지 마요. 눈치 있으면 얼른 그 처방 내놔요.”서강빈은 그녀의 건방진 태도에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게다가 공동 재산이라고? 내 체면을 봐서 이러는 거라고?’이혼합의서에 사인할 때 그는 차도, 집도, 돈도 받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이세영은 그를 찾아와서 처방을 내놓으라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게다가 그가 송해인 곁에 남아있으면 그녀의 발목을 붙잡게 될 것이고, 처방을 주지 않는다면 고소할 거라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서강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세영이 계속 도도하게 말했다.“2,000만 원으로 부족하면 4,000만 원 줄게요. 서강빈 씨,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배려예요.
송해인은 시선을 올리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손 선생님을 모셨어?”이세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뇨, 손인수 선생님은 앞으로 의술을 연구하는 데에만 전념할 거래요.”그 말에 송해인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손인수를 비오 그룹의 명예 신의로 두는 것은 비오 그룹 발전 전략 중 하나였는데 지금 당장은 그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것 같았다.“하지만 대표님, 저 금오단 처방을 얻었어요.”이세영은 자랑하듯 서강빈이 보내줬던 처방을 송해인의 휴대전화에 보냈다.송해인은 예쁜 미간을 구겼다.“금오단 처방이라고? 이게 뭔데?”이세영은 곧바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인수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했던 파일을 들려줬다.“이 금오단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손인수 선생님도 감탄할 정도로?”송해인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표님, 이 금오단을 대량 생산해 시중에 팔고 거기에 손인수 선생님의 녹음 파일까지 같이 쓴다면 홍보 효과가 엄청날 거예요. 저희 회사가 송주 의약계를 크게 뒤흔들 수 있을 거라고요.”송해인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손인수도 감탄해 마지않는 금오단이라니 그것의 가치는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정말 금오단으로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면 비오 그룹은 송주 의약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의약 회사가 될 것이다.그리고 송해인은 송주 상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왕이 될 것이다.심지어 그 금오단으로 전국이 주목하는 한의학 대회 입장 자격을 얻고 거기에서 1등을 해서 크게 명성을 떨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렇게 되면 송해인의 이름은 송주, 더 나아가 전국에 널리 퍼질 것이다.“네 말대로 하자. 우선 연구팀 직원들에게 약 효과를 알아보라고 하고 합격이면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들은 전부 뒤로 미뤄두고 금오단 프로젝트부터 시작하는 거야.”송해인은 결정을 내렸다.“좋아요.”이세영이 웃으며 말했다.이번에 비오 그룹은 물론이고 송해인까지 유명해지면 이세영은 자신도 이 기세를 빌어 업계에서 가
“그만해!”송해인은 버럭 화를 냈다.“서강빈,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야? 나더러 포기하라고?”“그래.”서강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러고 나서는?”송해인이 따져 물었다.“너처럼 매일 그 작은 가게에만 빠져있으라고? 서강빈, 정말 실망이야!”“지금 비오 그룹이 네게 가져다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강빈이 물었다.송해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서강빈, 넌 정말 우물 안 개구리야. 난 금오단 프로젝트를 최선을 다해 추진할 거야. 네가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일수록 더 열심히 해서 성공할 거라고. 난 이 비오 그룹에 네가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일 거야. 나 송해인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아주 긴 침묵이 이어졌다.서강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난 경고했어.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겨도 내게 도와달라고 찾아오지 마.”“난 평생 너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거야!”송해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탁’ 소리와 함께 유쾌하지 못했던 통화가 끊겼다.송해인은 씩씩거리면서 휴대전화를 책상에 던졌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창밖의 철창 같은 도시를 바라보았다.‘서강빈, 넌 날 전혀 몰라. 금오단이 있으면 난 더 높이 날 수 있고, 더 멀리 갈 수 있을 거야. 비오 그룹은 내 손에서 송주의 첫째가는 기업이 될 거라고. 그때가 되면 너 서강빈은 그냥 일반 시민에 불과할 거야. 서강빈, 역시 우물 안 개구리답네. 네 눈에는 그 작은 하늘이 세상의 전부겠지. 이 송주 밖에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서강빈, 내가 증명해 내겠어.”송해인이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이 비서, 지금 당장 기자회견 추진해. 난 기자회견에서 정식으로 금오단 프로젝트를 소개할 거야.”...작은 가게 안, 전화를 끊은 뒤 서강빈은 소파에 앉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서강빈은 자신과 송해인 사이가 지난 1년간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지금 송해인의 눈에는 오직 비오 그룹과 권력, 지위만 있었다
게다가 강지원은 연속 4년 동안 송주 상업계에서 잠재력이 가장 많고, 가치가 가장 높으며, 영향력이 가장 강한 여성으로 뽑혔다.강지원을 송주 상업계의 여왕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았다.지난 1년 동안 송해인은 항상 강지원의 이름을 입에 달고 살았다.강지원은 송해인의 목표였고 송주 상업계 모든 여성의 우상이었다.강지원이 바로 송해인을 달라지게 한 장본인이다.서강빈은 미간을 구겼다.‘또 심 회장님이 소개해서 온 분이라니.’“5분도 필요치 않습니다. 이미 확인 마쳤습니다. 치료할 수 있어요.”서강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강지원은 당황했다.그녀의 병은 송주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여기저기 명의를 찾아다녔지만 지금껏 치료하지 못했다.심지어 20억이라는 거액의 치료비용을 내걸었으나 소용이 없었다.결국 강지원은 그녀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가 여자만 아니라면, 외모가 어떻든, 얼마나 나이가 들었든 그와 결혼할 것이라는 조건도 내걸었다.그 소식에 한때 전국이 떠들썩했고 수많은 명의들이 그녀를 찾아와 치료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엔 다 실패했다.그 병 때문에 강지원은 아주 골치가 아팠다.그녀의 병은 바로 남자 혐오증이다.강지원은 남성과 조금이라도 피부가 접촉한다면 생리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성을 잃거나, 초조해하거나, 심지어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했고 토하기도 했다. 심할 땐 정신을 잃기도 했다.이런 이상한 병 때문에 강지원은 줄곧 송주 상업계에서 식사 후 가십거리가 되었고 기사에 실리기도 했다.몸값이 20조에 달하는 송주 상업계 여왕에게 남성 혐오증이라는 병이 있다고 말이다.‘설마 평생 결혼도 못하고 노처녀로 외롭게 살아야 하는 걸까?’강지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확신해요?”“그럼요.”서강빈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이 병은 오직 저만 치료할 수 있습니다.”강지원의 표정이 살짝 차가워졌다. 그녀는 서강빈이 오버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또 서강빈을 가벼운 남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