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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지, 지금 날 욕한 거예요?”

이세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래. 당신이 비오 그룹을 대표한다고? 당신이 뭐라고 비오 그룹을 대표한다는 거지? 당신이 그리 잘났어? 정말 뻔뻔하네.”

이세영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녀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서강빈 씨, 서강빈 씨가 지금 이혼한 일 때문에 불쾌한 건 알겠는데 당신과 우리 대표님은 같이 있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서강빈 씨가 우리 대표님 곁에 있으면 우리 대표님 발목만 잡을 거라고요! 그리고 지금 미안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지 우리 대표님이 아니에요. 서강빈 씨도 그랬잖아요? 그 금오단은 3주년 결혼기념일에 대표님께 드리려 했다고. 그런데 이젠 이혼했으니까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 이거예요? 당신 남자 맞아요?”

“오늘 똑똑히 말해둘게요. 그 금오단의 처방은 반드시 우리에게 줘야 해요. 정 안 되면 대표님께 서강빈 씨를 고소하라고 하면 되니까요. 그 처방 공동 재산에 속하죠?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면 두 사람이 반씩 나눠 갖겠네요. 그리고 우리 대표님에게 줄 생각이었다는 말은 서강빈 씨가 했잖아요? 우리가 조금만 손 보면 그 처방은 결국 우리 대표님, 우리 비오 그룹의 것이 될 거예요. 지금은 서강빈 씨 체면을 봐서 좋게 말로 하는 거니까 괜히 일 크게 키우지 마요. 눈치 있으면 얼른 그 처방 내놔요.”

서강빈은 그녀의 건방진 태도에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게다가 공동 재산이라고? 내 체면을 봐서 이러는 거라고?’

이혼합의서에 사인할 때 그는 차도, 집도, 돈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세영은 그를 찾아와서 처방을 내놓으라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게다가 그가 송해인 곁에 남아있으면 그녀의 발목을 붙잡게 될 것이고, 처방을 주지 않는다면 고소할 거라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서강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세영이 계속 도도하게 말했다.

“2,000만 원으로 부족하면 4,000만 원 줄게요. 서강빈 씨,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배려예요. 선 넘지 마요.”

서강빈은 애처롭게 웃었다.

그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이러한 결말을 맞이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송해인, 정말 잔인하네.’

“송해인이 처방을 꼭 가져야겠다고 한 거야?”

“당연하죠. 지금 당장 대표님께 연락해 볼까요?”

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필요 없어. 처방은 줄게. 하지만 가져가도 소용없어. 이건...”

이세영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됐어요. 뭘 자꾸 질질 끌려고 해요? 줄 거면 당장 줘요.”

서강빈은 자조하듯 웃었다.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면 그도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내 서강빈은 금오단의 처방을 이세영에게 넘겼다.

단약을 건네받은 이세영은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처방이 있다면 비오 그룹은 한 단계 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4,000만 원이에요. 받아요.”

이세영이 돈을 건네자 서강빈은 차갑게 말했다.

“돈은 필요 없어. 송해인에게 돌려줘.”

“흥, 아직도 자존심을 부리려고 하네요.”

이세영은 코웃음 치더니 몸을 돌렸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이내 차에 시동을 걸고 빠르게 떠났다.

권효정은 서강빈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아내랑 이혼하신 거예요?”

서강빈은 어깨를 으쓱였다.

“권효정 씨가 제게 치료를 부탁하기 10분 전에요.”

권효정은 그 말을 듣더니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려 했다.

“죄송해요, 전...”

“이건 권효정 씨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우리 두 사람 문제니까요. 저랑 같이 잠시 걸을래요?”

서강빈은 지금 자기 말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이 필요했고 권효정은 그 상대로서 최고였다.

“좋아요.”

권효정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뒤이어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갔다.

권효정은 뒷짐을 진 채로 서강빈이 자신과 전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걸 조용히 들었다.

그러다 가끔 몇 가지 질문을 했고 서강빈은 숨김없이 대답했다.

이혼했으니 이제 비밀은 없었다.

마지막까지 들은 뒤 권효정은 입을 비죽이며 화를 냈다.

“너무 괘씸하네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강빈 씨가 비오 그룹을 이끌었는데 갑자기 이혼이라뇨? 강빈 씨는 쓸모없고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에요. 강빈 씨의 의술이라면 언젠가 꼭 유명해질 거예요. 그리고 강빈 씨 전처도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예요.”

서강빈은 잠깐 웃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후회할 날이 올까요?”

그는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

“절 바래다줄래요?”

“좋아요.”

권효정은 선망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비오 그룹과 송해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서강빈 씨를 괴롭히다니,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

비오 그룹으로 돌아온 이세영은 부랴부랴 대표 사무실로 들어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저희 회사 이제 곧 송주 의약계에서 유명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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