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화

겨우 말 한마디였지만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약혼녀?

송해인은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그녀는 서강빈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냉소를 흘렸다.

“서강빈, 대단하네. 약혼녀까지 생겼어? 어쩐지 이혼할 때 그렇게 쉽게 사인한다 싶더니, 이 사람 때문이었어?”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권효정을 흘겨봤다.

권효정은 못 본 척하면서 혀를 빼꼼 내민 뒤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비켜!”

송해인은 서강빈을 툭 밀친 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씩씩거리면서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이세영도 괘씸하다는 듯이 서강빈을 노려보다가 욕했다.

“정말 역겹네요. 여우를 데리고 와서 일부러 대표님 앞에서 시위하는 거예요? 아쉽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던 것 같네요. 이제 대표님 마음속에 서강빈 씨 자리는 없으니까요.”

이세영은 발을 쿵 구르더니 곧바로 먼저 떠난 송해인을 뒤쫓아갔다.

서강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허탈한 듯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권효정은 그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서강빈 씨, 괜찮아요?”

“괜찮아요.”

“미안해요. 난 그냥 강빈 씨 전처를 좀 약오르게 하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설마 화난 건 아니죠?”

권효정은 입을 비죽이며 고개를 숙이고 뒷짐을 진 채로 자책했다.

서강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화 안 났어요. 우리도 들어가요.”

“정말요?”

권효정은 곧바로 활짝 웃으며 서강빈을 데리고 함께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

펜션 홀 안에는 송주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술을 마시면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사람들 사이에서 정장에 넥타이를 한, 아주 멋지게 꾸민 진기준은 안으로 씩씩거리면서 들어오는 송해인을 단번에 발견했다.

진기준은 송해인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그는 송해인이 결혼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 그녀에게 작업을 걸었고 그로 인해 서강빈과 꽤 많이 충돌했었다.

“해인아, 왔어?”

“진 대표?”

송해인은 미간을 살짝 구기면서 차갑게 말했다.

“송 대표나 송해인이라고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우리 아직 서로 이름 부를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

진기준은 멋쩍게 웃었다.

때마침 이세영이 다가왔다. 그녀는 진기준을 보자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진 대표님, 일찍 오셨네요.”

“송 대표 기다리려고 일찍 왔지.”

진기준은 웃으며 말했다.

이세영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머, 역시 진 대표님은 저희 송 대표님에게 지극정성이네요. 뭐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건가요?”

진기준은 일부러 헛기침하면서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있긴 하지.”

옆에 있던 송해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도 조금 궁금했다.

송해인이 관심 있는 것 같자 진기준은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이 파티에서 한의학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세 회사를 발표할 거래. 그리고 오늘 권씨 가문의 아가씨도 현장에 온대. 혹시 그 아가씨 눈에 들면 시 대회까지 진급할 수 있대. 우리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지.”

“시 대회라고?”

송해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면 비오 그룹은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심지어 시 대회의 규모를 빌려 전국에까지 금오단을 홍보할 수 있다.

“진 대표, 정보 확실해?”

송해인이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진기준은 웃으면서 일부러 비밀스럽게 말했다.

“구체적인 건 잘 모르겠어. 또 다른 정보가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

“정말요? 진 대표님, 정말 감사드려요.”

이세영은 화색을 띠었다.

만약 시 대회에 나갈 수 있다면 비오 그룹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다.

“고맙긴. 나와 해인의 관계를 생각하면 내가 아니라 해인이를 위해서라도 그 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꼭 따와야지.”

진기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세영은 송해인을 톡톡 건드리며 작게 말했다.

“송 대표님, 진 대표님은 정말 송 대표님을 진심으로 챙겨주시네요. 진 대표님이 송 대표님을 좋아한 지도 벌써 몇 년 되었는데 한 번 고민해 보세요.”

그러나 송해인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오는 서강빈을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의 그 여자는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

“서강빈, 앞으로 네 팔짱을 낄 수 있는 건 나 송해인 뿐이야. 알겠어? 안 그러면 각오해, 후후.”

“알겠어...”

예전의 달콤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송해인은 화가 나서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진기준은 송해인의 표정이 굳어지자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그 순간 진기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속으로 불평했다.

‘서강빈 저 자식은 왜 온 거야?’

진기준은 울컥 화가 치솟아 올라 서강빈에게 다가가 차갑게 말했다.

“서강빈 씨,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당신의 신분과 지위를 생각해 보면 권씨 집안에서 당신을 초대할 리가 없는데요. 설마 몰래 들어온 거예요? 그러면 큰일인데...”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