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야?”송해인은 애가 타서 미칠 지경이었다.진기준은 멋있게 머리를 뒤로 넘기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우리 아빠가 권씨 일가랑 친분이 좀 있거든. 아빠가 입만 여시면 수시 모집 합격자 명단에 관한 일은 바로 해결될 거야.”“그럼 잘 좀 부탁할 게, 진 대표. 이번 일만 해결해 주면 진 대표는 나의 은인이야.”송해인은 간절하게 말하면서 진기준의 팔을 잡아당겼다.진기준은 금세 흥분하기 시작했다.“알았어, 지금 바로 아빠한테 전화할게.”그는 말하면서 한쪽 옆으로 걸어가 한참이나 통화하더니 살짝 구겨진 얼굴로 돌아왔다.“어떻게 됐어?”송해인이 서둘러 물었다.진기준은 조금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전화상으로 아빠한테 된통 혼난 진 대표였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다고, 귀신에 홀린 게 아니냐고, 밖에서 제멋대로 허세만 부린다고 가차 없이 욕했고 수시 모집 합격자 명단에 관한 일은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이때 마침 이세영의 휴대폰도 울렸다. 전화를 받은 후 그녀는 희열에 찬 미소를 짓더니 곧 울 기세로 얘기했다.“대표님, 수시 합격자 명단 3개 중에 우리가 아직도 남아 있대요!”송해인은 매우 기뻐하며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진기준의 인맥이 이렇게 넓을 줄이야. 전화 한 통에 바로 해결해 버리다니.“진 대표, 정말 너무 고마워!”진기준도 의아했다. 설마 아빠가 일부러 놀리신 걸까?“하하, 뭘 이런 거로 새삼스럽게.”진기준은 웃으며 겸손한 척했다.이세영은 눈물을 닦고 문득 서강빈을 바라보며 말했다.“보세요, 대표님. 이게 바로 진 대표님과 서강빈 씨의 차이예요! 진 대표님은 전화 한 통에 이번 일을 해결했지만 서강빈 씨였다면 우린 막중한 타격을 입었을 거예요. 진 대표님 참 괜찮은 분이신 것 같아요. 한번 고려해 보세요. 두 분이 만약 함께한다면, 혹은 결혼까지 간다면 분명 송주 상업계에서 레전드로 남으실 겁니다!”진기준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미소 지었다.“이 비서, 나 너무 띄우는 거 아니야? 단지 사소한 일 하나
수시 모집 합격자 명단에 들어간 게 서강빈 때문이라고?서강빈이 말을 마친 순간 몇몇 사람은 멍하니 넋 놓고 말았다.다들 망연하면서도 의심에 찬 눈길로 서로를 마주 봤다.“서강빈 씨, 참 뻔뻔스러우시네요. 어떻게 이런 말까지 입밖에 내뱉을 수 있죠?”이세영이 하찮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그녀는 광대를 바라보듯 서강빈을 힐긋 노려봤다.진기준도 웃다가 사레 걸릴 뻔했다.“서강빈 씨, 과대망상증이라도 걸리셨나 본데, 내가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하는 일은 당신이 평생 해낼 수 없는 일이에요. 내키지 않으면 참던가!”서강빈이 눈썹을 들썩거리다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남의 공로를 빼앗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언젠가 들킬라, 조심하셔야겠네요.”“그게 지금 무슨 말이에요? 이 공로가 내 게 아니면 뭐 설마 당신 거라도 된다는 건가요?!”진기준이 버럭 화내며 음침한 얼굴로 돌변했다.이세영도 따라서 꽥꽥 소리 질렀다.“서강빈 씨, 질투에 완전히 눈이 멀었군요! 진 대표님이 당신보다 능력 있다고 인정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요?”서강빈은 미간을 구겼다.“이 비서, 정 그렇게 못 믿겠으면 전화해서 물어보던가!”“누가 못 할 줄 알아요?”진기준은 흠칫 놀라서 속으로 전전긍긍했다.이번 일은 그가 해결한 일이 아니니 그도 감히 확신이 안 섰다.“저기, 이 비서, 전화할 필요까진 없어. 체면 좀 주자고, 어찌 됐든 한때 송 대표 남편이었잖아.”진기준이 웃으며 말했다.이세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옆에 있는 송해인을 바라봤다.송해인은 인상을 찌푸린 채 싸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흥! 서강빈 씨, 얼른 진 대표님한테 감사드리지 않고 뭐 해요? 계속 이러시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서강빈 씨라고요!”이세영이 지시하듯 그에게 쏘아붙였다.“감사를 드려?”서강빈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는데 웃음 속에 야유가 살짝 묻어났다.수시 모집 합격자 명단은 권씨 일가에서 서강빈의 체면을 봐서 올려준 건데 인제 와서 공로를 뺏은 소인배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라고?
“자, 이번에는 비오 그룹에서 새로 개발한 의약품 금오단을 보시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미리 알고 계시겠지만 이 약품은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리는 획기적인 의약품입니다. 우리 다 함께 큰 박수로 비오 그룹 송해인 대표님을 모십시다!”짝짝짝!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대표님, 우리 차례에요.”이세영이 흥분 조로 말했다.송해인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무대의 눈부신 스포트라이트와 뜨거운 박수 소리까지, 오늘 밤, 그녀는 송주 상업계의 여왕으로 거듭날 것이다.지난날과 완전히 작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서막이 곧 열릴 것이다.후...송해인은 숨을 깊게 몰아쉰 후 맞은편 구석에서 여전히 차분한 얼굴로 앉아있는 서강빈을 힐긋 보았다.오늘 밤이 지나면 그녀와 서강빈은 하늘땅 차이를 이룰 것이다.그녀는 송주 전체에 이름을 널리 알릴 테니까.송해인은 시선을 거두고 차분한 눈빛으로 뭇사람들의 박수 속에서 한 걸음씩 무대에 올랐다.이세영이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대표님, 화이팅!”진기준도 구석에 있는 서강빈을 흘겨보며 속으로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강빈아, 송해인은 결국 내 여자야. 비오 그룹도 이젠 다 내 거야.’그 시각 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기고 무대에 오르는 송해인을 바라봤다.화려한 불빛 속에서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도도하고 넘볼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었다.마치 설산 속의 아름다운 꽃처럼.“강빈 씨, 송해인 씨한테 아직 미련이 남아 있나요?”권효정은 그가 송해인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더니 떠보듯이 물었다.서강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우린 이젠 남남이에요.”“네...”권효정은 머리를 긁적이고 무대 위의 송해인을 쳐다봤다.그녀는 유창하게 금오단을 소개했고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움과 의논의 연속이었다.권효정마저 지금 이 순간의 송해인은 자신감에 차 넘친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정말 상업계의 여왕이 될 기질을 갖고 있었다.게다가 금오단도 오늘 밤 압도적인 우세로
스읍!장내가 충격에 휩싸였다!거의 한순간, 홀 안의 모든 이의 시선이 구석에 앉아있는 서강빈에게 쏠렸다.놀라움과 의아함, 분노, 야유, 그리고 깨 고소함까지 모든 표정이 얼굴에 드러났다.이 녀석은 대체 누굴까?감히 이토록 중요한 자리에서 이런 말을 내뱉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걸까?권효정마저 마음이 찔린 듯 몸을 움츠렸다. 모두의 주목을 받는 이 느낌은 실로 불편할 따름이었다.그녀는 살며시 서강빈의 옆에 기대 작은 손으로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강빈 씨, 말 함부로 하지 마요. 저분은 무려 중앙 군관구 우남기 어르신이라고요. 우리 가족들도 저분 앞에선 공손해져요...”우남기의 옆에 있던 강지원은 서강빈을 알아보고 살짝 의아한 눈빛으로 변했다.‘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 배짱은 있네. 감히 어르신 앞에서 이런 말을 내뱉고 말이야.’강지원의 아름다운 눈썹이 살짝 구겨졌다. 그녀는 어떻게 서강빈을 위해 해명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한편 송해인은 서강빈의 말을 들은 순간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그녀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가까이에 있던 이세영이 뛰쳐나가 서강빈을 한바탕 질책했다.“서강빈 씨!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에요? 오늘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는 알고 있어요? 어르신이 어떤 분이신지 알고 있냐고요? 감히 그런 천박한 말을 내뱉다니. 지금 어르신을 저주하는 거예요 아니면 손 신의가 직접 평가한 만병통치약 금오단을 의심하는 거예요?!”이세영이 버럭 화를 냈다!‘서강빈 이 새끼가 하필 이 타이밍에 헛소리를 지껄여!’송해인의 예쁘장한 얼굴에도 싸늘한 한기가 감돌았다.인파들 속에서 진기준이 깨고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서강빈은 이혼했다고 송해인에게 일일이 맞서는 걸까?이건 그냥 대놓고 송해인을 진기준에게 떠미는 셈이다.“그래요! 서강빈 씨, 거울이나 좀 보고 와요. 찌질이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떠들어대요?”진기준도 잇따라 나서며 사납게 쏘아붙였다.“어르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 녀
뜨헉!홀 안이 떠들썩해졌다.뭐라고?이혼?!저자가 바로 비오 그룹 송해인 대표의 남편이란 말인가?3년 전 비오 그룹을 설립하고 송주 10대 뛰어난 청년 리더로 선정된 천재 사업가 서강빈이라고...다만 2년 전에 그는 송주 상업계에서 은퇴했고 심지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처지에 이르렀다. 송해인이 언급하지 않으면 그를 알아볼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지경이다.소문에 따르면 비오 그룹의 전임 대표 서강빈은 현술에 혹해 비오 그룹을 포기하고 빈둥거리며 놀더니 가게를 열어 관상을 봐주고 점사나 보는 일을 하고 있다던데 아마도 팩트인 듯싶었다.홀 안의 대부분 사람들은 그해 서강빈의 위엄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그랬던 그가 이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눈앞의 서강빈은 투지도 없고 막말이나 내뱉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찌질이에 불과했다.다들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돌변했다.비아냥거리고 시큰둥하고 깨 고소해하며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에이 설마, 고작 이혼했다고 이런 장소에서 송 대표를 괴롭힌단 말이야?”“지금 이건 일부러 비오 그룹을 깎아내리는 거잖아!”“아무리 그래도 비오 그룹은 한때 서강빈이 설립한 회사인데, 은퇴했다고 이렇게 하는 건 너무 지나치지 않아?”“역시 남자들이란, 등 돌리면 이판사판 볼 것 없네. 송 대표가 어쩌다가 저런 인간이랑 결혼했대?”주위에 의논이 끊이지 않았다.강지원의 낯빛도 살짝 변했다. 그녀는 의아한 듯이 서강빈과 송해인을 번갈아 봤다.서강빈은 송해인의 질문을 들은 후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내가 일부러 널 겨냥한다고 생각해?”“그럼 아니야?”“나 원 참.”서강빈은 고개를 내저으며 두 눈에 막연한 슬픔이 내비쳤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네 마음이지만, 이봐요 송해인 대표님, 어르신이 금오단을 이렇게 삼키시면 독약이나 따로 없다고! 반드시 내 침술과 결부해야 약효를 발휘할 수 있어, 알아?! 이건 마지막 경고야. 끝까지 내 말 안 믿으면 그냥 내가 오지랖 넓은 셈
홀 안의 뭇사람들은 우남기를 빤히 쳐다보며 금오단을 먹은 후 그의 반응을 살펴보았다.강지원도 쪼그리고 앉아 나지막이 속삭였다.“할아버지, 느낌 어때요?”우남기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괜찮은 것 같구나. 몸도 훨씬 가벼워지고 가슴 답답하던 증상도 많이 나았어. 미지근하게 아프던 것도 사라지고 머리도 훨씬 맑아졌어. 금오단이 좋긴 좋네.”말을 들은 장내의 손님들이 더할 나위 없이 흥분했다!금오단이 정말 대단하긴 한가 보다!우남기도 이렇게 인정하니 송주 의학계에 곧 거센 파도가 일렁일 듯싶다!송해인은 우남기의 말을 듣더니 가슴을 짓눌렀던 큰 돌덩어리를 내려놓은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금오단이 드디어 위세를 떨쳤다!그녀는 이미 비오 그룹이 장차 송주 의학계의 거물이 되는 모습까지 상상하고 있었다.송해인의 뒤에 있던 이세영도 흥분을 금치 못한 채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대표님, 우리가 해냈어요!”이세영이 감격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녀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오늘 밤이 지나면 비오 그룹은 널리 명성을 떨칠 것이고 송해인도 송주 상업계의 차기 여왕으로 거듭날 것이다!그리고 이세영도 몸값이 제일 높은 비서가 될 것이다.“그래.”송해인이 힘껏 머리를 끄덕이며 대문 입구를 바라봤다.‘강빈아, 네가 이 광경을 못 보다니, 참 아쉽네. 오늘부로 우린 서로 레벨이 달라져. 난 더 높이 날아갈 것이고 넌 영원히 제자리걸음이야.’송해인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서강빈이 말했던 모든 것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방금 그가 한 말은 전부 헛소리이고 일부러 시비를 걸기 위해서였다.현장에 있던 여러 재벌들도 흥분을 금치 못하며 거액으로 송해인에게서 금오단을 사겠다고 했고 그녀도 일일이 대답했다.하지만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으악...”휠체어에 앉아있던 우남기가 가슴을 꽉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남기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고 입술도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두 눈을 뒤집으며 선홍빛 핏물을 내뿜고는 휠
송해인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마음이 복잡해졌다.이세영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울먹거렸다.“대... 대표님, 이젠 어떡해요? 어르신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하면 우린 끝장이에요. 모든 게 끝장이라고요...”인파들 속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서강빈 씨 말이 맞았네...”서강빈?!송해인은 몸을 움찔거리더니 문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대표님, 서강빈 씨가 수작을 부린 게 틀림없어요! 이 약 처방은 서강빈 씨가 준 거잖아요. 일부러 대표님을 해치고 비오 그룹을 무너뜨리려고 그런 거예요!”이세영이 또다시 머리를 굴리며 모든 책임을 서강빈에게 뒤집어씌웠다.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 지를 뿐 서강빈의 거듭된 경고는 아예 뒷전이었다.“정말 강빈의 짓이라고?”송해인은 여전히 머뭇거렸다.아무리 이혼했어도 서강빈은 굳이 이렇게까지 그녀를 해칠 이유가 없으니까.단지 최근 2년 사이에 퇴폐해졌을 뿐 성품은 전혀 문제없었다.“대표님, 아직도 그런 자식을 믿으시는 거예요? 서강빈이 아니면 이 금오단은 어떻게 해석할 건데요? 이건 서강빈이 일부러 우리에게 파놓은 함정이에요! 이 기회에 대표님을 해치고 우리 비오 그룹을 해치는 거라고요!”이세영이 조급해하며 말했다.송해인은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심란해졌다.설마 진짜 서강빈의 짓일까?“하지만... 강빈이가 왜?”송해인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이세영이 말했다.“방금 서강빈 씨가 나갈 때 하는 말 못 들었어요? 대표님더러 직접 찾아가서 빌어야 한다잖아요! 이렇게 많은 유명 인사들 앞에서 망신 주려고 작정한 거예요!”철퍼덕!송해인은 가슴이 움찔거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이때 진기준이 기회를 노리고 재빨리 달려와 그녀를 부축하며 나지막이 말했다.“송 대표, 이 비서 말이 맞아. 이 모든 건 서강빈 씨가 작정하고 파놓은 함정이야.”“흑흑, 대체 왜?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송해인은 멘탈이 무너져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바로 이때 몇
송해인은 흠칫 놀라더니 처참한 미소를 지었다.“이게 바로 네가 원하는 거야?”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에게 되물었다.“무슨 뜻이야?”“일이 이렇게 됐는데도 시치미 떼려고? 너 이렇게 하는 거 사람들 앞에서 나 망신 주기 위해서잖아. 내가 너한테 구걸하길 바라는 거 아니었어? 너의 그 더럽고 이기적인 마음을 만족시키려고 이러는 거잖아!”송해인은 비참하게 웃으며 눈가에 고인 눈물을 쓱 닦았다.3년이나 함께했던 남자가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그녀는 납득할 수 없었다.서강빈은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그녀는 고작 이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하는구나!3년이란 감정은 차라리 개나 줘버리고 말지!“네 눈엔 내가 고작 그런 사람으로밖에 안 보여?”서강빈이 진지하게 물었다.송해인은 침묵하며 싸늘한 표정으로 그에게 해답을 건넸다.서강빈은 저 자신이 우스울 따름이었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 없어. 내가 어르신 구해주길 바라는 거면 빌어 나한테.”“드디어 본모습 드러내는 거야?”송해인이 싸늘하게 웃으며 그를 째려봤다.이때 이세영이 홀에서 뒤쫓아오더니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서강빈! 적당히 해. 아무리 우리 대표님과 이혼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건 아니지. 정말 대표님이 구걸하는 걸 봐야만 속이 시원하겠어?”서강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세영을 노려봤다.“지금 이 상황은 당신이 자초한 거 아니야? 내가 뭘 몰아붙였다는 거지? 이 비서, 애초에 금오단을 가져가려 할 때 내가 미리 일깨워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이세영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다만 여전히 본인은 아무 잘못 없다는 듯 막무가내로 소리칠 뿐이었다.“서강빈 씨, 잔말 말아요. 이번 일은 당신도 책임이 있어요! 대표님께 빌라고 할 자격 없다고요. 옛정을 생각한다면 대표님을 돕는 게 마땅해요. 이렇게 기회를 틈타 협박하는 게 아니라! 사내대장부가 돼서 왜 그렇게 속이 좁아요? 남자로서 대표님 한 번 돕는 게 뭐가 그리 힘들어요? 우리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