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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

“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

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

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

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

“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

“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

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

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

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

“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

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

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

“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

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

임호는 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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