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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래도 실력이 좀 있는 것 같네요. 구양회혼 침술도 아시니 말입니다.”

서강빈은 덤덤히 웃었다.

“저도 우연히 고서를 읽다가 그 침술에 관한 기록을 본 겁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서강빈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저희가 사제지간이라는 걸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손인수는 서강빈의 곁에 서면서 정중하게 말했다.

이때 권영우도 앞으로 나서며 깍듯이 예를 갖추었다.

“서 선생님,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선생님은 저희 권씨 가문의 은인입니다. 선생님께서 부탁하신 일이라면 저희 권씨 가문은 능력이 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권 가주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별거 아닌데요, 뭘.”

서강빈은 덤덤히 말하다가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정말 권 가주님께서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권씨 가문은 상업계에서 지위가 대단하고 전국에 산업이 분포되어 있으며 약재 쪽으로도 사업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권 가주님께서 약재 몇 가지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희가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구하겠습니다.”

곧이어 서강빈은 필요한 약재를 권영우에게 얘기했다.

위에 적힌 약재들을 보며 권영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중 일부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서강빈은 별로 희망을 품지 않았다. 그 약재들은 저마다 특별한 용도가 있었다.

송해인에게 무능하고 평범한 것이 일종의 죄라면, 서강빈은 그녀의 눈에 먼지만큼이나 쓸모없는 존재였던 자신이 정작 그녀가 감히 바라보지도 못하는 대단한 존재가 되는 걸 보여줄 셈이었다.

5분 뒤, 권정무가 정신을 차렸다. 안색도 한결 좋아진 듯했다.

권영우의 제안에 따라 서강빈은 그의 집에 남아 식사를 했다.

손인수는 너무 창피하여 도저히 그들과 같이 식사할 수 없었기에 빠르게 저택을 떠났다.

밖으로 나온 뒤 손인수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손인수 선생님. 전 비오 그룹 송해인 대표님의 비서입니다. 손 선생님을 저희 그룹의 명예 신의로 모시고 싶습니다.”

전화 건너편에서 이세영이 정중하게 말했다.

이것은 그녀가 손인수에게 건 7번째 전화였다.

송주의 신의 손인수가 비오 그룹으로 스카우트 된다면 비오 그룹은 송주에서 또 한 번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손인수는 의술도 대단했고 약물 쪽으로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영입한다면 앞으로 그룹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손인수는 이번에도 거절했다.

“이 비서님, 앞으로 제게 연락하지 마세요. 전 앞으로 의술을 연구하는 데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선생님, 조건이 있으시다면 얘기해주세요. 저희가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이세영이 조급한 마음에 말했다.

“아니요. 오늘 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 의술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손인수는 감탄하며 말했다.

이세영은 미간을 구기며 떠보듯 물었다.

“선생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말씀을 들어보니 선생님보다 의술이 더 고명한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분의 의술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죠. 그분이 가지고 있는 금오단만 해도 감히 제가 쳐다볼 수도 없는 존재인 걸요.”

손인수는 뭔가 떠오른 건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금오단이요? 무슨 금오단이요?”

이세영은 깜짝 놀랐다.

아주 익숙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는 단약이예요. 아주 대단한 가치를 가진 물건이죠.”

손인수가 대답했다. 자신이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는 걸 깨달은 손인수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세영은 미간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금오단? 모든 병을 고치는 단약이라고?”

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일전에 회사 1층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서강빈에게 금오단이 있었다.

신의라고 불리는 손인수도 감탄하게 만든 단약이라면 틀림없이 대단할 것이다.

“서강빈 이 자식, 이런 걸 몰래 숨겨두다니. 안 돼, 그 금오단의 처방은 반드시 비오 그룹의 것이어야 해!”

이세영은 차갑게 말한 뒤 손인수에게 메시지를 보내 중요한 정보들을 물었다. 그러고 나서 다급히 차를 타고 송주에 있는 권씨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

이때 서강빈은 때마침 저택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권효정은 그의 뒤를 따르면서 끊임없이 감사 인사를 했다.

부릉부릉...

그러다 갑자기 빨간색의 벤츠가 두 사람의 앞에 멈춰 섰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이세영이 차가운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서강빈 씨, 당신 정말 쓰레기군요! 저랑 송 대표님 몰래 금오단을 숨겨둬요? 대표님 체면을 봐서 저희 회사는 2,000만 원에 당신 손에 있는 그 금오단 처방을 사겠어요.”

이세영은 가방 안에서 2,000만 원을 꺼내며 말했다.

그녀는 오는 길에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했다.

서강빈은 이세영의 태도가 무척 눈꼴사나웠다.

그녀는 자기가 필요할 때면 남에게 아부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면 얄짤없이 무시했다.

“이 비서, 난 당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서강빈은 차갑게 대꾸했다.

이세영은 팔짱을 두르며 코웃음을 쳤다.

“됐어요, 서강빈 씨. 괜히 잘난 척할 필요 없어요. 아까 금오단으로 사람을 치료했다면서요? 난 반드시 우리 비오 그룹을 대표하여 당신 손에 있는 그 금오단의 처방을 살 거예요. 어때요? 한번 잘 생각해 봐요.”

서강빈은 미간을 구기며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송해인이 시켰어?”

“쓸데없는 추측은 하지 말아요. 이 일은 대표님과 상관없어요. 제가 알아서 온 거니까.”

이세영은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서강빈은 냉소하며 말했다.

“처방을 원해? 그러면 송해인에게 직접 오라고 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랑 상의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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