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은 반짝이는 침을 두 남녀의 목에 대고 차갑게 말했다.“똑바로 말해. 너희들이 누군지, 왜 나를 따라온 건지. 말하지 않는다면 너희는 죽어.”벽까지 밀린 두 남녀는 놀라서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그들은 서강빈이 반응하는 속도를 보고 자신들이 서강빈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쳤고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도련님, 저희는 서씨 가문의 사람들입니다.”이 호칭을 들은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고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며 온몸에서 베일듯한 한기가 맴돌았다.“서씨 가문?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서강빈이 큰소리로 물었다. 손에 있던 침은 두 사람의 목을 찔렀고 피가 흘렀다.남자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둘째 어르신이 보내셨습니다.”“서경호?”서강빈은 굳은 표정을 두 남녀를 훑어보았고 그들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서야 침을 거두었다.그러자 두 사람은 자신들을 짓누르고 있던 죽음의 공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서강빈이 이미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그들의 귓가에는 사신의 목소리와도 같은 차가운 말이 맴돌았다.“가서 서경호한테 전해. 나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를 죽이고 서씨 가문을 멸할 수도 있어.”폭탄 같은 이 말은 두 사람의 귓가에서 맴돌며 온몸에 소름이 끼치게 했다. 그들은 이게 장난 소리가 아니라 경고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때, 휴대폰이 울렸다.남자가 전화를 받자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됐어, 뭐라고 해?”“둘째 어르신, 자기를 찾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남자가 말을 더듬었다.“그렇지 않으면 뭐?”“둘째 어르신을 죽이고 서씨 가문을 멸하겠다고 했습니다.”“...”전화 저편의 서경호가 침묵했다. 한참 후, 그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허허, 역시 그 여자 아들이야. 성격도 똑같네. 너희들은 먼저 돌아와. 다른 사람을 붙여서 왜 천주에 왔는지 알아보라고 할 거야.”“네,
기세등등한 하인들을 마주한 서강빈은 표정이 굳어지고 미간을 치켜들었다.“당장 꺼져! 안 꺼진다면 때리라고 명령을 내릴 거야!”집사가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지만, 서강빈은 태연하게 말했다.“나는 권효정 씨를 만나야겠어.”“젠장! 네가 오늘 순순히 물러서지 않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당장 저 자식을 내보내!”집사가 명령하자 뒤에 있던 하인들은 몽둥이를 들고 서강빈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서강빈이 손을 들자 몽둥이들은 내력에 의해 모두 부러졌고 하인들은 표정이 크게 변했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내력이 일으킨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그들은 모두 뒤로 고꾸라져서 신음이 끊기질 않았다. 이 광경을 본 집사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너, 너 뭐 하는 거야? 분명히 말하는데 여기는 천주 권씨 가문이야! 네가 감히 여기서 난리를 친다면 절대 살아서 천주를 나갈 생각을 하지 마!”서강빈은 한 걸음 다가가서 차갑게 말했다.“나는 당신네 아가씨를 만나야겠어.”서강빈의 몸에서는 살기가 넘실댔다. 그 모습을 본 집사는 놀라서 몸을 덜덜 떨며 황급히 소리쳤다.“알겠어. 지금 당장 가서 말을 전할게.”말을 마친 집사는 허겁지겁 마당을 가로질러 한걸음에 중당까지 달려가서 소리쳤다.“둘째 어르신! 어떤 놈이 밖에서 아가씨를 만나겠다면서 우리 하인들을 여럿이나 다치게 했습니다.”중당 안에는 넓적한 얼굴에 진한 이목구비를 한 중년 남자가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 자식 이름이 뭐야?”“모, 모르겠습니다...”집사가 대답하자 중년 남자는 차갑게 말했다.“사람들을 더 데리고 가서 쫓아내! 그래도 안 간다면 다리를 부러뜨려서 강물에 던져버려!”“네, 둘째 어르신. 지금 당장 사람들을 부르겠습니다.”집사는 명령을 받고 중당을 나섰다. 이윽고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를 가진 권효정의 엄마, 손이란이 옆문으로 들어와서 쌀쌀하게 말했다.“무슨 일이에요?”중년 남자는 얼른
서강빈은 집사의 몸을 넘어 리조트의 마당으로 들어섰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경보음이 울렸고 검은 정장을 입은 타자들이 곳곳에서 쏟아져나와 서강빈을 둘러쌌다. 대략 백여 명 정도 되었고 인원수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잠깐 사이에 서강빈은 주변의 사람들에 의해 겹겹이 둘러싸였다.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린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저 자식을 막아!”누가 낸 소리인지 모르지만, 타자들은 빠르게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다. 주먹과 다리를 휘두르고 일부 사람들은 심지어 비수를 꺼내 서강빈을 겨누었다. 하지만 전혀 겁이 없는 서강빈은 힘을 들이지 않고 다가오는 타자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던지고 쓰레기를 발로 차는 것처럼 그들을 쉽게 날려버렸고 그들은 마당에 쓰러져서 앓는 소리를 냈다.이때, 중당에서는 권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권영준이 차를 마시고 있다가 하인의 보고를 받았다.“둘째 어르신, 큰일 났습니다. 마당에서 지금 싸움이 났습니다!”하인이 다급하게 소리쳤고 권영준은 굳은 표정으로 쌀쌀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아까 아가씨를 만나러 왔다던 자식이 쳐들어왔습니다.”하인이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크게 분노한 권영준이 테이블을 치자 테이블은 순식간에 부서졌다.“감히 권씨 가문을 쳐들어오다니 겁이 없구나! 가자, 가서 어떤 놈인지 봐야겠어!”권영준은 눈에서 불길을 내뿜을 듯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윽고 권영준은 부하들을 데리고 중당을 나와 마당으로 갔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는 순간,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마당에는 500명 정도가 되는 권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쓰러져 있었고 마당의 중간에는 사람 한 명이 우뚝 솟아있었는데 바로 서강빈이였다.“건방진 놈! 너 누구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여기는 천주 권씨 가문이야! 네가 함부로 난리를 피워도 되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권영준이 근엄한 목소리로 포효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서강빈은 담담한 표정을 하고 권영준을 보면서
창호가 필살기를 쓰면서 돌진해오는 것을 보고도 서강빈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그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러한 표정 변화를 창호는 서강빈이 겁먹었다고 생각했다. 역시 무식한 놈은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너를 지옥에 보내줄게!”창호는 소리를 지르며 무시무시한 내력을 지닌 호랑이 발톱 같은 큰 손으로 서강빈의 심장을 도려내려 했다. 하지만 창호가 예상치 못한 것은 서강빈이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대고 휘젓기만 했을 뿐인데 창호는 뺨을 맞은 것이었다.순간, 창호는 얼굴이 차에 치인 듯 고개를 뒤로 꺾은채 날아갔고 피를 토하며 바닥에 부딪힌 것도 모자라 몇 번 튕겨 오른 다음 내동댕이쳐졌다.그 모습을 본 권영준과 이랑, 그리고 주위에 있던 권씨 가문의 나머지 타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대종인 창호는 권씨 가문 둘째 어르신의 오른팔로서 이랑과 함께 호랑이와 늑대의 콤비라고 불린다. 권영준은 창호가 뺨을 맞고 날아간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린 채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랑도 서강빈을 다시 훑어보았다. 이랑은 방금 서강빈이 손을 내민 순간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이랑 자신도 대가를 뛰어넘은 대종인데 출신도 모르는 애송이 자식이 공격하는 것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이랑, 저 자식을 죽여!”권영준은 서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 권영준이 제대로 화가 났다.이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손을 팔짱 낀 채 늑대의 시선 같은 서늘한 눈길로 서강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온몸에서는 시리도록 차가운 살기가 넘실댔다. 이랑이 공격하려던 때, 창호가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고함을 지르며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는 분노하여 소리쳤다.“이랑, 저 자식은 내 것이야! 내가 직접 죽일 거야!”이랑은 미간을 찌푸린 채 몸을 풀고 있는 창호를 보았다. 험악한 표정을 하고 있는 창호의 호랑이 문신도 함께 꿈틀대고 있었다.“야 이 자식아! 내가 너의 뼈 마디마디를 모조리 씹어줄 거야! 나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게!”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말을 마친 이랑이 허리춤에서 나비칼을 꺼내 공격하기 시작했다. 칼은 등골 서늘하게 만드는 눈부신 한기를 내뿜으며 서강빈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고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창호의 머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얼굴이 피범벅이 된 창호가 이랑의 나비칼을 향해 날아갔고 이 모습을 본 이랑은 깜짝 놀라 빠르게 칼을 거두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호를 받아 안았다. 가볍게 받아 안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랑은 뒤늦게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창호가 자신에게 부딪히는 순간, 이랑은 빠르게 달려오는 KTX에 부딪힌 것만 같았다. 이랑은 창호와 함께 뒤로 수 미터나 밀려났고 바닥에는 무섭게 생긴 자국만 두 줄이 길게 생겼고 잔디도 다 뒤집혔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고 나서야 이랑은 품에 있는 창호가 이미 숨이 끊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강빈의 발길질 한 번에 창호가 죽었다. 이랑은 표정이 크게 변하더니 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와 분노가 함께 터져 나왔다.“네가 창호를 죽였어?”이랑이 분노하여 소리쳤고 이 말을 들은 권영준의 표정도 확 변하였다.‘뭐라고? 창호가 죽었다고?’“그 자식의 실력이 나보다 못한 탓이야.”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하자 이랑은 빨개진 눈으로 호통쳤다.“너는 죽어야겠다!”이랑이 앞으로 돌진했고 손에 들린 나비칼은 서강빈의 머리를 조준했다. 그 누구도 이 공격을 받고 살아남은 적이 없는 이랑의 필살기였다. 나비칼이 서강빈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자 권영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끼고 뒤돌아 자리를 뜨려고 했다. 이 녀석이 누구든지 상관없이 죽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하지만 이랑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무척 놀라게 되었다. 그의 나비칼을 서강빈이 두 손가락으로 집었기 때문이다. 더 무서운 사실은 이랑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서강빈이 손가락에 힘을 주어 단단한 나비칼을 단번에 부숴버렸다는 것이다.“이게...”이랑은 깜짝 놀랐다. 이 녀석은 어떤 실력을 갖추고 있길래 손가락으로 나비칼을 부러뜨릴 수 있는가. 이랑이 놀란
십삼 살은 권영준이 비밀리에 키우고 있던 무술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13개의 문파에서 도망치거나 쫓겨난 버려진 제자들이었다. 음흉하고 포악하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놈들이었다. 그들은 계속 권영준을 위해 거친 일들을 해왔고 암암리에서는 권씨 가문의 청소부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었다.13개의 그림자가 리조트의 곳곳에서 다가왔고 그들의 몸에서는 무섭고 음산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몇몇은 얼굴에 무시무시한 낙인까지 찍혀있었다. 문신이 아니고 낙인이 피와 살에 새겨진 자국 같은 것이었다.“하하! 야들야들한 녀석이구나. 살결이 보드라운 게 맛이 참 좋겠어.”그중 걸음걸이가 경박한 여자 한 명이 음흉한 웃음을 띠고 립스틱을 붉게 칠한 입술을 핥으며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몸매가 아주 좋았는데 앞뒤가 불룩하게 튀어나왔고 걸을 때마다 가슴이 출렁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서는 사악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어 사람들이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블랙 위도, 그만해. 아직도 남자만 보면 흥분하고 있어.”피부가 검고 체격이 우람한 건장한 남자가 두 손을 팔짱 낀 채 불쾌하다는 듯 투덜거렸다.“표산범, 내가 흥분하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블랙 위도라고 불리는 여자는 바로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대꾸했고 서늘한 시선으로 그 남자를 보고 있었다.“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너를 토막 낼 수 있어!”이 말을 들은 표산범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포악한 기운이 내뿜으며 소리쳤다.“미친년! 내가 네 목을 벨 거야!”표산범이 소리를 지르며 공격하려고 하자 곁에 있던 권영준이 차갑게 말했다.“그만해!”그제야 표산범과 블랙 위도는 조용해졌고 권영준은 매서운 눈길로 서강빈을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야 이 자식아, 지금 무릎 꿇고 빈다면 아직 살 기회는 있어. 이들이 공격한다면 너는 반드시 죽게 될 거야.”서강빈은 침착한 얼굴로 주위에 있는 십삼 살을 훑어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다 같이 덮치라고 해.”“정신 나간 놈! 표산범, 저 자식
큰 소리가 나면서 십삼 살과 권영준의 시야 속에는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서강빈이 아닌 표산범이 부딪혀서 날아가 버렸고 표산범은 거대한 고깃덩어리처럼 바닥에 쓰러져서 수십 미터를 굴러가서야 멈췄다.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모두 잠깐 넋이 나갔는데 정신이 번쩍 들고 나서야 그들은 서강빈을 향해 부딪혔던 표산범의 몸 절반이 모두 부러져서 피가 낭자하고 표산범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서강빈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더니 혼탁한 기체를 내뱉으며 말했다.“패문산도 별것 아니네.”이 말을 들은 나머지 12명은 모두 경악한 눈빛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저 자식을 죽여! 당장 죽여!”권영준은 표정이 크게 어두워져서는 이렇게 명령했고 나머지 12명도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빠르게 서강빈을 둘러쌌다. 살기가 하늘을 찔렀지만, 서강빈은 담담하게 이들을 훑어보더니 차갑게 말했다.“다들 36문에서 버려진 제자들이구나. 이렇게 엉망인 데는 이유가 있었네.”“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그중 한 사람이 차갑게 말하고는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서강빈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살짝 꺾더니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정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당신들을 죽일 수밖에.”서강빈의 말에 나머지 12명은 하나같이 분노했다. 이 말은 분명한 도발이었다.“다 같이 덤벼!”이윽고 12개의 그림자가 서강빈을 향해 달려갔고 모두 필살기를 내보이면서 서강빈의 목숨을 당장에 거두려고 했다. 하지만 서강빈은 이들의 공격을 샅샅이 꿰뚫어 보는 듯 가볍게 몸을 돌려 피하고 바로 반격했다.큰 소리가 몇 번 들리고 잠깐 새에 12명의 무사는 모두 팔이거나 다리가 부러진 채 바닥에 쓰러져서 울부짖었다. 이 광경을 본 권영준은 놀라서 까무러칠 뻔했다. 송주에서 온 애송이 녀석이 이토록 무서운 사람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십삼 살까지도 그를 이길 수가 없다니. 이 13명의
서강빈은 권효정을 안고 권씨 가문을 떠나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으로 갔다. 잠깐 휴식을 취한 권효정은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서강빈은 그제야 권효정에게 물었다.“왜 갑자기 백서준이랑 결혼식을 올리게 된 거예요?”“내가 결혼하려는 게 아니라 저희 엄마가 강제적으로 결혼시키려는 거예요!”권효정은 억울하고 분하여 소리쳤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자초지종을 다 설명해줬다. 권효정의 엄마가 그녀와 백서준의 혼사를 추진하기 위해 권씨 가문에 사고가 생겼다고 거짓말을 해서 권효정을 천주에 오게 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권효정의 둘째 삼촌, 바로 권씨 가문의 둘째 어르신인 권영준을 시켜서 그녀를 감금시켰다.처음에는 반항하기도 했지만 이후 권영준이 권효정에게 힘을 빼는 약을 먹였다. 여기까지 들은 서강빈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당신 엄마도 참 독하네요.”“다시는 저희 엄마 보고 싶지 않아요.”권효정이 화를 내며 말했고 서강빈이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예정이에요?”“어떻게 하긴요. 절대 백서준이랑 결혼 안 해요!”진지하게 얘기하던 권효정은 서강빈을 보면서 갑자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면 제가 강빈 씨한테 시집갈까요? 그럼 엄마도 어쩔 수 없잖아요.”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냥 집으로 다시 바래다 드릴게요.”“참나, 서강빈 씨는 사람이 왜 그래요...”권효정은 서강빈의 태도가 무척 불만이라는 듯 입을 삐죽하고 씩씩거렸다. 서강빈은 일어서며 숨을 길게 내쉬고 말했다.“푹 쉬고 있어요. 오늘 밤은 아마도 그렇게 평온하지 못할 거예요.”“왜요?”권효정이 묻자 서강빈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에 당신과 백서준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었는데 내가 신부를 데리고 왔잖아요. 그럼 백서준과 백씨 가문에서 어떻게 하겠어요?”이 말을 들은 권효정은 영문을 깨닫고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이제 어떡해요? 우리 지금 당장 천주를 떠나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우리 둘이서 사는 거 어때요?”서강빈은 미간을 치켜들고 권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