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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염지아는 크게 기뻐하면서 눈물을 닦고 물었다.

“정말이에요?”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뒤돌아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굳어있는 윤경식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천의 17침을 알고 있어?”

윤경식은 얼른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몇 년 전에 소문주 님과 허 신의님이 의술 대회에서 겨루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멀리서 보았기 때문에 소문주 님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스크린에서 천의 17침을 중계했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윤경식은 지금 감히 조금이라도 무례를 범하지 못했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이 남자는 천의문의 소문주이고 바로 지금 세대의 천의문 수장이라는 말이다. 그는 용국 무사 문파들과 현문계를 제패하고 있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귀띔했다.

“내 신분에 대해서는 절대 발설하면 안 돼. 알겠어?”

윤경식은 이 말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네...”

이윽고 윤경식은 두렵고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아까 저희가 했던 내기는 무효로 하는 겁니까?”

“당연히 그대로 진행해야지. 왜 무효로 해야 해?”

서강빈이 웃었다. 이 말을 들은 윤경식은 얼굴이 허옇게 질려서 털썩 무릎을 꿇고 빌었다.

“소문주 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멍청한 놈이어서 소문주 님을 몰라뵙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맹세하겠습니다.”

윤경식은 두려웠다. 절을 백번 하다가는 머리가 다 깨지게 될 것이고 스스로 팔까지 잘라야 한다면 앞으로 다시는 의술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곁에 있던 송서희는 윤경식이 무릎 꿇고 서강빈에게 비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윤 신의님, 이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하지만 윤경식은 그 말이 들리지 않았고 계속해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 서강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보다가 말했다.

“그만해. 일어나서 당장 꺼져.”

이 말을 들은 윤경식은 큰 죄를 면제받은 사람처럼 얼른 일어서서 자신의 제자를 데리고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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