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국은 지금 가을이다.정원에는 낙엽이 찬란하고 온통 황금빛이다.서현우가 정원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아 포리도 뒤따라 나왔다.아침을 먹고 체크 아웃을 하고 두 사람은 번화가로 나왔다.떠들썩거리니 옛정이 넘치는 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보았지만 뭔가 어울리지 않았다.서현우는 현대인으로서 가장 오래전에 가 본 곳이 바로 전장과 고대 진이다.마치 타임 슬립을 타고 온 듯한 장면이라 정체성을 잃어가는 듯했다.포리는 성국에서 자랐으나 마음에 의지할 곳이 없었고 이 소란스러운 속세에 처해 있는 것도 마치 떠도는 영혼과 같았다.서현우는 한 약국 앞에서 멈춰 섰다.가게를 내 놓은 듯 해 보였다.“사고 싶어?”포리가 물었다.서현우는 포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럴 형편이 안 돼.”포리는 곧장 다리를 들어 약방으로 들어갔다.얼마 후 비단을 입은 부유한 중년 남자가 소포를 메고 나와 인파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포리가 나왔을 때 손에 계약서 한 장이 더 생겼다.부동산 증서와 같다.약방은 크지 않고 백여 평방미터가 되지만 뒤뜰이 넓고 단독으로 세 개의 방이 있다.정원에는 평범한 약초가 자라고 작은 흰 꽃이 한 송이 피어 있다.성국 사람들은 정원에 큰 나무를 심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나뭇잎이 많이 떨어졌지만 말이다.나무 아래에는 돌상 돌 의자가 있고 아직 다 두지 않은 바둑판이 놓여 있다.서현우는 살펴보더니 검은색 바둑알을 들고 두었다.상대가 졌다.포리는 전조 공주의 모습이 전혀 없었다.소매를 걷어붙이고 대야의 물을 들고 청소를 했는데, 마치 시녀 같았다.서현우는 약방에 있는 물건을 점검하러 갔다.날이 저물어갈 무렵 서현우는 특수 유지로 만든 등을 켰다.하여 이 정원에는 따뜻한 기운이 생겨났다.“인제 지낼 곳도 생겼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포리가 밥을 먹으면서 물었다.서현우가 직접 만든 음식으로 맛이 아주 좋았다.“용국에 있을 때 현양조는 사방에 널려 있고 명백초도 잡초처럼 많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왜
밤은 깊었지만, 서현우는 잠에 들지 않았다.가을바람이 점점 차가워지고 땅도 쓸쓸해 지고있다.황금빛 낙엽이 서현우의 몸 주위를 맴돌고 있다.바람을 타고 한 참을 맴돌고 나서야 조용해졌다.이 잎이 땅에 조용히 떨어지자 서현우는 비로소 눈길을 이에 돌렸다.허리를 굽혀 주워 손에 들고 훑어보았지만 눈빛은 산만했다.서현우의 주의력은 낙엽에 있지 않다.생각이 이미 아주 멀리 떠내려갔다.돌 탁자 위에 많은 책들이 놓여 있는데, 모두 서점에서 산 것이다.세력 분포, 광활한 지도, 일화, 정사 야사 등등 종류가 잡다하다.서현우는 아주 빨리 보고 또 똑똑히 보았다.성국의 존재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그러나 무자의 수명은 확실히 길기 때문에 천년의 세월의 흐름도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외부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멀지 않다.공허하고 허황하기 그지없다.귀의문은 7천여 년 전에 존재했는데, 포리의 말대로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였다.그것은 의술을 익힌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짜서라도 귀의문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전성 시대였다.그러나 왕조가 바뀐 것처럼 아무리 전성시대라도 막을 내렸다.그리하여 귀의문이 막을 내리고 신약문은 새로운 역사를 계속 써서 지금까지 지속되었다.한때 눈이 부셨 던 귀의문은 일찍이 역사의 구석으로 쓸려 들어가 썩어 약간의 먼지만 남았다.서현우는 바로 그 중의 볼품없는 먼지이다.설령 서현우가 귀의문의 당대 전인 당대 문주 일지라도 먼지에 불과하다.부인할 수 없는 것은 서현우의 의술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다성국에서도 괜찮은 편이다.하지만 신의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다.‘귀의문을 광복 시켜야 하는 가?’‘귀의문의 빛을 다시 성국에서 피워야 하는가?’서현우는 그럴 생각 없다.기껏해야 나중에 시간이 되면 천부적인 재능이 탁월하고 듬직하며 정직한 제자 몇 명을 받아들여 이 제자들이 귀의문을 더욱 빛내도록 하게 돕는 것이다.어쨌든 힘을 낸 셈이다.아직은 나영이를 찾아 현양명백의 해독제를 만들 자격이 있는 인물에게 접
머릿속에 네온의경에 기록된 것들이 빠르게 떠올랐다.서현우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당시 용국에 있을 때, 이 의경에 기록된 모든 것에 대해 매우 허무맹랑하다고 느꼈다.이제 성국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서현우는 약간의 저력이 생겼다고 느꼈다.의사협회에 발을 들여놓자 서현우는 한 직원에게 물었다.“의사 품위를 심사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합니까?”“이거 작성하시고 지장도 남겨주세요. 그리고 한 가닥의 기운을 남기고 중무석을 납부하시고 저쪽에서 줄을 서면 안됩니다.”무석은 대 중 소로 나뉜다.대는 농구공만한 크기다.중은 주먹만 한 크기다.소는 손톱만 한 크기다.중무석 하나로 세 식구가 일 년을 살기에 충분하다.‘차라리 돈을 뺏지 그러냐!’서현우는 붓을 들고 성명에 상천랑의 이름을 쓰려고 했다.붓을 놓기도 전에 잠시 멈추었다가 갑자기 자신이 천문 산맥에서 상천랑의 이름으로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오는 길 내내 저질렀던 일이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산수가 감히 종문의 자제를 약탈하는 것은 그리 흔치 않다.그 산수들은 그런 상천랑이 자랑스러워 여기저기 떠들며 다니고 있다.서현우는 자신이 상천랑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다.그래서 서현우는 유삼중 이라고 이름을 썼다.상천랑 외에 다른 친인들의 이름을 쓰자니 마음에 걸렸다.게다가 성국에는 영지호가 독사처럼 어둠 속에 숨어 있다.서현우가 뇌창과 같은 이름을 쓰면 영지호가 알아차릴 수도 있고 그때가 되면 불가피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게 된다.그러나 유삼중은 서현우가 중영으로 돌아온 뒤 직접 죽인 첫 악당이다.이미 죽었으니 명성이 더 나빠진다고 해도 마음의 가책이 없었다.작성 다 하고 서현우는 자신의 무도 기운을 남긴 뒤, 중무석 하나를 태연자약하게 내고 가서 줄을 섰다.필경 자신의 무석이 아니니 마음이 아프지 않다.줄을 선 사람이 너무 많다.남녀노소 모두 다 있다.서현우는 대략 11살, 12살 정도의 되어 보이는 아이가 입을 오므리고
서현우는 손민의 호의를 느꼈다.능이특 이라는 사람은 능씨 가문의 사람인데, 날뛰는 모습을 보면 능무성에서 꽤 명인 일 것이다.서현우는 오늘 똥을 밟은 셈이다.손민은 고의로 능이특의 신분 배경을 말한 것은 자연히 서현우에게 들려준 것이다.서현우는 내민 손을 거두었다.8년 전이라면 이 화를 참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서현우는 다른 곳에 문제가 생기고 싶지 않다.“도련님의 위치는 어디입니까?”서현우가 물었다.능이특은 마음대로 밖을 가리켰다.서현우는 침묵했다.만약 승낙한다면 한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도련님, 제 자리는 어떻습니까?”손민은 웃으며 능이특에게 말했다.혀를 내두르는 삽살개처럼 웃었다.“아니, 딱 저 사람이랑 바꾸고 싶어.”능이특은 수긍하지 않고 서현우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손민은 마음이 좀 급했다.서현우와 접촉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원래 마음이 영리한 사람이어서 서현우의 성격을 대략 알아차렸다.서현우는 말을 잘하면 의논할 수 있고 협박하면 절대 타협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또 외지인이라 능이특이라는 이 도련님이 했던 일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만일 잘못되면 이 능무성을 나갈 수 없을 수도 있다.그러나 이때 서현우은 입을 열었다.“바꿔드리고 싶지만, 도련님 자리가 다소 슬픕니다.”능이특은 눈썹을 들썩였다.“슬퍼?”“네, 슬퍼요.”서현우는 정색하며 말했다.“도련님 같은 분이 왜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겁니까? 다른 사람은 줄을 서서 기다려도 되지만 도련님은 안 됩니다. 이건 도련님에 대한 불경입니다.”마음이 좀 급했던 손민은 멍하니 있다가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기가 떠올라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능이특은 하하 웃으며 서현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소 부드러워졌다.“그래, 난 뭘 하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그러니, 어서 제 자리로 들어가시죠.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지라도 뒤로 물러서서 자리를 비켜드렸을 겁니다.”말하면서 서현우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카운터에 있
이곳은 약을 제정하는 방으로 면적이 크지 않다.두 줄의 진열장이 있고 그 위에 많은 약재가 놓여 있는데 모두 희한한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가치도 있다.중간에는 사람 절반 높이의 검은색 약 솥이 있고, 아직 온도가 남아 있는데, 지난번 심사한 사람이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의사 심사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분은 이론 지식이고, 두 번째 부분은 실천 조작입니다.”텅 빈 소리가 방안에 메아리 쳤다.“준비하세요.”이 소리가 떨어지자 땅에서 찰칵 소리가 났고 뒤쪽 석대가 서현우의 눈앞에서 떠올랐다.위에는 길고 긴 두루마리 종이 한 장이 있고, 옆에는 먹과 붓이 있다.서현우는 이를 펼치자 시험 문제 하나가 드러났다.시험문제는 랜덤이고 사람마다 시험문제가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하다.서현우는 처음 왔으니 참고할 것이 없었다.어차피 문제도 어려워 보이지 않아 붓을 들어 대답했다.한 문제를 다 풀면 두루마리가 아래로 뻗어 서현우는 계속 대답할 수도 있고 포기하고 실천조작단계에 진입할 수도 있다.앞의 몇 문제는 모두 간단했다.서현우는 어디까지나 귀의문 전인이다.비록 지금까지 전해지면서 조금만 남았지만 튼튼한 의술 기초도 있다.열두 문제부터 좀 어려워졌다.하지만 대처할 수 있었다.24번문제를 기다렸을 때 서현우는 붓을 놓지 않았다.[유명적소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쓰시오.]24번의 문제였다.유명적소단, 서현우는 본 적이 없지만 네온의경에는 유명적소단에 대한 소개가 있고 원자재와 정제 방법이 모두 쓰여있었다.서현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이제 서현우는 네온의경에 기록된 것이 틀림없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확신했다.만약 유명적소단에 필요한 재료와 어떻게 정제 할 것인가에 대해 대답할 수 있다면 이미 4급 의사의 범주를 벗어난 것 같다.이것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 것이다.서현우는 4급 의사의 신분만 있으면 신약문에 가서 스승을 모실 자격이 충분하면 된다.다른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다.만약 이로 인해
서현우의 동작에 손민은 화들짝 놀라 사래에 걸릴 뻔했다.손민은 종이로 뿜어 나온 술을 닦으며 의심을 품고 서현우에게 물었다.“왜 그러세요?”“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어요. 원수라고 해도 좋아요.”서현우는 자신이 다소 흥분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원수 라고요?”손민은 서현우를 한 번 힐끗 보더니 생각에 잠긴 듯했다.“죄송하지만 부탁 하나 할게요, 게시물을 붙인 사람이 누군지 좀 찾아주세요.”서현우의 눈에는 살기가 등등했다.“그 사람의 가족을 찾아서 그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협박 해야겠어요! 일이 성사되면 보상으로 대무석 하나 드릴게요.”대무석은 바로 농구 크기의 무석으로서 내포된 에너지가 아주 많다.대무석 하나로 백 개의 중무석과 맞먹을 수도 있다.산수는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종문 제자들도 보기 어려운 대무석이다.그러니 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서현우의 말에 손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쳤다.“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사이에 이 정도 부탁은 거뜬히 들어줄 수 있어요. 그러니 무석은 꺼내지 마시고 잠깐만 기다리고 계세요.”서현우는 대무석이라는 말을 꺼낼 때 손민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반짝였다가 사라진 것을 보게 되었다.하지만 필경 서현우는 부탁을 하는 입장이니 인사치레를 해야만 했다.“그럼, 신세 좀 질게요.”“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손민은 엄지와 검지를 꼬집고 볼에 바람을 살짝 넣은 후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소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멈추었다.그리고 멀리서 새소리가 나기 시작했다.손민은 조용히 경청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찾은 거 같습니다! 그럼, 이만 일어날까요?”“그러시죠! 감사합니다.”서현우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손민은 허풍이 아니라 진정한 능력이 있는 듯했다.그러나 서현우는 손민을 완전히 믿지 않고 몰래 포리의 전음부를 활성화시켰다.이번 술 자리 비용은 손톱만 한 작은 무석 두 개로 지불했다.그리고 그 비용은 자연히 서현우가 냈다.두 사람은 술집에서 막
“천열문은 악명이 높고 수단도 독합니다. 근데 또 하필이면 행적도 종잡을 수 없이 음흉 해요. 큰 세력가들이 몇 번이나 천열문을 겨냥해 토벌을 일으켰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손민은 서현우의 눈치를 보더니 이어 말했다.“뒤에 지지 해주는 큰 세력이 없다면 천열문의 미움을 사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아니면 수많은 일들이 일어 날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서현우는 입 꼬리를 천천히 올리면서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미움을 사지 마라?’서현우는 용국에 있을 때 천열문의 사람을 두 명이나 죽였다.황은 그 속에 속하지도 않는다.서현우는 성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천문 산맥에 있는 천열문의 아지트를 무너뜨렸다.그때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그 중에 입도경 무자도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더구나 천열문에는 영지호가 있다.서현우와 천열문 사이에는 이미 생사의 원수가 되어 한쪽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절대 끝날 수 없는 그런 구도가 형성되었다.“저도 더 이상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요. 천열문이 있는 곳만 알려주세요. 혼자 갈게요.”서현우가 말했다.“그게, 참 난감하네요.”서현우는 공수하며 거듭 부탁했다.“부탁 할게요.”간곡한 서현우의 태도에 손민은 표정이 복잡해졌다.한참 후, 손민은 이를 악물고 공수했다.“제가 돕겠습니다! 이렇게 알게 되고 사귀게 된 것도 영광인데, 이러한 일도 물러선다는 건 예도 의도 아닌 거 같습니다! 끝까지 돕겠습니다.”“감사합니다.”서현우의 이번 인사는 유난히 진지했다.천열문과 얽히면 힘들어 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민은 어렵게 큰 결심을 내린 것 이다.그리고 손민이 바라는 것은 서현우가 신약문에 성공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서현우가 신약문 제자가 된다면 이 투자는 가치가 있다.그러나 만약 들어갈 수 없다면 적자가 된 투자인 것이다.문제는 서현우 자신도 신약문에 들어갈 자신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서현우에 대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을 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먼저 어디 가서
원래 서현우는 혼자 간다고 그랬었다.그러나 손민은 이미 마음을 먹었고 결과를 보기 전에 그만 두고 싶지는 않았다.서현우는 확실히 손민에게 매우 감격했다.천열문과 자신 사이에서 손민은 추호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을 택했기 때문이다.작은 패로 큰 것을 얻으려는 건 도박꾼의 심리 일수도 있지만 일종의 신임 이기도 하다.이런 믿음에 서현우는 떳떳할 자신이 있다.목적지는 여전히 빈민가에 있다.야행 복을 입은 이상 당연히 의사 증서를 다시 내걸 수 없다.서현우는 좋은 칼 한 자루를 등에 업었는데, 이 칼은 능무성에서 중무석을 지불하여 산 것이다.칼 안에는 두 개의 명문을 새겨져 있고 애초에 종대산이 준 단도에 비해 휠씬 낫다.중무석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칼이다.단칼에 사람이 반쪽이 되고 피와 내장이 쏟아져 나와 어둠에도 보일 정도였다.손민은 무자로서 무존경의 최고봉이지만 아직 입도경에는 이르지 않았다.서현우가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도둑을 참살한 것을 보고 눈가가 살짝 뛰자 마음속으로 기뻐하기 시작했다.“입도경이세요?”손민은 묻는 듯해 보였지만 이미 확신하는 듯한 말투였다.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혈살의 힘은 무상한 천석에 눌렸지만 입도경의 기운을 억누를 수 없었다.서현우가 손을 대자마자 고스란히 드러났다.“역시 내가 안목이 좋아.”손민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평범한 무자는 입도의 방법을 알 자격이 없고 입도할 능력도 없다.서현우는 큰 세력이 지탱하고 있는 것이 아니면 내력이 비범 하다는 것을 설명한다.아무튼 서현우가 입도경 무자인 것만으로도 손민은 자신의 투자가 적자는 나지 않게 다는 확신이 들었다.어둠 속에 숨어 기습을 기다리며 사람을 죽이고 이득을 얻으려 했던 네 사람이 있었다.그 중 한 명은 서현우에게 참살 되었고 나머지 세 명은 놀라서 낭패하게 도망쳤다.하지만 서현우는 그들을 놓치지 않고 쫓아간 뒤 세 번 연속 칼을 휘둘렀다.비명 소리가 밤하늘을 가르며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다들 규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