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는 손민의 호의를 느꼈다.능이특 이라는 사람은 능씨 가문의 사람인데, 날뛰는 모습을 보면 능무성에서 꽤 명인 일 것이다.서현우는 오늘 똥을 밟은 셈이다.손민은 고의로 능이특의 신분 배경을 말한 것은 자연히 서현우에게 들려준 것이다.서현우는 내민 손을 거두었다.8년 전이라면 이 화를 참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서현우는 다른 곳에 문제가 생기고 싶지 않다.“도련님의 위치는 어디입니까?”서현우가 물었다.능이특은 마음대로 밖을 가리켰다.서현우는 침묵했다.만약 승낙한다면 한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도련님, 제 자리는 어떻습니까?”손민은 웃으며 능이특에게 말했다.혀를 내두르는 삽살개처럼 웃었다.“아니, 딱 저 사람이랑 바꾸고 싶어.”능이특은 수긍하지 않고 서현우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손민은 마음이 좀 급했다.서현우와 접촉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원래 마음이 영리한 사람이어서 서현우의 성격을 대략 알아차렸다.서현우는 말을 잘하면 의논할 수 있고 협박하면 절대 타협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또 외지인이라 능이특이라는 이 도련님이 했던 일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만일 잘못되면 이 능무성을 나갈 수 없을 수도 있다.그러나 이때 서현우은 입을 열었다.“바꿔드리고 싶지만, 도련님 자리가 다소 슬픕니다.”능이특은 눈썹을 들썩였다.“슬퍼?”“네, 슬퍼요.”서현우는 정색하며 말했다.“도련님 같은 분이 왜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겁니까? 다른 사람은 줄을 서서 기다려도 되지만 도련님은 안 됩니다. 이건 도련님에 대한 불경입니다.”마음이 좀 급했던 손민은 멍하니 있다가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기가 떠올라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능이특은 하하 웃으며 서현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소 부드러워졌다.“그래, 난 뭘 하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그러니, 어서 제 자리로 들어가시죠.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지라도 뒤로 물러서서 자리를 비켜드렸을 겁니다.”말하면서 서현우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카운터에 있
이곳은 약을 제정하는 방으로 면적이 크지 않다.두 줄의 진열장이 있고 그 위에 많은 약재가 놓여 있는데 모두 희한한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가치도 있다.중간에는 사람 절반 높이의 검은색 약 솥이 있고, 아직 온도가 남아 있는데, 지난번 심사한 사람이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의사 심사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분은 이론 지식이고, 두 번째 부분은 실천 조작입니다.”텅 빈 소리가 방안에 메아리 쳤다.“준비하세요.”이 소리가 떨어지자 땅에서 찰칵 소리가 났고 뒤쪽 석대가 서현우의 눈앞에서 떠올랐다.위에는 길고 긴 두루마리 종이 한 장이 있고, 옆에는 먹과 붓이 있다.서현우는 이를 펼치자 시험 문제 하나가 드러났다.시험문제는 랜덤이고 사람마다 시험문제가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하다.서현우는 처음 왔으니 참고할 것이 없었다.어차피 문제도 어려워 보이지 않아 붓을 들어 대답했다.한 문제를 다 풀면 두루마리가 아래로 뻗어 서현우는 계속 대답할 수도 있고 포기하고 실천조작단계에 진입할 수도 있다.앞의 몇 문제는 모두 간단했다.서현우는 어디까지나 귀의문 전인이다.비록 지금까지 전해지면서 조금만 남았지만 튼튼한 의술 기초도 있다.열두 문제부터 좀 어려워졌다.하지만 대처할 수 있었다.24번문제를 기다렸을 때 서현우는 붓을 놓지 않았다.[유명적소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쓰시오.]24번의 문제였다.유명적소단, 서현우는 본 적이 없지만 네온의경에는 유명적소단에 대한 소개가 있고 원자재와 정제 방법이 모두 쓰여있었다.서현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이제 서현우는 네온의경에 기록된 것이 틀림없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확신했다.만약 유명적소단에 필요한 재료와 어떻게 정제 할 것인가에 대해 대답할 수 있다면 이미 4급 의사의 범주를 벗어난 것 같다.이것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 것이다.서현우는 4급 의사의 신분만 있으면 신약문에 가서 스승을 모실 자격이 충분하면 된다.다른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다.만약 이로 인해
서현우의 동작에 손민은 화들짝 놀라 사래에 걸릴 뻔했다.손민은 종이로 뿜어 나온 술을 닦으며 의심을 품고 서현우에게 물었다.“왜 그러세요?”“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어요. 원수라고 해도 좋아요.”서현우는 자신이 다소 흥분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원수 라고요?”손민은 서현우를 한 번 힐끗 보더니 생각에 잠긴 듯했다.“죄송하지만 부탁 하나 할게요, 게시물을 붙인 사람이 누군지 좀 찾아주세요.”서현우의 눈에는 살기가 등등했다.“그 사람의 가족을 찾아서 그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협박 해야겠어요! 일이 성사되면 보상으로 대무석 하나 드릴게요.”대무석은 바로 농구 크기의 무석으로서 내포된 에너지가 아주 많다.대무석 하나로 백 개의 중무석과 맞먹을 수도 있다.산수는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종문 제자들도 보기 어려운 대무석이다.그러니 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서현우의 말에 손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쳤다.“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사이에 이 정도 부탁은 거뜬히 들어줄 수 있어요. 그러니 무석은 꺼내지 마시고 잠깐만 기다리고 계세요.”서현우는 대무석이라는 말을 꺼낼 때 손민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반짝였다가 사라진 것을 보게 되었다.하지만 필경 서현우는 부탁을 하는 입장이니 인사치레를 해야만 했다.“그럼, 신세 좀 질게요.”“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손민은 엄지와 검지를 꼬집고 볼에 바람을 살짝 넣은 후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소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멈추었다.그리고 멀리서 새소리가 나기 시작했다.손민은 조용히 경청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찾은 거 같습니다! 그럼, 이만 일어날까요?”“그러시죠! 감사합니다.”서현우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손민은 허풍이 아니라 진정한 능력이 있는 듯했다.그러나 서현우는 손민을 완전히 믿지 않고 몰래 포리의 전음부를 활성화시켰다.이번 술 자리 비용은 손톱만 한 작은 무석 두 개로 지불했다.그리고 그 비용은 자연히 서현우가 냈다.두 사람은 술집에서 막
“천열문은 악명이 높고 수단도 독합니다. 근데 또 하필이면 행적도 종잡을 수 없이 음흉 해요. 큰 세력가들이 몇 번이나 천열문을 겨냥해 토벌을 일으켰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손민은 서현우의 눈치를 보더니 이어 말했다.“뒤에 지지 해주는 큰 세력이 없다면 천열문의 미움을 사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아니면 수많은 일들이 일어 날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서현우는 입 꼬리를 천천히 올리면서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미움을 사지 마라?’서현우는 용국에 있을 때 천열문의 사람을 두 명이나 죽였다.황은 그 속에 속하지도 않는다.서현우는 성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천문 산맥에 있는 천열문의 아지트를 무너뜨렸다.그때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그 중에 입도경 무자도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더구나 천열문에는 영지호가 있다.서현우와 천열문 사이에는 이미 생사의 원수가 되어 한쪽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절대 끝날 수 없는 그런 구도가 형성되었다.“저도 더 이상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요. 천열문이 있는 곳만 알려주세요. 혼자 갈게요.”서현우가 말했다.“그게, 참 난감하네요.”서현우는 공수하며 거듭 부탁했다.“부탁 할게요.”간곡한 서현우의 태도에 손민은 표정이 복잡해졌다.한참 후, 손민은 이를 악물고 공수했다.“제가 돕겠습니다! 이렇게 알게 되고 사귀게 된 것도 영광인데, 이러한 일도 물러선다는 건 예도 의도 아닌 거 같습니다! 끝까지 돕겠습니다.”“감사합니다.”서현우의 이번 인사는 유난히 진지했다.천열문과 얽히면 힘들어 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민은 어렵게 큰 결심을 내린 것 이다.그리고 손민이 바라는 것은 서현우가 신약문에 성공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서현우가 신약문 제자가 된다면 이 투자는 가치가 있다.그러나 만약 들어갈 수 없다면 적자가 된 투자인 것이다.문제는 서현우 자신도 신약문에 들어갈 자신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서현우에 대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을 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먼저 어디 가서
원래 서현우는 혼자 간다고 그랬었다.그러나 손민은 이미 마음을 먹었고 결과를 보기 전에 그만 두고 싶지는 않았다.서현우는 확실히 손민에게 매우 감격했다.천열문과 자신 사이에서 손민은 추호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을 택했기 때문이다.작은 패로 큰 것을 얻으려는 건 도박꾼의 심리 일수도 있지만 일종의 신임 이기도 하다.이런 믿음에 서현우는 떳떳할 자신이 있다.목적지는 여전히 빈민가에 있다.야행 복을 입은 이상 당연히 의사 증서를 다시 내걸 수 없다.서현우는 좋은 칼 한 자루를 등에 업었는데, 이 칼은 능무성에서 중무석을 지불하여 산 것이다.칼 안에는 두 개의 명문을 새겨져 있고 애초에 종대산이 준 단도에 비해 휠씬 낫다.중무석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칼이다.단칼에 사람이 반쪽이 되고 피와 내장이 쏟아져 나와 어둠에도 보일 정도였다.손민은 무자로서 무존경의 최고봉이지만 아직 입도경에는 이르지 않았다.서현우가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도둑을 참살한 것을 보고 눈가가 살짝 뛰자 마음속으로 기뻐하기 시작했다.“입도경이세요?”손민은 묻는 듯해 보였지만 이미 확신하는 듯한 말투였다.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혈살의 힘은 무상한 천석에 눌렸지만 입도경의 기운을 억누를 수 없었다.서현우가 손을 대자마자 고스란히 드러났다.“역시 내가 안목이 좋아.”손민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평범한 무자는 입도의 방법을 알 자격이 없고 입도할 능력도 없다.서현우는 큰 세력이 지탱하고 있는 것이 아니면 내력이 비범 하다는 것을 설명한다.아무튼 서현우가 입도경 무자인 것만으로도 손민은 자신의 투자가 적자는 나지 않게 다는 확신이 들었다.어둠 속에 숨어 기습을 기다리며 사람을 죽이고 이득을 얻으려 했던 네 사람이 있었다.그 중 한 명은 서현우에게 참살 되었고 나머지 세 명은 놀라서 낭패하게 도망쳤다.하지만 서현우는 그들을 놓치지 않고 쫓아간 뒤 세 번 연속 칼을 휘둘렀다.비명 소리가 밤하늘을 가르며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다들 규칙을
서현우는 은침으로 세 사람의 미간을 꿰뚫어 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뒤 그 무석을 손민에게 건네주었다.“그쪽이 데리고 온 사람들 고생 많이 했는데, 이걸로 나눠 주시고 시체도 좀 처리해 주시죠. 그리고 이 허리패는 제가 챙겨 갈게요.”그러자 손민은 즉시 물었다.“동영 협곡에 가려고요?”“동영 협곡은 어떤 곳입니까?”서현우가 되려 물었다.손민은 무거운 소리로 답했다.“신약문이 있는 곳인데요.”서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상림지존의 신약문과 죄악이 극에 달하는 천열문은 연루되어서는 안 된다.호지영과 영지호을 두고 서현우는 과연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걸까?“삼중 씨, 우선 여기서 나가서 다시 이야기합시다.”일행이 빈민가를 떠나자 손민은 무석을 던지고 서현우를 따라 천남약방으로 갔다.“동영 협곡은 매우 넓은 곳이고 신약문이 일부 천재 지보를 배양하는 곳입니다. 신약문이 아닌 사람은 감히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 간다고 해도 진법에 말살 될 겁니다. 강자라도 신약문의 명성 때문에 함부로 뛰어들 수 없습니다.”손민은 침울하게 말했다.“영지호라는 사람은 아마 삼중 씨가 죽으러 가기를 바라면서 이 모든 것을 꾸몄을 겁니다.”“아니요, 죽이지 않을 겁니다.”서현우는 고개를 저었다.영지호는 서현우의 수라 힘을 넘보고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 힘응 얻기 전에 절대 서현우를 죽일 리가 없다.하여 서현우는 영지호에게 다른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러나 어떤 계획이든 서현우는 먼저 영지호가 가족을 납치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가족이 영지호의 손에 잡혀 있다면 영지호가 무슨 계획을 하든 지를 막론하고 기어서라도 가야만 한다.서현우는 생각에 잠긴 손민에게 말했다.“세 가지 일을 좀 알아 봐 줬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얼마든지 말씀만 하세요.”손민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첫째, 호지영이라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둘째, 능무성에서 가장 가까운 외부로 통하는 통로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셋째,
물건을 확인하자 서현우는 순간 멍해졌다.신약문 전승 향로다.이 물건은 이미 신약문에서 되찾아 갔다고 했었다.“신약문에서 향로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어.”포리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전승 향로라고 하긴 하는데, 그냥 장식품 이야. 이 향로는 7천 년 전 신약문의 한 지존이 남긴 것이고 듣자니 지존의 전승이 담겨 있다고 그래. 우리 아버지도 그 나쁜 녀석도 빌려와서 본 적이 있는데, 특이한 점이 하나도 없었어.”서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렇지 않으면 내가 무슨 근거로 이렇게 소중한 물건을 훔칠 수 있을 것 같아? 진아경 강자들이 가만히 있었을 거 같아?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 수 있겠어?”서현우는 포리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만약 이 물건이 정말 그렇게 큰 작용을 한다면 포리는 훔칠 수 없었을 것이다.설사 정말 훔쳤다 하더라도 신약문에서 미친듯이 찾기 시작했을 것이다.단지 수배 령만 내리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근데 왜 나한테 주는 건데?”서현우가 물었다.“신약문에게 돌려줘. 그럼, 넌 어떻게든 남을 수 있을 거야.”포리가 답했다.서현우는 입술을 가볍게 오므렸다.서현우는 포리의 뜻을 안다.포리는 서현우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이 향로를 주어 서현우가 신약문의 제자로 되기를 도우려는 목적이었다.그리고 이것은 두 사람이 아주 오래 동안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소리 없이 한숨을 쉬며 서현우는 향로를 받아 거두었다.“포리야, 내 여동생이 되어 줄래?”서현우가 물었다.포리는 몸을 떨며 고개를 들어 서현우를 보더니 웃었다.서현우를 바라보는 포리의 눈에는 교활함이 가득했다.“나 공주님 이야! 넌 내 오빠가 될 자격이 없어! 난 그냥 가지고 있기 귀찮은 폭탄을 너한테 돌린 거야.”포리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마지막에 포리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갔다.서현우는 오랫동안 제자리에 있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날이 밝기도 전에 서현우는 짐을 싸서 방문을 나섰다.그리고 정
서현우는 이 마을에 발을 들여놓은 후 허리춤에 옥패를 단 의사들을 많이 보았다.1급인 의사가 가장 많았고 3급, 4급인 의사도 적지는 않았다.가끔 5급, 6급인 의사도 보였는데, 그들은 모두 신약문의 옷을 입고 있었다.밖에선 보기 힘든 의사들이 이곳에서는 흔한 존재가 되어버렸다.서현우는 뜻밖에 아는 사람도 만나게 되었다.능무성 성주 둘째 동생의 셋째 아들인 악한 도령 능이특 말이다.능이특은 이곳에서 그리 날뛰지 않았다.적어도 걸음걸이는 전 보다 많이 겸손해 보였다.능이특도 허리춤에 의사 옥패를 걸고 있었다.그리고 능이특의 뒤에는 세상 무해한 뚱뚱한 집사도 함께 했는데,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서현우가 능이특을 보았을 때 능이특도 서현우를 보았다.능이특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서현우의 허리에 있는 옥패에 떨어졌고 순간 놀라더니 기뻐하며 성큼성큼 걸어왔다.“도련님, 여기서 다 보게 되네요.”서현우는 웃으며 공수했다.비굴 하지도 거만 하지도 않게 딱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이다.이곳은 능무성이 아니므로 능이특이 소란을 피울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하지만 능씨 가문은 13족의 하나인 만큼 그들의 미움을 살 필요도 없다.“너 이름이 뭐였지?”“류삼중 입니다.”“그래, 맞다! 류삼중! 내가 너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거든.”아마도 능무성에서 안면도 있는 사이라 능이특은 서현우와 말을 할 때 또 다시 거만한 모습을 드러냈다.“만약 네가 신약문의 제자로 들어간다면 내가 너의 약동이 되는 건 어때?”능이특이 물었다.그러자 능이특을 바라보는 서현우의 눈빛은 이상해졌다.‘내 약동이 되겠다고?’‘신약문에 들어가려는 목적이 뭐지?’“왜 기분 나쁘게 대답도 하지 않아? 내가 친히 약동이 되어주겠다는데 고맙다 하고 넙죽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능이특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능무성에 있는 네 가족들 다 잡아버릴까?”“그게 아니라 도련님이 제 약동이 되어 주시면 저야 고맙죠. 근데 그러기에는 도련님의 재능이 아깝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