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수십 년 동안 눈이 내리지 않았던 중영에는 눈송이가 흩날리고 있다.은빛으로 뒤덮인 중영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서현우는 외투를 두르고 조용히 저택을 떠나 통제구역을 나와 길가에서 택시를 탔다.“어디로 모실까요?”운전 기사가 웃으며 물었다.“남응산으로 가주세요.”“좀 먼데...... 눈까지 와서 산길도 험하고 위험할 거 같아요.”운전 기사는 말을 듣고 약간 망설였다.서현우는 모자를 벗고 말했다.“두 배로 드릴게요.”“그래요, 그럼...... .”운전 기사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미러로 서현우를 보고 멍해졌다.그러자 서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제가 누군지 이제 아시겠어요?”운전 기사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오재훈과 이용이 남강으로 달려갔을 때, 서현우는 중영으로 돌아왔었다.그리고 그때 서나영이 사진 한 장을 보내왔었는데 오재훈이 임진을 미친듯이 쫓고 있는 화면이었다.그때 서현우는 사진을 보고 살의가 끓어올랐었다.그리고 그때도 이 택시를 탔었다.순찰총국에 도착하자마자 서현우는 차에서 내려 택시요금을 내려고 했는데 이 운전 기사는 놀라서 액셀을 굳게 밟고 가버렸었다.강제로 한 번 더 타긴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렇게 큰 중영에서 택시는 셀 수 없이 많을건데,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도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모...... 모르겠는데요...... .”운전 기사의 웃음은 눈밭에 얼굴을 몇 시간 동안 묻은 것처럼 굳어졌다.서현우는 미소를 지었다.“그냥 출발하시죠. 남응산으로...... .”“너무...... 너무 멀어요...... 저...... .”“승차 거부 하시면 신고할겁니다.”“그게...... 제가...... .”“그럼, 하루만 빌려주시죠.”“...... .”택시 기사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200만원 받았습니다.”택시 기사는 길가에 서서 귀 옆에서 울리는 기계 소리를 듣고 휴대폰을 꺼내 보았는데 200만원이 들어와 있었다.그리고 서현우는 담배를 물고
흰 눈이 흩날리는 가운데 홍차의 향기가 풍기고 있다.그리고 두 사라의 검은 머리카락도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세가지 요소는 함께 어울려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하지만 이 멋진 장면속에는 짙은 살기가 조용히 만연하고 있다.찬바람보다, 하얀 눈보다, 뼛속까지 더욱 파고드는 그런 살기다.“현양명백 독은 황이 나한테 준거야.”영지호의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광택이 반짝였다.“근데 하나만 물어보자. 독의 이름은 어디서 알게 된거야?”“의경 한 권을 뜻밖에 얻게 되었는데, 책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단약과 독단이 기록되어 있었어.”서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서현우는 영지호를 쳐다보며 물었다.“귀성, 칠황산 기억나?”“칠황산?”영지호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난 몰라.”“남강 장병으로 사칭한 그 사람들은 네가 보낸 게 아니야?”서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영지호는 처음에는 멍해졌지만, 나중에는 깊은 의미의 웃음을 지었다.“재밌네...... 이 세상은 역시나 다채로워!”서현우는 침묵에 빠졌다.칠황산에는 다섯 명의 군신급 강자, 20여 명의 정예 고수가 남강 장병으로 사칭해서들어왔었다.이 힘은 결코 만만치 않다.결코 아무렇게나 꺼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만약 영호지의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군신급 강자를 지휘할수 있는 사람이 용국에 또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용국은 너무 커서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서현우는 천하의 영웅을 무시한 적이 없다. 다만 여전히 믿을 수 없을 뿐이다.필경 오재훈이 다년간 경영해온 세력에는 군신급 강자가 몇명 존재하지 않았다.“현양명백의 독은 현양조의 눈을 취하고 명백초의 독소를 첨가하여 다른 약물과 배합하여 정제된거야.”“황성의 서고에서 찾아보지 않았어? 현양조와 명백초에 관한 정보가 없었어?”서현우는 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약간 씁쓸한 맛이 미뢰에 피어났다가 달콤하고 순후하며 진한 맛으로 빠르게 변했다.“차 맛 좋네.”서현
서현우는 반지를 자세히 살펴보며 물었다.“이 반지가 성지 입장권이야”“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성지는 네가 익숙히 알고있는 세계지도에 존재하지 않아. 특수한 시공간에 존재하고 있는데, 상상할 수도 없는 신이 창조한 공간이야. 일반인은 볼 수도 만질 수도 평생 찾을 수도 없어. 오직 이 반지만이 성지와 소통할 수 있고 진입할 수 있는 권한인거지.”“축하해.”서현우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너는 분명히 성지로 당장이라도 갈 수 있는데 굳이 내 앞에서 자랑하려고 애쓰고 있어. 자신 있는가 봐? 내가 널 죽이지 못할거라고?”“당연하지.”영지호는 웃으며 말했다.“넌 날 죽일 수 없어. 반대로 내가 너한테 먼저 연락했다는 성지로 가기 전에 널 죽이기 위해서야. 억울해서 이대로 못가겠거든.”“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얻었니?”“황의 목숨에서 얻었다고 할까?”“그럼 내가 한 번 해볼까?”서현우가 물었다.그러자 영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어서 해봐.”날카롭게 대립하는 맛은 이 순간 극도로 짙어졌다.쾅-서현우가 손을 댔다.우레와 같은 소리가 삽시에 울려퍼졌다.서현우가 남김없이 날린 주먹은 영지호의 몸에 고스란히 떨어졌다.그를 산산조각 나게 거침없이 때렸다.그러나 서현우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전방의 공기가 뒤틀려 블랙홀이 된 다음 서현우를 삼키기 시작했다.서현우는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발밑에는 희미한 빛이 있지만 수면처럼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었다.머리가 하늘에 닿지도 않고 발이 땅에 닿지도 않으며 사방은 텅 비어 캄캄하기 그지없었다.“환진인가?”서현우는 비수를 꽉 쥐고 정신을 집중하여 기다렸다.“그렇게 쉬울리가 있겠어?”영지호의 웃음소리는 사방팔방에서 메아리쳤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황의 강대함을 똑똑히 느껴본적이 없지? 황은 강대하긴 하나 또 자부심이 너무 강해서 문제야. 성지밖에서는 이런 수단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맹목적으로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를 볼 수 있다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잘 있어!”“영지호!!!”서현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와 미친듯이 소리를 쳤다.그런 그의 모습을 아랑곳하지 않고 영지호는 미소를 지으며 뒤로 넘어졌다.그러더니 산꼭대기에서 떨어져 찬바람이 쌩쌩 부는 가운데 연기처럼 사라졌다.“가지 마!”쿵쾅쿵쾅...... .남응산 정상에서 폭발음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환진을 구축한 기초 진석은 서현우에 의해 모두 파괴되었다.눈앞의 칠흑이 걷히자 서현우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웠다.그리고 영지호의 뒤를 따라 거침없이 뛰어내렸다.연기와 먼지가 눈송이를 동반하여 온 세상을 어지럽혔다.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처럼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영지호!”“영지호!!”“영지호!!!”서현우는 눈밭에 누워 외로운 늑대처럼 포효하며 영지호의 이름을 끊임없이 외쳤다.원한은 그를 철저히 파묻어버렸다.“현우 도련님!”이때 뇌창과 홍성이 한걸음에 달려왔다.그뿐만 아니라 잠용과 천용각 봉안도 잇따라 왔다.다들 하나같이 얼굴이 더없이 어두웠다.빈틈없이 대기하고 수색했지만 끝내는 영지호를 체포하지 못했다.이는 그들에게 있어서 큰 굴욕이나 다름없다.서현우는 벌떡 일어섰다.성홍색의 두 눈동자는 마치 상감된 붉은 수정과 같았다.그는 숨을 크게 헐떡이며 이마에, 목에, 팔에...... 온몸 군데군데에 핏줄이 솟아올랐다.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짙은 살의에 거의 통제력을 잃을 듯했다.그는 뱀파이어처럼 피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눈에 보이는 것이 없이 모든 생물을 모두 말살하고 싶을 정도로 간절하다.“꺼져! 다 꺼져!”서현우는 고통에 겨워 미친듯이 소리쳤다.“현우 도련님, 괜찮으십니까?”그의 모습에 뇌창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꺼져!”두 글자에 광풍이 눈송이를 휩쓸고 오는 것처럼 끝없는 살기가 가득했다.홍성은 지금 이 순간의 서현우를 보면서 예전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남강 전장에서 가장 잔혹하고 가장 철저한 살육상태에 스며들어 있던 서현우말이다.“가자! 얼른!
“네? 뭐라고요?”홍성과 뇌창은 벼락에 맞은 듯 멍하니 초점을 잃었다.오재훈의 대답에 놀라움이 극에 달했다.사도에 빠진다는 건 무자에게 있어서 보통 사람이 시한부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다.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증상이 가벼우면 경맥이 다 떨어져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하는 폐인이 되는 것이다.진개국과 진원 부자처럼말이다.증상이 심하면 그대로 목숨을 잃게 되고 그 누구도 살려낼 수 없을 것이다.일단 무자가 사도에 빠지면 이는 이미 사형을 선고받은 것과 같은 경우다.진아름은 비록 무자는 아니지만, 그동안 들어온 말들이 있어 사도에 빠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진아름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똑바로 서기도 힘들었다.서나영과 서태훈도 마찬가지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상관과 손량은 주먹을 꽉 당겨쥐고 표정이 극도로 굳어졌다.“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어.”오재훈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아직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어...... 난 일단 최선을 다해서 저 녀석 상태부터 안정시킬거야.”“언제쯤 깨어날 수 있습니까?”손량이 물었다.그러자 오재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건 장담하기 힘들어. 내일이면 깨어날 수도 있고 한 두달이 걸릴 수도 있어...... 결국은 현우한테 달렸어.”진아름은 손을 떨며 서현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서현우의 갈라진 입술에 뚝뚝 떨어졌다.“현우야...... 나 진짜...... 힘들어...... 더 이상 어떻게 버텨야할 지 모르겠어...... 너까지잃게 되면 난 진짜...... 날 위해서라도 깨어나줘...... 난 네가 필요해...... .”진아름의 간절한 모습에 다들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강철처럼 강한 손량도 마찬가지로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하지만 그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황급히 몸을 돌려 떠났다.“하느님도 참 무심하시지...... .”서태훈은 눈물을 흘렸고 양쪽 귀밑머리도 한 순간에 흰색으로 변했다.파라만장한 인생에 더
“영지호입니다! 사숙님께 인사를 올리겠습니다.”영지호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자태가 극도로 비천하여 저절로 눈이 감길 정도였다.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두 사람은 멍하니 있다가 영지호가 끼고 있는 검은색 보석반지를 보게 되었다.눈빛은 더없이 매서워지며 반짝였다.“네 손에 있는 반지, 황이 거야?”“네! 사부님이 주신겁니다!”두 사람은 눈을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사부?”“네.”영지호는 공손하게 입을 열어 황이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인 모든 과정을 말했다.그리고 황에게 속하는 것들을 꺼내 신분을 증명했다.그러자 그 중 한 사람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황이 결계반지를 너에게 주었다니! 지금 황은 어디에 있어?”영지호는 고개를 들어 순간 눈물을 흘리며 다시 절을 했다.“사숙님들! 제발 우리 사부님을 위해 복수 해주세요! 사부님은...... 처참하게 살해 당했습니다!”하지만 두 사람의 눈빛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사실 황이 죽었을 때 그들은 이미 황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모든 천열문의 사람들은 천열문에 명패를 남기곤 한다.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명패는 스스로 갈라진다.두 사람이 나타난 건 바로 황의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서이다.이때 그중 한 사람이 담담하게 물었다.“개미들로 바글바글한 세상에서 황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나 있어?”“네! 있습니다! 서현우라고 하는 자가 사부님을 죽였습니다.”영지호는 이를 갈며 이어 말했다.“동방에는 용국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서현우는 바로 용국의 최강자로 무서운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두 사람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그렇게 대단해?”“물론 아닙니다.”영지호는 고개를 저었다.“아무리 강해도 사부님한테는 그냥 개미에 불과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너 지금 앞뒤 말이 다른 거 알아? 헛튼 수작 주렸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지?”삼엄한 말투에는 극도의 냉담함도 스며져있다.영지호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약간 창황하게 말했다.“단언컨태 거짓
“용국력, 11월 25일, 날씨 맑음.”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에서 미니 JK복을 입고 청춘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한 소녀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옥같은 두 다리를 뽐내며 당당하게 걷고 있다.한겨울에 다들 패딩을 입고 있는데 유독 그녀만 JK 스커트를 입고 있다.보통 사람들과 다른 모습이 이목을 끌고도 남을 법하다.그러나 소녀는 그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하고 있었다.그 후 그녀는 겨울 햇살을 맞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폰에 남겼다.“오늘은 JK룩, 짱 좋아!”이미지와 함께 소녀는 스토리에 글을 올렸다.그리고 나서 폰을 거두었는데 시선은 어느새 먹자 골목에 끌려 바라 돌진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는 두 손 넉넉하게 음식을 가득 쥐고 먹자골목에서 나왔다.그녀는 힘껏 입안으로 음식을 넣었는데, 볼이 빵빵한 그 모습이 마치 햄스터처럼 보여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귀여웠다.“저기요, 이렇게 추운날씨에 그렇게 적게 입고 다니면 감기걸려요.”누군가의 소리가 문뜩 울려퍼졌다.소녀는 흡족해하며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는데 왠 이상한 남자가 그녀를 보고 있었다.생김새는 극히 평범하고 명품으로 온 몸을 도배한 남자였다.남자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럭셔리카 열쇠를 손에 쥐고 거들먹거렸다.“지금 저 걱정해주시는 거예요?”소녀는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러자 남자는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당연히 걱정이 되죠. 아니면, 저랑 가실래요? 제가 있는 곳은 엄청 따뜻하소 푸근한데...... .”소녀는 히히 웃으며 말했다.“정말요?”“정말요!”소녀의 순진무구한 웃음에 남자는 참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그는 금용의 재벌집 도련님으로서 수없이 많은 여자들을 봐왔다.그러나 이렇게 순수하고 맑은 여자는 처음이다.마치 뭇 꽃들이 아름다움을 다투는 화원 밖인 길가에서 묵묵히 자란 들꽃같다고 할까?순박하지만 더없이 예쁜 그런 꽃 말이다.
소녀의 말에 손량은 모골이 송연해졌다.가능하다면, 그는 평생 이 미친 여자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이 여자와 멀리 하고 싶었다.“서현우 사도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래!”손량은 숨을 가쁘게 쉬며 이어 말했다.“너만 서현우 살릴 수 있어! 네가 사경을 해메고 있을 때 서현우는 두말없이 널 구해줬어!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는건 아니지?”“사도에 빠진다고? 점점 재미있어 지네...... .”포리는 입을 삐죽 내밀고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황빈에게서 진요기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싫어. 지금은 더 재미있는 장난감이 생겼어.”“너...... .”포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럼, 시작해볼게요.”손량은 안색이 변하면서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훌쩍 뛰여올라 감쪽같이 사라졌다.“재미없어.”포리는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좀만 더 매달려주지...... 한 마디만 더 해도 따라갔을 건데...... .”소녀는 중얼거리며 황빈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야, 너랑 같이 가줘?”“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황빈은 벌벌 떨며 버벅거렸다.손량과 포리 사이의 대화는 비록 작은 소리로 제3자가 듣지 못했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포리가 손량 군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거다!이런 인물을 황빈의 집안 배경으로는 건드릴 자격이 없다.그는 지금 두려움이 극치에 달하고 있다.“뭐가 미안한데?”포리는 그를 들어 그의 팔을 잡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미안해 하지마! 그리고 아줌마! 내가 네 남편 꼬겼다고 했지? 어디한번 제대로 보여줄게, 내가 어떻게 꼬시는 지! 가볼까?”“저...... .”황빈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했다.그는 결국 포리에게 강제로 끌려갔다.진요기는 일어서서 주먹을 꽉 쥐고 눈에 원망의 빛이 가득했다.진요기가 포리를 수습할 방법을 강구하려고 할 때 갑자기 얼굴이 간지러워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긁었다.그러나 긁을 수록 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