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수십 년 동안 눈이 내리지 않았던 중영에는 눈송이가 흩날리고 있다.은빛으로 뒤덮인 중영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서현우는 외투를 두르고 조용히 저택을 떠나 통제구역을 나와 길가에서 택시를 탔다.“어디로 모실까요?”운전 기사가 웃으며 물었다.“남응산으로 가주세요.”“좀 먼데...... 눈까지 와서 산길도 험하고 위험할 거 같아요.”운전 기사는 말을 듣고 약간 망설였다.서현우는 모자를 벗고 말했다.“두 배로 드릴게요.”“그래요, 그럼...... .”운전 기사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미러로 서현우를 보고 멍해졌다.그러자 서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제가 누군지 이제 아시겠어요?”운전 기사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오재훈과 이용이 남강으로 달려갔을 때, 서현우는 중영으로 돌아왔었다.그리고 그때 서나영이 사진 한 장을 보내왔었는데 오재훈이 임진을 미친듯이 쫓고 있는 화면이었다.그때 서현우는 사진을 보고 살의가 끓어올랐었다.그리고 그때도 이 택시를 탔었다.순찰총국에 도착하자마자 서현우는 차에서 내려 택시요금을 내려고 했는데 이 운전 기사는 놀라서 액셀을 굳게 밟고 가버렸었다.강제로 한 번 더 타긴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렇게 큰 중영에서 택시는 셀 수 없이 많을건데,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도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모...... 모르겠는데요...... .”운전 기사의 웃음은 눈밭에 얼굴을 몇 시간 동안 묻은 것처럼 굳어졌다.서현우는 미소를 지었다.“그냥 출발하시죠. 남응산으로...... .”“너무...... 너무 멀어요...... 저...... .”“승차 거부 하시면 신고할겁니다.”“그게...... 제가...... .”“그럼, 하루만 빌려주시죠.”“...... .”택시 기사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200만원 받았습니다.”택시 기사는 길가에 서서 귀 옆에서 울리는 기계 소리를 듣고 휴대폰을 꺼내 보았는데 200만원이 들어와 있었다.그리고 서현우는 담배를 물고
흰 눈이 흩날리는 가운데 홍차의 향기가 풍기고 있다.그리고 두 사라의 검은 머리카락도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세가지 요소는 함께 어울려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하지만 이 멋진 장면속에는 짙은 살기가 조용히 만연하고 있다.찬바람보다, 하얀 눈보다, 뼛속까지 더욱 파고드는 그런 살기다.“현양명백 독은 황이 나한테 준거야.”영지호의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광택이 반짝였다.“근데 하나만 물어보자. 독의 이름은 어디서 알게 된거야?”“의경 한 권을 뜻밖에 얻게 되었는데, 책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단약과 독단이 기록되어 있었어.”서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서현우는 영지호를 쳐다보며 물었다.“귀성, 칠황산 기억나?”“칠황산?”영지호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난 몰라.”“남강 장병으로 사칭한 그 사람들은 네가 보낸 게 아니야?”서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영지호는 처음에는 멍해졌지만, 나중에는 깊은 의미의 웃음을 지었다.“재밌네...... 이 세상은 역시나 다채로워!”서현우는 침묵에 빠졌다.칠황산에는 다섯 명의 군신급 강자, 20여 명의 정예 고수가 남강 장병으로 사칭해서들어왔었다.이 힘은 결코 만만치 않다.결코 아무렇게나 꺼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만약 영호지의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군신급 강자를 지휘할수 있는 사람이 용국에 또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용국은 너무 커서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서현우는 천하의 영웅을 무시한 적이 없다. 다만 여전히 믿을 수 없을 뿐이다.필경 오재훈이 다년간 경영해온 세력에는 군신급 강자가 몇명 존재하지 않았다.“현양명백의 독은 현양조의 눈을 취하고 명백초의 독소를 첨가하여 다른 약물과 배합하여 정제된거야.”“황성의 서고에서 찾아보지 않았어? 현양조와 명백초에 관한 정보가 없었어?”서현우는 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약간 씁쓸한 맛이 미뢰에 피어났다가 달콤하고 순후하며 진한 맛으로 빠르게 변했다.“차 맛 좋네.”서현
서현우는 반지를 자세히 살펴보며 물었다.“이 반지가 성지 입장권이야”“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성지는 네가 익숙히 알고있는 세계지도에 존재하지 않아. 특수한 시공간에 존재하고 있는데, 상상할 수도 없는 신이 창조한 공간이야. 일반인은 볼 수도 만질 수도 평생 찾을 수도 없어. 오직 이 반지만이 성지와 소통할 수 있고 진입할 수 있는 권한인거지.”“축하해.”서현우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너는 분명히 성지로 당장이라도 갈 수 있는데 굳이 내 앞에서 자랑하려고 애쓰고 있어. 자신 있는가 봐? 내가 널 죽이지 못할거라고?”“당연하지.”영지호는 웃으며 말했다.“넌 날 죽일 수 없어. 반대로 내가 너한테 먼저 연락했다는 성지로 가기 전에 널 죽이기 위해서야. 억울해서 이대로 못가겠거든.”“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얻었니?”“황의 목숨에서 얻었다고 할까?”“그럼 내가 한 번 해볼까?”서현우가 물었다.그러자 영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어서 해봐.”날카롭게 대립하는 맛은 이 순간 극도로 짙어졌다.쾅-서현우가 손을 댔다.우레와 같은 소리가 삽시에 울려퍼졌다.서현우가 남김없이 날린 주먹은 영지호의 몸에 고스란히 떨어졌다.그를 산산조각 나게 거침없이 때렸다.그러나 서현우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전방의 공기가 뒤틀려 블랙홀이 된 다음 서현우를 삼키기 시작했다.서현우는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발밑에는 희미한 빛이 있지만 수면처럼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었다.머리가 하늘에 닿지도 않고 발이 땅에 닿지도 않으며 사방은 텅 비어 캄캄하기 그지없었다.“환진인가?”서현우는 비수를 꽉 쥐고 정신을 집중하여 기다렸다.“그렇게 쉬울리가 있겠어?”영지호의 웃음소리는 사방팔방에서 메아리쳤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황의 강대함을 똑똑히 느껴본적이 없지? 황은 강대하긴 하나 또 자부심이 너무 강해서 문제야. 성지밖에서는 이런 수단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맹목적으로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를 볼 수 있다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잘 있어!”“영지호!!!”서현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와 미친듯이 소리를 쳤다.그런 그의 모습을 아랑곳하지 않고 영지호는 미소를 지으며 뒤로 넘어졌다.그러더니 산꼭대기에서 떨어져 찬바람이 쌩쌩 부는 가운데 연기처럼 사라졌다.“가지 마!”쿵쾅쿵쾅...... .남응산 정상에서 폭발음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환진을 구축한 기초 진석은 서현우에 의해 모두 파괴되었다.눈앞의 칠흑이 걷히자 서현우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웠다.그리고 영지호의 뒤를 따라 거침없이 뛰어내렸다.연기와 먼지가 눈송이를 동반하여 온 세상을 어지럽혔다.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처럼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영지호!”“영지호!!”“영지호!!!”서현우는 눈밭에 누워 외로운 늑대처럼 포효하며 영지호의 이름을 끊임없이 외쳤다.원한은 그를 철저히 파묻어버렸다.“현우 도련님!”이때 뇌창과 홍성이 한걸음에 달려왔다.그뿐만 아니라 잠용과 천용각 봉안도 잇따라 왔다.다들 하나같이 얼굴이 더없이 어두웠다.빈틈없이 대기하고 수색했지만 끝내는 영지호를 체포하지 못했다.이는 그들에게 있어서 큰 굴욕이나 다름없다.서현우는 벌떡 일어섰다.성홍색의 두 눈동자는 마치 상감된 붉은 수정과 같았다.그는 숨을 크게 헐떡이며 이마에, 목에, 팔에...... 온몸 군데군데에 핏줄이 솟아올랐다.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짙은 살의에 거의 통제력을 잃을 듯했다.그는 뱀파이어처럼 피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눈에 보이는 것이 없이 모든 생물을 모두 말살하고 싶을 정도로 간절하다.“꺼져! 다 꺼져!”서현우는 고통에 겨워 미친듯이 소리쳤다.“현우 도련님, 괜찮으십니까?”그의 모습에 뇌창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꺼져!”두 글자에 광풍이 눈송이를 휩쓸고 오는 것처럼 끝없는 살기가 가득했다.홍성은 지금 이 순간의 서현우를 보면서 예전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남강 전장에서 가장 잔혹하고 가장 철저한 살육상태에 스며들어 있던 서현우말이다.“가자! 얼른!
“네? 뭐라고요?”홍성과 뇌창은 벼락에 맞은 듯 멍하니 초점을 잃었다.오재훈의 대답에 놀라움이 극에 달했다.사도에 빠진다는 건 무자에게 있어서 보통 사람이 시한부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다.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증상이 가벼우면 경맥이 다 떨어져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하는 폐인이 되는 것이다.진개국과 진원 부자처럼말이다.증상이 심하면 그대로 목숨을 잃게 되고 그 누구도 살려낼 수 없을 것이다.일단 무자가 사도에 빠지면 이는 이미 사형을 선고받은 것과 같은 경우다.진아름은 비록 무자는 아니지만, 그동안 들어온 말들이 있어 사도에 빠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진아름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똑바로 서기도 힘들었다.서나영과 서태훈도 마찬가지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상관과 손량은 주먹을 꽉 당겨쥐고 표정이 극도로 굳어졌다.“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어.”오재훈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아직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어...... 난 일단 최선을 다해서 저 녀석 상태부터 안정시킬거야.”“언제쯤 깨어날 수 있습니까?”손량이 물었다.그러자 오재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건 장담하기 힘들어. 내일이면 깨어날 수도 있고 한 두달이 걸릴 수도 있어...... 결국은 현우한테 달렸어.”진아름은 손을 떨며 서현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서현우의 갈라진 입술에 뚝뚝 떨어졌다.“현우야...... 나 진짜...... 힘들어...... 더 이상 어떻게 버텨야할 지 모르겠어...... 너까지잃게 되면 난 진짜...... 날 위해서라도 깨어나줘...... 난 네가 필요해...... .”진아름의 간절한 모습에 다들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강철처럼 강한 손량도 마찬가지로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하지만 그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황급히 몸을 돌려 떠났다.“하느님도 참 무심하시지...... .”서태훈은 눈물을 흘렸고 양쪽 귀밑머리도 한 순간에 흰색으로 변했다.파라만장한 인생에 더
“영지호입니다! 사숙님께 인사를 올리겠습니다.”영지호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자태가 극도로 비천하여 저절로 눈이 감길 정도였다.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두 사람은 멍하니 있다가 영지호가 끼고 있는 검은색 보석반지를 보게 되었다.눈빛은 더없이 매서워지며 반짝였다.“네 손에 있는 반지, 황이 거야?”“네! 사부님이 주신겁니다!”두 사람은 눈을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사부?”“네.”영지호는 공손하게 입을 열어 황이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인 모든 과정을 말했다.그리고 황에게 속하는 것들을 꺼내 신분을 증명했다.그러자 그 중 한 사람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황이 결계반지를 너에게 주었다니! 지금 황은 어디에 있어?”영지호는 고개를 들어 순간 눈물을 흘리며 다시 절을 했다.“사숙님들! 제발 우리 사부님을 위해 복수 해주세요! 사부님은...... 처참하게 살해 당했습니다!”하지만 두 사람의 눈빛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사실 황이 죽었을 때 그들은 이미 황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모든 천열문의 사람들은 천열문에 명패를 남기곤 한다.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명패는 스스로 갈라진다.두 사람이 나타난 건 바로 황의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서이다.이때 그중 한 사람이 담담하게 물었다.“개미들로 바글바글한 세상에서 황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나 있어?”“네! 있습니다! 서현우라고 하는 자가 사부님을 죽였습니다.”영지호는 이를 갈며 이어 말했다.“동방에는 용국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서현우는 바로 용국의 최강자로 무서운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두 사람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그렇게 대단해?”“물론 아닙니다.”영지호는 고개를 저었다.“아무리 강해도 사부님한테는 그냥 개미에 불과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너 지금 앞뒤 말이 다른 거 알아? 헛튼 수작 주렸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지?”삼엄한 말투에는 극도의 냉담함도 스며져있다.영지호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약간 창황하게 말했다.“단언컨태 거짓
“용국력, 11월 25일, 날씨 맑음.”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에서 미니 JK복을 입고 청춘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한 소녀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옥같은 두 다리를 뽐내며 당당하게 걷고 있다.한겨울에 다들 패딩을 입고 있는데 유독 그녀만 JK 스커트를 입고 있다.보통 사람들과 다른 모습이 이목을 끌고도 남을 법하다.그러나 소녀는 그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하고 있었다.그 후 그녀는 겨울 햇살을 맞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폰에 남겼다.“오늘은 JK룩, 짱 좋아!”이미지와 함께 소녀는 스토리에 글을 올렸다.그리고 나서 폰을 거두었는데 시선은 어느새 먹자 골목에 끌려 바라 돌진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는 두 손 넉넉하게 음식을 가득 쥐고 먹자골목에서 나왔다.그녀는 힘껏 입안으로 음식을 넣었는데, 볼이 빵빵한 그 모습이 마치 햄스터처럼 보여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귀여웠다.“저기요, 이렇게 추운날씨에 그렇게 적게 입고 다니면 감기걸려요.”누군가의 소리가 문뜩 울려퍼졌다.소녀는 흡족해하며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는데 왠 이상한 남자가 그녀를 보고 있었다.생김새는 극히 평범하고 명품으로 온 몸을 도배한 남자였다.남자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럭셔리카 열쇠를 손에 쥐고 거들먹거렸다.“지금 저 걱정해주시는 거예요?”소녀는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러자 남자는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당연히 걱정이 되죠. 아니면, 저랑 가실래요? 제가 있는 곳은 엄청 따뜻하소 푸근한데...... .”소녀는 히히 웃으며 말했다.“정말요?”“정말요!”소녀의 순진무구한 웃음에 남자는 참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그는 금용의 재벌집 도련님으로서 수없이 많은 여자들을 봐왔다.그러나 이렇게 순수하고 맑은 여자는 처음이다.마치 뭇 꽃들이 아름다움을 다투는 화원 밖인 길가에서 묵묵히 자란 들꽃같다고 할까?순박하지만 더없이 예쁜 그런 꽃 말이다.
소녀의 말에 손량은 모골이 송연해졌다.가능하다면, 그는 평생 이 미친 여자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이 여자와 멀리 하고 싶었다.“서현우 사도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래!”손량은 숨을 가쁘게 쉬며 이어 말했다.“너만 서현우 살릴 수 있어! 네가 사경을 해메고 있을 때 서현우는 두말없이 널 구해줬어!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는건 아니지?”“사도에 빠진다고? 점점 재미있어 지네...... .”포리는 입을 삐죽 내밀고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황빈에게서 진요기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싫어. 지금은 더 재미있는 장난감이 생겼어.”“너...... .”포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럼, 시작해볼게요.”손량은 안색이 변하면서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훌쩍 뛰여올라 감쪽같이 사라졌다.“재미없어.”포리는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좀만 더 매달려주지...... 한 마디만 더 해도 따라갔을 건데...... .”소녀는 중얼거리며 황빈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야, 너랑 같이 가줘?”“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황빈은 벌벌 떨며 버벅거렸다.손량과 포리 사이의 대화는 비록 작은 소리로 제3자가 듣지 못했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포리가 손량 군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거다!이런 인물을 황빈의 집안 배경으로는 건드릴 자격이 없다.그는 지금 두려움이 극치에 달하고 있다.“뭐가 미안한데?”포리는 그를 들어 그의 팔을 잡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미안해 하지마! 그리고 아줌마! 내가 네 남편 꼬겼다고 했지? 어디한번 제대로 보여줄게, 내가 어떻게 꼬시는 지! 가볼까?”“저...... .”황빈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했다.그는 결국 포리에게 강제로 끌려갔다.진요기는 일어서서 주먹을 꽉 쥐고 눈에 원망의 빛이 가득했다.진요기가 포리를 수습할 방법을 강구하려고 할 때 갑자기 얼굴이 간지러워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긁었다.그러나 긁을 수록 간지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