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50화

“승낙만으로는 부족해. 너는 심마 서약을 해야 해.”

서현우가 말했다.

번산은 눈이 찢어질 듯이 말했다.

“자식, 너 그건 노부의 인품을 믿지 않는 거야!”

서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믿지만, 소위 친형제 사이에도 계산을 분명히 한다고 하잖아. 계약의 방식으로 너와 나를 더 안심시킬 수 있어.”

“그래! 노부가 맹세하면 되는 거지!”

번산은 이를 갈며 미워했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마음이 씁쓸했다.

이것도 서현우를 탓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가 먼저 난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도끼로 자기 발을 찧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다.

맹세를 마친 번산이 다시 서현우에게 돌진했다.

“잠깐.”

서현우가 말했다.

“개X의 자식, 노부가 이미 심마 맹세도 했는데, 너는 또 왜 그래? 정말 노부와 함께 죽고 싶어?”

번산의 영혼체는 이미 두 팔도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지체하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극락에 의해 벗겨진 뒤에 암흑천지에 봉인되었는데, 서현우를 따라간 지 얼마나 되었어?’

‘아무것도 즐기지 못했어.’

세상 사람들은 아직 번산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데, 이렇게 존재감 없이 죽는 것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

“긴장하지 마, 그냥 묻고 싶은 거야. 정말 홍색 반딧불이 있어?”

“있어! 숨어 있을 뿐 웬만하면 나타나지 않지만, 노부에게 그것을 끌어낼 방법이 있어.” 번산이 얼른 말했다.

서현우는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신념의 장벽을 없앴다.

“들어와.”

다음 순간, 몸통도 있는 듯 없는 듯한 번산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서현우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아...”

서현우의 머릿속에서 피바다에 잠긴 번산이 편안한 소리를 냈다.

피바다의 세척을 받으면서, 거의 붕괴되었던 그의 영혼체는 견고해졌다. 비록 두 손과 두 발은 여전히 자라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명을 지켰다.

번산의 목소리에 서현우는 머리카락이 주뼛 서면서 자신이 깨끗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늙은이, 감히 또 이런 소리를 낸다면, 너와 함께 죽어버리겠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