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휘-갑작스럽게 광풍이 일어났다.홍세령의 손바닥에서 나온 순수한 혈악의 힘이 서현우의 몸에 들어갔다가, 다시 경락을 통해 끊임없이 서현우의 손바닥에서 폭발했다.서현우의 눈에서 희미한 빛이 번쩍이며 안심이 되었다.그가 홍세령을 완전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만약 홍세령이 비로소 이 기회를 틈타 그에게 손을 댔다면, 서현우도 대처할 방법이 있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순식간에 홍세령을 격살해 후환을 제거했을 것이다.홍세령이 손을 대지 않았기에, 당연히 모두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홍세령의 힘이 받쳐주면서, 이미 서현우에 의해서 움푹 패이고 금이 갔던 핏빛 장벽의 금이 빠르게 퍼져갔다.그러나 서현우와 홍세령 두 사람의 에너지 소모도 놀라울 정도로 엄청났다.시간은 천천히 지나갔다.그 장벽은 분명히 이미 균열이 가득 퍼져 있어서, 다음 순간 깨질 것처럼 보였지만 끝끝내 깨지지 않았다.두 사람은 이미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 안색도 창백했다.체내의 혈악의 힘 소모는 무서울 정도여서 계속 이어갈 힘도 바닥이 났다.“번산, 도대체 언제 깨질 수 있어? 나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어!”서현우는 내심 고함을 질렀다.머릿속에서 번산도 굳은 표정으로 감탄하며 말했다.“극락의 실력은 정말 너무 무서워. 3만 년이 지났고 정확하게 깨는 방법이 있어도 여전히 쉽게 타파할 수 있는 게 아니야.”“감탄은 개뿔! 나와 홍세령은 기껏해야 십 정도 버틸 수 있어...”“10분? 충분할 거야.”“아홉.”“?”“여덟.”“...”홍세령이 소리를 질렀다.“도대체 깨질 수 있을까요? 내 혈악의 힘은 곧 고갈될 거예요!”“거의 다 됐어요! 할 수 있어요!” 서현우의 마음은 썩 달갑지 않았다.‘만약 이 장벽을 허물지 못한다면 쏟아 부은 힘과 시간이 완전히 헛된 일이 될 거야.’“극영, 당신은 정말 봉인을 깨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홍세령은 자신의 힘이 완전히 다 소진되려고 하자, 이를 악물고 손을 뒤집어서 새빨간 열매
두 사람은 거의 같은 시간에 봉인된 안쪽으로 들어갔다.서현우는 즉시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소모된 혈악의 힘을 회복하기 시작했다.홍세령도 서현우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똑같이 숨을 돌렸지만 눈을 감지는 않았다.몇 초 후, 찰칵 소리가 나면서 깨진 봉인이 다시 복구되었다. 모든 균열들은 마치 나타나지 않았은 것처럼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정말 천림곡에 들어왔어.” 홍세령이 믿기지 않는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3만 년 전 극락 선조가 천림곡을 봉인하면서부터 더 이상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신급의 강자들이 잇달아 시도했지만 여전히 실의에 빠져 돌아왔어.’‘오늘 우리 두 사람이 해냈어.’‘지존경의 실력일 뿐인데 말이야!’‘정말 말도 안 돼.’살짝 고개를 돌려서, 힘을 회복하고 있던 서현우를 바라보더니, 홍세령의 눈동자가 한순간 반짝이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대단한 저 남자가 극락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극홍 그들은 젊은 조상을 원할까?”잡념은 단지 순간이었고, 홍세령은 눈을 감았다.한 시간 후에 서현우가 먼저 눈을 떴다.소모된 혈악의 힘은 모두 회복되었고 약간의 정진도 느껴졌다.그건 바로 먼저 소모한 후에 잠재력을 눌러 짜낸 결과였다.그는 아직도 운기조식 하고 있는 홍세령을 보고 일어나지 않았다.‘만약 상대방의 도움이 없었다면, 천림곡의 봉인을 나는 절대 깰 수 없었을 거야.’‘그리고 상대방은 결정적인 순간에 내게 손을 대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지. 인품은 보장할 수 있어.’‘그럼 나도 그래야 해.’얼마 지나지 않아 운기조식을 끝낸 홍세령은, 서현우가 이미 회복된 것을 보고 의아한 기색이었다.‘상대의 회복 속도가 나보다 빨라!’‘이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야.’‘나는 신급 강자인 천잔 노인의 직계 제자이자 가장 아끼는 제자야.’‘이 사람이 극락 선조의 직계 후손이라도 외부에서 왔으니, 혈악의 힘에 대한 수련이 나보다 더 순수할 수는 없어.’“홍세령 아가씨, 회복되었습니까?” 서현우가 미
하늘엔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햇빛이 찬란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았고 몸을 비추는 햇빛은 오히려 따뜻하고 정말 편안한 느낌이었다.수십 리 밖에서 거대한 폭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은백색의 물줄기가 끊임없이 세차게 흐르고 있는데 마치 하늘의 은하수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먼 곳에는 우뚝 솟은 산들이 하늘 끝까지 이어졌다.나무들은 하늘을 떠받치는 것처럼 컸고, 넝쿨들은 다섯 사람이 둘러싸야 할 정도로 큰 나무보다도 굵고 단단했다.한 무리의 하얀 새들이 무리를 지어 지나가는데, 두 날개를 펼친 폭이 무려 수십 미터에 달했다.서현우와 홍세령은 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곳은 마치 거인의 세계와 같았고, 그들은 바로 거인의 세계에 잘못 들어선 작은 개미에 불과했다.그 정도로 작았다!그러나 홍세령이 더욱 놀란 것은 산과 물은 푸르고, 금빛으로 물든 하늘에는 흰 구름이 일렁이면서 노을 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여긴...”“여긴 어디지? 선계인가?”홍세령의 눈빛이 흐려졌다.‘수라계의 모든 것은 피처럼 붉은색이야.’‘이 세계의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 이미 습관이 되었어.’‘여태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본 적이 없었어.’‘신급 경지 이상의 강자만이 허공을 깨뜨리고 수라계에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있지.’‘그러나 수천억 인구의 수라계에서, 신급의 강자가 몇 명이나 될까?’서현우의 머릿속에서 번산이 말했다.“천림곡은 바로 이런 모습이었어. 극락은 이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보존하고 싶어서 봉인을 한 거야. 그렇지 않고 수라계의 혈악의 힘이 밀려들면, 이곳도 조만간 바깥의 풍경과 같아질 거야.”“그럼 과거에는 수라계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었어?” 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허전한 듯이 입을 열었고, 추억에 잠긴 듯한 말투였다.“아주 오래 전에...”“집어치우고 간단히 말해.” 서현우가 바로 말을 끊었다.‘아주 오래 전에’ 번산이 이렇게 말을 시작하자, 서현우는 심상치 않다고 느낀 것이다.‘번산은 너무
덩굴의 끝에 산처럼 큰 생물이 엎드려 있었다.“저건...”홍세령도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것은 사람이었다.한 명의 거인이다!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는데도 높이가 10미터 정도였다.몸의 길이는 더더욱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서현우와 홍세령은 거대한 짐승의 가죽을 두른 상대방의 허리와 가슴만 볼 수 있었는데, 산맥처럼 그들 앞에 가로놓여 있었다.두 다리와 머리는 먼 곳의 짙은 안개에 가려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렇다 해도 길이는 3km 이상이었다!“이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거인이 존재할 수 있지?” 홍세령은 거의 말을 하지 못했다.‘이거 너무 무서워.’‘만약 상대방이 직립한다면, 구름 속으로 우뚝 솟은 산봉우리보다 더 높을 수 있어!’서현우에게 다행인 것은 이 거인이 오래 전에 죽었다는 것이다.생명의 기운이 전혀 없었다.그러나 곧 서현우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계속 울렸다.그리고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이 거인의 몸에서 모공을 뚫고 나왔다.사방에 빽빽하게 있었다.1미터가 넘는 덩치에 머리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나 있는 거대한 입만 있었다.벌레가 지나간 곳마다 점액에 물들었다.“주제경의 벌레야!”홍세령은 머리털이 곤두섰다.만약 한두 마리라면 지존경에게는 아주 손쉬운 존재라서, 손만 쓰면 없앨 수 있다.그러나 지금 기어 나오는 벌레들은 빽빽해서 그 수를 도무지 추산할 수가 없었다.뚱뚱한 몸을 꿈틀거리면서 느리지 않은 속도로 서현우와 홍세령을 향해 돌진했다.“갑시다!”서현우는 맞서 싸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주제경 등급에서 이미 영역의 힘을 운용할 수 있어. 벌레가 이렇게 많은데 집단적인 영역의 공격 수단이 있을 줄 누가 알겠어?’‘일단 벌레들의 포위에 빠지면 탈출 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두 사람의 속도는 지극히 빨라서 마치 두 줄기 핏빛 빛줄기처럼 허공을 밟으면서 떠나갔다.분노한 수많은 벌레들은 하늘을 보면서 울부짖었다.그러나 벌레들은 공중
“사령관님, 이건 적국에서 온 투항서입니다. 땅 3000km를 내준다는 조건으로 우리가 철수하길 원합니다.”“우리 용국을 도발하더니 군사들이 죽어나가니 땅 3000km를 내주고 살려 달라? 웃기지도 않는군!”용국 남강 변강의 전략 회의실에서 10명의 장군들이 군복을 입고 예리한 눈빛을 하고 수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주시했다.이 사람이 바로 남강의 총사령관 서현우다.6년 전 범죄자의 신분으로 남강에 도착하여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다져 6년 만에 9개의 적국을 무찔러 적들 사이에서 명성이 대단한 남자였다.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에는 스물여섯의 나이의 젊은 나이에 사령관의 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톡, 톡, 톡...서현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릴 뿐이었다.급하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상대가 굴복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의 항복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쾅!바로 이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문을 열고 들어온 아름다운 여인에게로 향했다.여인은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훤칠하고 잘 빠진 몸매가 여실히 드러났다.그녀는 서현우의 심복 중 한 명인 홍성이었다.홍성이 빠르게 걸어오는 모습에 서현우가 입꼬리를 올렸다.‘결론이 난 모양이군.’“보고드립니다!”홍성은 그에게 다가와 경례를 했는데 얼굴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서현우는 그녀의 표정을 읽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오랫동안 그를 따른 홍성의 처음 보는 표정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사령관님, 중연시에서 소식이 전해졌는데 여동생분께서...”서현우는 벌떡 일어나 비장한 눈빛으로 물었다.“내 여동생이 왜?”홍성이 이를 악물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쉽사리 사진을 꺼내지 못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화나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중연시는 피바다가 될 것이다.“꺼내.”서현우가 명령했다.“네...”홍성은 심호흡을 하고는 사진을 꺼냈다.사진을 받
중연시 공항.“빨리! 행동 더 빠르게!”무장을 한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방어태세를 갖췄다.그들은 정확히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몰랐지만 큰일이 났다는 소식을 받고 긴급 출동하여 공항을 엄호했다.중연시 총독 천우성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초조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것이 왔다!전투기가 회오리를 뚫고 착륙했다.문이 열리고 서현우는 홍성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이어 그는 병사들이 총구를 자신에게 묘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비켜!”홍성의 수려한 눈빛에 살기가 흐르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변방에서 살육을 행하던 그녀에게서 흐르는 살기에 모든 사람들의 등골이 서늘해졌다.“사령관님!”천우성이 얼른 달려가 서현우의 앞에서 깍듯이 예를 갖추고 서현우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어렵게 입을 열었다.“중연시 총독인 천우성이라 합니다. 사령관님께서는 어쩐 일로 남강에서 오셨습니까?”홍성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사람들을 철수해요. 차를 준비시켜 사령관님을 제1병원으로 모셔요!”“그게...”천우성이 고개를 살짝 들어 서현우의 안색을 살폈다.그 눈짓 한 번에 그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서현우의 눈빛은 마치 피바다를 연상케 했다.홍성이 다시 엄격하게 말했다.“어서요!”“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셔야죠. 얼른 돌아가서...”천우성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홍성이 그를 향해 발길질했고 천우성은 그대로 자빠졌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살기를 담아 다시 명령했다.“얼른 차 대기시켜!”척!!!수백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총구를 홍성에게 조준했다.“서현우 님!”일촉즉발의 상황에 누군가 등장했다.천우성은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도착한 사람은 이천용이었는데 금용 감찰사의 총독으로서 전장 구역을 감찰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다.서현우가 이천용을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나에겐 낭비할 시간 없어. 얼른 차 대기시켜.”이천용은 바짝 말라가는 입으로 말했다.“걱정하지
‘오빠, 약 잘 먹어야 해. 엄마가 약 먹어야 낫는다고 했어.’무당은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던 서현우가 10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침대 옆에서 5살의 서나영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약을 먹이며 방긋 웃었다.“이 나쁜 놈들! 우리 오빠 괴롭히지 마!”초등학교 3학년의 서현우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고 양갈래머리를 한 서나영은 작은 팔을 벌리고 으르렁대며 서현우의 앞에서 사나운 모습으로 그를 보호했다. 그녀는 자신의 그런 모습이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고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를 것이다.“오빠, 난 왜 항상 이빨이 빠져? 자꾸 바람이 새잖아. 너무 못생겼어... 웃지 마! 오빠 미워!”유치가 빠진 서나영은 당황했지만 그런 자신을 웃는 서현우에게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오빠, 내 치마 예뻐?”엄마가 자신에게 치마를 사주면 서나영은 항상 가장 먼저 서현우의 앞에서 자랑했다. 그럴 때면 서현우는 매번 입을 삐죽대며 못생겼다고 놀렸다.“엉엉, 이제 엄마 없어. 오빠, 엄마 보고 싶어...”엄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던 그날, 밝은 성격의 서나영은 서현우의 옷자락을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오빠, 빨리 달려. 순찰 왔어. 이 돈은 내가 오랫동안 몰래 모은 거란 말이야. 얼른 가져가. 몸 잘 챙겨...”서나영은 발개진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꼬깃꼬깃 접은 돈을 서현우에게 건네고는 얼른 방향을 틀어 달렸다. 서현우를 잡으려고 혈안인 순찰을 따돌리기 위해서.그날 서현우는 스무 살 생일을 보냈다. 동생이 준 돈을 손에 쥐고 그녀가 떠난 자리를 보며 그의 세상은 암흑에 잠겼다.눈물이 앞을 가렸다.밝고 귀여운 동생의 모습과 처참한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동생의 모습이 겹쳤다.마치 무형의 손이 서현우의 심장을 터질 듯이 세게 잡고 있는 것 같았다.터덜... 터덜...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서현우는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 줄곧 꼿꼿했던 그의 등이 조금 휜 것만 같았다.마치 남강의 커다란 산을 모두 등에 업고 있
‘왜?’‘왜!’서현우는 처참한 심정으로 병상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는 주먹을 쥐었는데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아팠다.하지만 가슴이 아픈 것에 비할 바가 되진 못했다.그는 숨을 고르며 터져 나오는 분노를 삼켰다. 세상을 멸망시키고도 남을 분노였다.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백만 군대를 이끌고 적을 물리쳐 6년의 시간 동안 용국을 수호한 그였다.모든 사람들이 그가 변경에서 떨친 위엄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알지 못했다.무수히 많은 죽음에 직면했고 또 그만큼 살아서 돌아왔다.만약 그의 옷을 벗긴다면 셀 수 없이 많은 상처들을 보아낼 것이다.그건 철과 피가 뒤섞인 훈장으로서 그는 국가를 위해 몸에 새긴 영광으로 여겼다.하지만 돌이켜보니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사람이었는지 실감이 났다.몇억의 백성들을 살렸지만 유일한 동생은 지켜주지 못하는 꼴이라니!어릴 적부터 발랄하고 외유내강인 동생은 숨이 꺼지고 있다.그녀는 지금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이 세계에 그녀가 살아갈 의미는 없었다.그녀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전의 강렬했던 삶의 의지는 죽기 전에 6년 동안 실종이 되었던 오빠를 보는 것이었다.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걸 만족한 그녀는 이제 유감이 없이 세상을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무서운 기운이 흐르며 테이블에 있던 유리잔에 금이 갔다. 조금만 건드려도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았다.“홍성, 이천용 들여보내.”밖에 있던 홍성은 그의 냉랭한 목소리에 한기가 뼛속을 파고들었다.홍성은 흠칫하더니 동공이 커졌다.서현우가 처음 이렇게 화를 냈던 것은 혼자의 힘으로 적국의 9대 전신을 물리칠 때였다. 이번이 두 번째였다.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중연시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이천용이 들어왔다.서현우의 목소리는 아주 컸기 때문에 홍성이 전달할 필요도 없이 이천용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