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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백양은 밤이 더 화려한 도시다. 환한 조명은 도시 구석구석을 밝게 비췄다.

선바이저도 막지 못한 빛이었다. 만약 누군가 차 바로 곁에 서 있으면 분명히 보일 것이다.

윤윤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수치심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대표님 꼭 이렇게 하셔야겠어요?”

자신이 그를 아직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해서 너무 심하게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불만 있어?”

구재건은 시선을 내리깔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착한 척하려면 끝까지 해야지. 내가 네 속셈도 못 알아볼 줄 알아? 내 눈은 장식으로 보여?”

윤윤서는 흠칫 놀랐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장이 심하게 욱신거려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구재건이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어차피 결국에는 나한테서 못 벗어날 테니까.”

말을 마친 구재건은 그녀의 뽀얀 얼굴을 탁탁 쳤다. 적당한 힘은 통증을 주는 것보다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알아서 잘해.”

“...”

밀물처럼 밀려온 무기력함에 윤윤서의 눈가는 더욱 촉촉해졌다.

그녀는 정말 들킬 줄 몰랐다. 그래도 다행히 임신 사실은 들키지 않았다. 안 그러면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 상황을 슬퍼해야 하는지, 좋아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그녀가 주저하고 있을 때 구재건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10분 남았어.”

10분 후에도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면 낯선 사람 앞에서 하게 된다. 그녀가 수치스러워할수록 구재건은 더 신이 날 것이다.

“...”

윤윤서는 몸을 흠칫 떨었다. 눈초리까지 파르르 떨렸다. 대리 기사 앞에서 그런 짓을 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그녀에게 구재건은 악몽 그 자체였다.

윤윤서는 입술을 꼭 깨물고 있다가 결국 손을 뻗어 그의 바지 벨트를 잡았다. 차 안에는 금세 야릇한 분위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가끔 밖에서는 자동차 경적이 들렸다. 그때마다 긴장한 윤윤서는 콧등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러나 구재건은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힘이 빠진 손이 시큰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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