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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깊은 밤.

방안은 아직 전등을 켜고 있어 그야말로 대낮 같다.

반쯤 옷을 벗은 수현은 소파에 앉아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약물 설명서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가 먹을 약을 분류해 놓으면서 고개를 들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복부의 상처는 아팠지만 자신을 걱정하며 열심히 설명서를 검토하는 모습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 만족감은 지금까지의 얕은 정도가 아니라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다.

그의 시선이 계속 그녀의 얼굴에 꽂혀 있을 때, 윤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를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수현은 그녀의 표정에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왜 그래?”

“저녁은 먹었어?”

“...”

“왜?”

“안 먹었구나. 이 약은 식후에 먹는 건데. 너...”

“그래?”

수현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식후에 먹을 약이면 내일 먹지 뭐.”

“안 돼.”

그러자 윤아가 말했다.

“상처가 이렇게 됐는데 무슨 소리야.”

말하는 사이 윤아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수현의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일어나 따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곧 윤아에 의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여기서 기다려. 내가 주방에 가서 먹을 게 있나 알아볼 테니 먹고 약 먹어.”

“... 번거롭게 뭣 하러 그래. 한밤중에 주방에서 먹을 만한 게 어디 있어?" 수현이 약을 집으며 말했다.

“그냥 공복에 먹으면 돼.”

“안 돼.”

그러나 단번에 그를 제지하는 윤아.

“그동안 위 출혈이 있었던 걸 잊은 거야? 이 약들은 원래 위를 상하게 하는데 공복에 계속 먹는다면 위병이 또 재발할 거야. 게다가 이젠 새 상처까지 생겼잖아. 너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어?”

진작에 자신의 위병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수현은 윤아가 얘기를 하자 그제야 그 일이 떠올랐다.

그 일 때문에 윤아가 그를 더 많이 봐줬었던 것까지도.

그러자 수현이 뭔가 떠오른 듯 나직하게 물었다.

“내가 다쳐서 그래?”

뜬금없는 질문에 윤아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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