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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윤아는 침묵에 빠졌다.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쓴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두 옛날얘기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고 다시 만나 한방을 쓰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 갑자기 두 사람이 함께 지내게 된 격이다.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나 많이 다쳤는데 혼자 있게 놔둬? 만약 한밤중에 내가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떡해?”

윤아는 그를 쳐다보았다. 비록 그의 표정과 말에는 억지로 만들어낸 비참한 면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심하게 다친 게 맞고 그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눈으로 직접 보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의사 선생님은 별일 없을 거라고 하긴 했지만 그러다 뭔 일이라도 나면?

‘됐어. 애초에 진수현 방이잖아. 그냥 보내줘야지. 게다가 지금은 다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기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윤아는 마음을 놓고 말했다.

“가자.”

그녀가 입을 떼자 수현의 어둡던 눈빛에 잠깐의 희열이 스치더니 입가에도 보기 좋은 미소가 어렸다. 그는 그녀의 손을 그대로 잡은 채 앞으로 걸어갔다.

방에 들어간 후, 윤아는 소파에 있는 물건을 치우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훈이와 윤이가 모두 잘 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왔다.

그녀가 나올 때 동작이 유난히 조심스러운 것을 보고 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잠든 지 꽤 됐어. 둘 다 널 많이 기다렸는데 하루 종일 나와 함께 다니다 보니 피곤했나 봐.”

말이 끝나자 수현이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

“수고했어.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늘 수현의 몸에서 풍기던 싱그러운 옅은 풀 냄새는 이제 피비린내와 땀 냄새로 얼룩져있었다.

이제 너무 심하진 않지만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그의 몸에 있던 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깊던 상처가 떠오른다.

윤아는 그를 밀어냈다.

“옷부터 갈아입어.”

“냄새 때문에 그래? 아니면 내가 싫어?”

윤아는 무정하게 말했다.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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