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부드럽고 말캉한 촉감에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거두려 했지만 이내 수현에게 다시 잡혔다.그는 머리를 숙이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바닥에 키스했다.윤아는 가슴이 간질간질해져 다시 손을 빼려 했지만 수현의 힘이 너무 세서 빼는데 실패했고 그의 입술이 손바닥에서 조금씩 올라가 손가락 하나하나에 키스하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윤아가 발버둥 쳐도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다. 수현은 다치긴 했지만 윤아는 여전히 힘으로 그를 이길 수는 없었다.제일 중요한 건 윤아도 너무 세게 발버둥 쳤다가 수현의 상처가 찢어질까 봐 그저 반 져줄 수밖에 없었고 의식도 점점 몽롱해졌다.그렇게 그의 키스는 그녀의 손가락을 지나 목으로 향했고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갈 기미가 보이자 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아니...” “안돼!”윤아가 분주한 수현의 손을 낚아챘다.“수현 씨 아직 상처 다 낫기 전이잖아.”“괜찮아. 고작 이걸로 뭘.”고작 이거라니?윤아는 믿을 수가 없었다. 수현은 전에 상처를 처치할 때 아파서 식은 땀까지 흘리고 이마에 핏줄로 불끈 올라왔었다.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으면 치명상이었을 텐데 지금 고작 이거라고 말하고 있다.“안돼!”윤아가 단호하게 거절했고 손을 그의 가슴에 갖다댄 채 더는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수현은 상처가 아프긴 했지만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그 감정이 이끄는대로만 가고 싶어했다.하여 상처에서 전해지는 고통은 이미 뒷전이었다.“공주.”하지만 수현은 여전히 이성을 잃고 윤아의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살며시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다.“키스 조금만 더 하면 안될까? 약속할게.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안 한다고.”아무것도 안 한다고?윤아는 이 말을 믿는게 바보라고 생각했다.조금 전에도 다쳤으니 아무 짓도 안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엔 그녀를 붙잡고 한참을 키스했고 손도 분주하게 움직였다.윤아가 아는 수현이라면 이대로 두다간 수현은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을 것이다.그리고 여기는 밖이다.아이들이 잠들
수현이 드디어 말을 들으려 하자 윤아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한잔 따라 마시고 고개를 돌리는데 수현의 이마에 식은 땀이 맺혀 있는 걸 발견했다.“땀이 이렇게 많이 났는데 상처 괜찮아?”이렇게 물으며 윤아는 손을 내밀어 수현의 이마를 짚어봤다.“열 나는 거야?”짚어보니 조금 뜨거운 것 같기도 했지만 열이 나는 건 아닌 것 같았다.“아니, 열은 아니야.”수현은 다소 차가운 말투로 윤아에게 말했다.“왜 뜨거운지는 아까 우리가 뭘 했는지 생각해보면 되잖아.”“...”윤아는 할말을 잃었다.수현이 덧붙인 설명에 윤아는 바로 수현의 뜻을 알아채고는 손을 뺐다.그제야 윤아는 왜 수현이 온도는 높은데 열 난 것 같지는 않은지 알았다. 하지만 수현은 부끄럽다는게 뭔지 모르는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자자.”수현은 윤아가 누웠던 자리를 가리키더니 와서 누으라고 손짓했다.조금 전 일어난 일들이 생각나 윤아는 잠깐 망설였다. 그냥 가서 누웠다가 수현이 또 그러면...“이번엔 진짜 아무 짓도 안 해. 약속할게.”윤아가 반박했다.“약속하면 뭐해? 전에도 다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그랬잖아.”“응, 그건 예전이고. 그리고 그때 약속한다고는 안 했거든?”“...”윤아는 말문이 막혔다.수현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윤아는 한 2초 정도 망설이더니 결국 원래 누웠던 자리로 가서 누웠지만 그녀가 눕자마자 수현의 손이 다시 다가왔다.윤아는 수현이 또 뭔가를 하려는 줄 알고 표정이 삭 바뀌었지만 수현은 그저 이불을 끌어와 그녀의 몸에 덮어줬다.행동이 힘겨운 걸로 봐서는 상처가 많이 아픈 듯했다. 윤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내밀어 이불을 당겨오더니 수현에게 말했다.“됐어. 수현 씨도 이제 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이렇게 말하더니 그녀는 이불을 펼쳐 수현에게 자리를 남겨주었다.이런 윤아의 행동에 수현은 가볍게 웃더니 옆에 누웠다.수현에게 자리를 남겨주기 위해 윤아는
윤아가 불만스럽게 반박했다.“아니야. 만약에 불구자되면 난 너 버릴 거야.”“진짜야?”“진짜야.”“그래. 그렇다면 불구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지...”“알면 됐어...”5년이 넘었지만 두사람은 지금처럼 이렇게 조용히 누워있으면서 영양가 없는 ‘흰소리’만 한 적은 처음이었다.쓸만한 대화는 아니었지만 윤아의 마음은 느껴본 적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윤아는 지금 고개만 들면 수현의 완벽한 턱선을 볼 수 있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의 체취로 가득했다.옷을 바꿔입으니 몸에서 피비릿내도 줄어들었고 익숙한 그의 향기로만 꽉 차 있어 사람을 안정시켰다.이렇게 생각한 윤아의 갈곳 없는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가더니 눈을 감고 수현의 가슴에 기댔다.“졸려.”윤아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자.”“응, 어디 불편한데 있으면 나 불러.”“그래.”윤아는 곧 수현의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잠에 들었다.수현은 윤아가 감기에 걸릴까 봐 이불을 덮어주다가 상처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하지만 윤아가 옆에 있으니 그의 소리에 깰까 봐 억지로 다시 참았다.수현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상처를 살피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처는 수현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윤아가 옆에, 그것도 그의 품속에 있으니 고통은 뒷전이고 마냥 행복하게만 느껴졌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의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갔다.민재가 이런 수현의 생각을 안다면 아마 그런 수현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퉤, 금사빠 같으니.”...서훈이 일어나 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하윤을 보고는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어제 큰일도 겪었고 서훈은 하윤을 더 자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서훈이 하윤에게 이불을 덮어주자마자 하윤은 눈을 떴고 부스스한 눈으로 서훈을 바라봤다.“오빠?”서훈은 하윤이 깨자 일으켰다. 하윤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했는지 자리에 앉아서 눈을 비비적댔다.“오빠,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이렇게 말하고는 주위를 빙 둘러봤지만 윤아가 안 보이자 물었다.“엄마는?”서훈
작은 인기척에 윤아의 눈까풀이 움직였지만 눈부신 햇살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한참 적응하고 나서야 천천히 눈을 뜰 수 있었다.눈을 뜨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서훈과 하윤이 보였다.윤아는 자기가 잘못 봤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깜짝 놀랐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윤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녀석은 윤아가 깼음을 알고 얼른 그쪽으로 달려가 인사했다.“엄마, 일어났어요?”하윤의 목소리가 꽤 컸기에 아직 단잠을 자던 수현도 잠에서 깼다.수현이 눈을 뜨자 하윤은 기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아저씨!”하윤은 그쪽으로 쪼르르 달려가 수현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아저씨, 이제 엄마랑 같이 자는데 앞으로 하윤이 아빠하는 거예요?”하윤은 나이는 어렸지만 아는게 많았고 엄마가 종래로 선우와 같이 잔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같이 자는 건 그렇다 치고 애정 행각도 없었다.나이는 어려도 가끔은 보는 눈이 어른보다 더 정확했다.수현도 하윤이 갑자기 달려와 이렇게 물을 줄은 몰랐기에 한참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아빠라고?”수현은 안쪽에 앉은 윤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하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아저씨가 하윤이 아빠 되려면 엄마가 동의해야 해.” “엄마?”하윤이 윤아를 올려다봤다.“그래.”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엄마가 동의하면 아저씨가 하윤이, 서훈이 아빠가 될 수 있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아저씨가 더 노력해서 엄마가 받아주게 할 거야.”이를 들은 하윤은 얼른 소파로 기어올라가 윤아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그럼 엄마는? 아저씨 받아줬어요?”“...”윤아는 할말을 잃었다.윤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하윤이 이렇게 말했다.“엄마는 이미 받아줬겠죠. 아니면 아저씨와 이렇게 같이 잘 리가 없잖아요.”“...”윤아는 말문이 막혔다.오해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아 윤아는 난처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비록 마음속으로 수현을 받아들이고 있긴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바로 인정하려고 하니 조금 망설여졌다.그때 상처를 받은 것
윤아는 한참을 더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럼 나는 먼저 씻으러 갈게요. 상처는...”“많이 좋아졌어. 어제 소독하고 약도 먹었잖아. 잊었어?”이를 들은 윤아는 수현을 힐끔 쳐다봤고 안색이 어제보다 많이 좋아졌음을 발견했다.약이 잘 맞는다는 의미였다.윤아는 한시름 놓고 샤워하러 갔다.윤아가 가고 두 녀석도 얼른 그녀의 뒤를 따랐다. 수현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 도착해서야 하윤이 소리 내어 물었다.“엄마, 왜 아저씨가 아빠 하는 거 동의 안 하는 거예요?”윤아는 하윤이 따라와서 이 질문을 할 거라는걸 알고 있었기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아직 때가 아니야.”때가 아니라고?“그럼 언제...”“하윤아.”서훈이 하윤의 질문을 자르더니 낮은 목소리로 타일렀다.“그만 물어 봐. 엄마가 동의하면 알려주실거야.”하윤은 서훈도 이렇게 말하자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세 사람은 같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는 아이들 칫솔까지 파란색과 핑크색으로 준비되어 있었고 어린이용 컵도 같이 놓여 있었다.윤아는 이를 보고 마음이 따듯해졌다.아이들이 쓰는 물건은 생각보다 더 귀여웠다. 사전에 준비해둔건지 아니면 어젯밤에 급하게 준비한건지는 알수 없었다.윤아는 아이들에게 치약을 짜주며 말했다.“얼른 치카하고 밥 먹으러 가자.”“고마워요, 엄마.”수현이 다가왔을 때 마침 세사람이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있는 화목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이에 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하염없이 그들을 쳐다봤다.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 카메로 이 장면을 남겼다.마침 역광이라 막 찍어도 바탕화면으로 삼을 수 있는 정도였다.수현은 선 자리에서 바로 바탕화면을 바꿨다.그러는 김에 잠금화면도 동시에 바꿨다.수현은 그 자리에 서서 화면을 잠궜다 열었다를 반복했다. 직접 찍은 사진이지만 아무리 봐도 정말 너무 예뻤다.그렇게 서서 한참을 되새김질 하는데 마침 윤아와 두 녀석이 양치를 마치고 일어섰다.돌아서는데 수현이 서서
“이미 그렇게 조치하라고 사람 보냈어.”사람을 보내긴 했지만 준비하라고 말하지 않은 건 아마 무슨 어려움에 부딪혀서일 것이다.하긴 선우와 한바탕 겨루면서 윤아를 구해내긴 했지만 여권이나 기타 서류는 아직 선우에게 있다.여권 없이 귀국하려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요며칠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종일 별장에만 있자니 너무 심심했다.아래층에서 밥을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수현에게 소독해주러 왔다.상처가 꽤 심하니 의사도 직접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약을 바꿔주고는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그러더니 하윤의 발에 난 상처도 검사해 주었다.검사가 끝나자 민재가 의사를 데리고 나갔고 두 녀석도 민재와 함께 방으로 갔다. 윤아는 그 자리에 남아 수현이 약을 먹도록 챙겼다.씁디 쓴 알약은 마치 사탕인 것처럼 수현의 입으로 한알 한알 들어갔고 수현은 너무 쓴 나머지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윤아가 딱 지키고 있어 하는 수 없이 꿀꺽 삼켰다.이런 느낌은 쓰면서도 달콤했다.수현의 약을 챙기고 나니 윤아는 오늘 임무의 3분의 1은 완성한 느낌이었다.윤아는 사실 마음에 걸리는 다른 일이 있었지만 수현 앞이라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윤아의 모습에 수현이 물었다.“하고 싶은 말 있어?”이를 들은 윤아는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결국 하고 싶은 말을 꿀꺽 다시 삼켰다.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말했다.“아니야.”수현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런 윤아를 바라봤다.보맗분명히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듯한 눈치인데 말하고 싶지 않아하니 강요할 수도 없었다.그녀가 털어놓고 싶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하루종일 별장에 있는 윤아는 점심을 먹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돌아다녔다.마침 밖에서 돌아오는 민재를 보고 수현에게 물으려다 다시 삼킨 말이 떠올라 잰걸음으로 민재에게 다가갔다.“비서님.”민재는 밖에서 들어오자마자 그를 향해 다급하게 다가오는 윤아를 보고 용건이 있음을 알아채고는 걸음을
하지만 윤아는 정말 수현에게 상처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모자랄 정도로 착하다 해도 좋지만 윤아에게 선우는 제일 중요한 시기에 만난 제일 특수한 친구였다.윤아가 더 묻지 않아도 민재는 눈치로 윤아가 뭔가 말하려다 마는 걸 빠르게 알아채고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윤아님, 설마 이선우 씨가 걱정돼서 이러는 건 아니죠?”“제 생각엔 정말 걱정할 필요 없어요. 예전에 윤아님을 얼마나 잘해줬든간에 최근에 저지른 일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 윤아님 동의도 없이 외국으로 데려간 건 납치나 다름없어요. 주현아 씨가 계속 저희한테 윤아님이 신고하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않았으면 몇년은 옥살이 했을 거예요.”이 말에 윤아는 미간이 찌푸려졌다.“선우는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을 뿐이에요. 생각만 정리되면 새로운 삶을 살수 있을 거예요.”윤아에게 있어서 선우는 그녀가 제일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었다. 그런 선우의 세상은 지금 어둡기만 했고 마음의 병도 심각했다.이 시기는 선우에게 있어서 매우 견뎌내기 힘든 시기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윤아까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생각이 정리되어 어둠속에서 나올 수만 있다면 선우도 아예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하지만 계속 이대로 헤어나오지 못하고 빠져들기만 한다면 그의 인생은 점점 망가지게 된다.“생각이 정리된다고요?”민재는 윤아의 말이 우습다고 생각했다.“윤아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정도면 절대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아요. 제 생각엔 그냥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긴 거예요. 심리 상담이라도 받으면 모를까, 아니면 평생 못 고쳐요.”심리 상담?윤아도 선우가 상담 같은 걸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원한다면 말이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비서님, 혹시 이럴 수는 없을까요?”“없어요.”윤아가 말끝을 맺기도 전에 민재는 그녀의 생각을 부정해 버렸다.“윤아님, 아예 생각하지 마요. 지금 아마 다쳐서 침대에 누워있을 거예요. 의사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쪽에서 알아서
다친 수현을 윤아도 걱정하긴 했다.이에 달콤함을 느낀 수현은 이 정도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고 보람차다고 여겼다.하지만 윤아는 같은 이유로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있다.그 사람은 윤아를 외국으로 데려온 사람이기도 하다.만약 수현이 옛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선우도 지금까지 살아있지는 못했을 것이다.“대표님, 아니면... 일처리를 깔끔하게 할까요? 아니면 윤아님이 계속 이선우 씨를 떠올릴 것 같은데요.”“깔끔하게 한다니, 뭘 깔끔하게 한다는 거죠?”수현은 눈을 찌푸리며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냥 다치기만 했는데도 저렇게 걱정하는데 깔끔하게 처리하면 앞으로 윤아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할까요? 게다가 나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에요, 아이들도 있고. 법은 지키고 살아야죠.”수현의 말에 민재는 바로 그가 말뜻을 오해했음을 알고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오해하신 것 같은데 사실 제 뜻은 앞으로 윤아님이 더는 이선우 씨와 연락하지 못하게 막고 이선우 씨와 관련된 소식을 일절 들을 수 없게 하는게 어떻겠냐는 뜻이었습니다. 생각하고 계신 그런 뜻은 아니에요.”민재는 이렇게 말하며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까지 더했다.“...”수현은 말문이 막혔다.이 비서 참...수현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더니 언짢은 듯 말했다.“됐어요. 먼저 왜 선우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부터 알려줘요? 어디 아프대요?”“이선우 씨 말씀하시는 건가요?”“아니면요?”수현이 되물었다.“음... 그건 저도 아직 잘 모릅니다. 근데 윤아님 말씀으로 보면 이선우 씨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심리적인 문제라...”수현은 눈을 찌푸리며 민재의 말을 되뇌었다. 왜 심리적인 문제라고 할까? 학창시절에는 전혀 그런 기미가 없이 정상으로 보였던 선우였다.만약 진짜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그 시점이 그가 외국으로 건너간 뒤였을 것이다.선우는 외국으로 가자마자 모든 연락을 끊었기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무른다.윤아가 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