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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수현은 입을 꾹 닫은 채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서있었다.

“수현 씨, 뭐라고 말 좀 해봐. 사형수도 죽기 전에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알려주잖아.”

“내가 수현 씨를 구해줬던 걸 생각해서도 왜 이러는지 알려주면 안 돼?”

차갑던 수현의 마음이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돌아서서 말없이 소영을 바라보았다.

“그래. 네가 생명의 은인이라서 나의 옆자리를 줄곧 너한테 남겨두었어.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너한테도 나한테도 모두 불공평해.”

“나한테 불공평하다고? 왜?”

소영은 반사적으로 물었지만, 담담한 그의 표정을 보고서 이내 깨달았다.

믿어지지 않아 하는 그녀를 보면서 수현은 말했다.

“사랑이 없는 부부가 행복할까? 소영아, 너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

‘사랑이 없다고?’

‘내가 수현 씨를 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그러면 사랑이 없다는 건 수현 씨가...’

“소영아, 네가 필요한 걸 다 줄 수 있어. 근데 이것만은 안 돼.”

소영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다른 건 필요 없고 이것만 꼭 가져야 하겠다면?”

수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후 소영은 매일 그의 회사로 찾아가 소란을 피웠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의 부모도 나서서 설득했지만, 수현은 끄떡하지 않았다. 수현은 매일 찾아오는 소영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아마 ‘은인’이라는 방패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그가 약혼식에 나타나지 않자, 그녀가 버림받았다는 소식은 하룻밤 사이에 퍼졌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시간이 지나고 소영의 어머니는 딸에게 더 이상 남자에게 강요하지 말고 살살 꼬드기라고 알려줬다.

“걔가 너한테 마음도 없는데 네가 허구한 날 들이댄다고 소용이 있겠냐. 게다가 이런 일까지 벌였으니 더 싫어질 수밖에. 일단 엄마 말 들어, 차라리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나을 거야.”

“약한 모습?”

“그래. 네가 잘못했다고 빌어. 지금 너한테 마음 없어도 괜찮아. 친구로 지내자고 하고 옆에 붙어있으면 돼.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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