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54화

고석훈 그 자식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다.

양훈은 수현의 말 속에서 그가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와 이런 말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나도 오늘 밤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어. 윤아 씨는 좀 어때?”

수현은 얇은 입술을 앙다문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와 대화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양훈도 이를 눈치채고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한참 후, 가만히 있던 수현이 갑자기 그에게 말했다.

“여기 있지 마.”

“아무 말도 안 할게.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도 안 돼?”

“안 돼.”

“...매정하기는.”

“그래, 나 매정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쩌긴 뭘 어째.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양훈은 꿋꿋이 가지 않고 버텼다. 그렇게 한참을 옆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는데 수현이 갑자기 무슨 자극이라도 받았는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 그를 험상궂게 노려봤다.

“김양훈. 주먹 나오게 하지 마.”

아이들만 없었어도 수현은 진작에 그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을 거다. 이렇게 곱게 내버려두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많이 참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 그럼 한 번 쳐봐.”

양훈의 빈정대는 말투에 수현의 눈빛이 서서히 식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내가 못 할 줄 알아?”

바로 그때, 응급실의 불이 갑자기 꺼지더니 문 가까이에서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늘진 얼굴로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던 수현도 인기척에 순식간에 안색이 바뀌더니 응급실을 향해 달려갔다.

서로를 꼭 안고 있던 훈이와 윤이도 누가먼저랄거 없이 몸을 벌떡 일으켜 짧은 다리로 달려 나갔다.

물론 양훈도 그 뒤를 따랐다.

“의사 선생님. 어떻게 됐습니까?”

수현의 말투는 조금 전보다 많이 누그러졌지만 떨리는 목소리까지는 어찌 하지 못했다. 그의 숨결은 조용한 복도에 거칠게 울려 퍼졌다.

의사는 그들을 한 번 훑어보고는 물었다.

“누가 심윤아 씨 보호잡니까?”

그러자 수현이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접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