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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그런 이유라면 납득할 수 있지.

수현의 말이 끝난 후 하윤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때려보았는데 확실히 다리보다 더 수월한 것 같았다.

의자에 앉아 있었을 때는 발뒤꿈치를 들어야 간신히 다리를 가격할 수 있었는데 수현이 이렇게 머리를 숙이고 얼굴을 내어주니 큰 어려움 없이 마음껏 주먹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수현의 새까만 눈동자는 생각보다 더 어두웠고 얼굴도 날카로워 조금 무서웠다.

하윤은 그런 수현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손을 뻗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수현의 험상궂게 생긴 얼굴을 한 눈 보고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수현도 그런 하윤의 변화를 눈치챘다.

“왜 그래?”

하윤이 입을 오므리더니 말했다.

“아저씨가 보복하면 어떡해요?”

‘키도 크고 손도 큰 아저씨가 저 힘으로 날 때리기라도 한다면 난 납작만두처럼 납작해질지도 몰라.’

하윤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무서워져 서둘러 몸을 돌려 오빠에게로 달려갔다.

이미 딸에게 얼굴을 내어줄 마음의 준비를 다 했던 수현은 하윤이 갑자기 몸을 돌려 도망가 버리자, 어리둥절 해졌다.

그는 한시름 놓은 동시에 또 왠지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딸에게 맞는 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 보니 나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던 수현은 불현듯 지금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나 싶어졌다. 대체 누가 맞길 좋아한단 말인가?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수현은 얼른 지저분한 생각들을 치워버리고 응급실 상황에 집중했다.

제발 무사하길... 수현은 윤아가 무사히 깨어만 준다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한편, 서훈은 그의 곁으로 쪼르르 달려온 하윤을 살뜰히 챙겨줬다. 하윤을 의자에 앉히고 눈가에 맺힌 눈물도 세심히 닦아주는 모습은 제법 어른스러웠다.

서훈은 참지 못하고 수현 쪽을 힐끗 보았다. 수현은 아직 그곳에 앉아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그의 커다란 몸집이 유독 외로워 보였다. 서훈은 그런 수현을 보며 입을 앙다물었다.

“윤아, 우리 이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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