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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방금...윤아 씨 머리에서 피가 난 것 같은데?

게다가 고석훈 저 자식... 아이를 발로 차려고 했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머리가 복잡해진 양훈은 석훈에게 다가가 싸늘하게 그를 바라봤다.

“고석훈. 너 미친 거지?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나...”

석훈은 아니라고 반박하려다가 윤아의 이마를 타고 흐르던 선홍빛 피를 떠올리고 입을 다물었다.

자기가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인지했지만... 석훈은 고개를 돌려 소영을 바라봤다. 소영이 그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했다. 애초에 그녀가 아니라면 석훈도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테니까.

한편, 소영은 벌렁대는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았다. 그녀는 사실 윤아가 이대로 잘못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양훈의 말을 듣고 번뜩 정신을 차렸다.

소영은 하면 안되는 생각을 도로 집어넣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석훈을 향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 석훈아. 말로 하면 몰라도 폭력은 정말 아니야.”

소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어린아이잖아. 석훈 씨 이렇게 매정한 사람이었어?”

그녀의 말에 석훈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아찔해 났다. 그는 한참을 그대로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 난 널 위해서 그런 거였어!”

그 말은 진심이었다. 소영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진 않았을 거다.

석훈은 윤아와 그녀의 아이한테 아무런 적대심도 없었다. 소영이 아니라면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윤아에게 왜 그런 짓을 했겠는가.

그러나 석훈의 말에 소영은 오히려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홧김에 이성을 잃고 그런 짓을 한 거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믿어줬을 텐데. 이제 와 다 나 때문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어? 설마 내가 석훈 씨한테 아이를 해치라고 지시라도 했다는 거야? 난 저 아이들을 오늘 처음 알았어. 윤아 씨가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날 줄은 더더욱 몰랐고.”

사실 소영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김양훈은 수현의 가장 친한 친구다.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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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영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데엔 제 책임도 있잖아요. 같이 가서 윤아 씨 상황을 봐야겠어요.”“그렇죠. 일이 이렇게 된 데엔 우리 모두 책임이 있죠. 진수현 지금쯤 엄청 화났을 거니까 안 따라오는 게 좋을 거예요.”말을 마친 그는 소영을 지그시 바라봤다.마치 그녀의 생각을 낱낱이 꿰뚫어 보기라도 하려는 듯한 그 눈빛에 소영은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그리고 그 순간 소영은 양훈에게 더 뭐라 할 수 없었다.“그... 그래요. 하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꼭 저한테 연락해 줘요. 비록 5년이나 못 본 사이지만 저도 윤아 씨가 너무 걱정돼서요.”양훈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한 후 핸드폰을 챙겨 자리를 떴다.양훈이 가자 그 자리엔 소영과 석훈 둘만 남았다.소영은 양훈이 멀리 가버린 걸 확인 한 후 서둘러 몸을 돌려 석훈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어서 일어나.”석훈은 조금 전 소영이 한 말에 아직도 풀이 죽어 있는 상태였는데 갑자기 다가와 자기를 일으켜주자 어안이 벙벙해졌다.“소영아? 너... 너 나한테 화난 거 아니었어?”“일단 일어나 봐.”석훈은 그제야 소영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소영은 석훈을 일으킨 후 다정하게 물었다.“괜찮아? 다친 덴 없어?”석훈은 고개를 흔들며 소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석훈아, 그렇게 보지 마. 조금 전에 내가 모질게 말했던 건 다 널 위해 그런 거였어.”“날 위해?”“생각 해봐. 오늘 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람을 때렸어. 다들 널 이해하려 하겠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네 편을 들어주면 다들 널 뭐라 생각하겠어? 분명 네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난 널 혼내는 척, 너한테 실망한 척하고 넌 나중에 반성한 척, 개과천선한 척 하기만 하면 돼. 그럼 아무도 널 탓을 하지 않을 거야.”반성한 척을 하라고?석훈은 되려 더 어리둥절해졌다.그는 이성을 되찾은 후 그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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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상황이니 서훈도 그의 말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 수 있어요.”“그래. 훈이랑 윤이가 좀 도와줘. 아저씨가 얼른 병원에 데려다줄게.”“네.”이윽고 수현은 시선을 내려 기절해 있는 윤아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선홍색 피는 그녀의 흰 피부색과 비교되며 더 소름 끼치게 다가왔다.수현은 행여나 운전 중에 윤아가 시트에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레 뒷좌석에 눕히고 자리를 만들어 두 아이를 그녀의 양옆에 앉혔다.세심하게 자리를 조정한 후 수현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팡!문이 닫히고 차는 빠르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뒷좌석에 앉은 서훈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윤아의 이마를 감싸며 낮게 읊조렸다.“걱정 마요, 엄마. 괜찮을 거예요.”하윤도 많이 놀란 듯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하윤의 늘 반짝이던 눈동자엔 어느새 슬픔이 가득 고여 두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그 눈물은 방울방울 떨어져 어느새 윤아의 발등을 흠뻑 적셨다.“윤이야, 울지마.”서훈의 목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왔다.그 소리에 하윤이 눈물범벅이 되어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고개를 들었다.“오빠... 엄마 죽어?”죽는다는 말에 서훈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는 아까보다 서늘해진 눈으로 하윤을 꾸짖었다.“심하윤, 그런 소리 하지 마!”갑작스러운 꾸중에 하윤은 깜짝 놀라 울먹였다.“하지만...”“엄마는 그저 이마를 다치신 거야. 우리 엄만 안 죽어!”운전 중인 수현은 이따금 백미러로 윤아를 꼭 안고 있는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쥐방울만 한 아이들의 입에서 저런 대화가 오가는 걸 들으며 그는 심장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도로는 평탄했고 차도 빠르지만 스무스하게 달렸다. 하지만 평탄한 도로와 달리 수현의 마음은 아찔하게 덮쳐오는 파도 같이 일렁이고 있었다.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진지하게 말했다.“훈이, 윤이. 아저씨가... 엄마 지켜줄게. 아저씨 믿어.”믿으라는 말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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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옆에 눈물범벅인 두 아이까지.경찰은 곧바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진지하게 말했다.“따라오시죠.”곧이어 그는 손수 수현을 위해 길을 터줬다. 그는 가는 길에 막힘이 없게 하기 위해 차량을 통제하는 건 물론이고 가까운 병원에 연락까지 하면서 수현을 도왔다.경찰의 도움으로 수현은 예정보다 빨리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병원에 도착한 후, 수현은 곧장 윤아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물론 두 아이도 그의 뒤를 따랐다.한바탕 소동 끝에 윤아는 무사히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_응급실에서 환자 외 다른 사람은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기에 수현은 하는 수 없이 두 아이를 데리고 밖에서 기다렸다.혼잡한 응급실 내부와 달리 바깥은 사람 한 명 없이 한산했다. 수현은 윤이, 훈이와 함께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조금 걸릴 거야. 여기서 기다리자.”서훈은 철이 일찍 든 데다 말수가 없는 편이다. 그는 수현의 말에 토를 달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옆에 앉지도 않았다. 그는 조금 더 걸어가 수현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수현도 훈이가 무슨 생각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멀리 떨어지진 않아 그의 시야 안에 있었기에 수현도 굳이 그의 옆자리를 강요하진 않았다.그러나 예상치 못한 것은 하윤이 주동적으로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수현은 윤이가 드디어 자신을 용서해 주는 건가 싶어 잠시 기대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하윤은 그에게 다가간 뒤 콩알만 한 주먹을 뻗어 수현의 허벅지를 마구 때렸다.“아저씨 미워!”그러나 그 말랑한 주먹으로 아무리 때려봤자 수현이 아플 리가 없었다.수현은 하윤의 분이 풀릴 때까지 가만히 아이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비록 솜방망이 주먹은 아무런 타격도 없었지만, 눈물자국으로 얼룩진 하윤의 얼굴은 수현의 마음을 욱신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그렇게 수현은 하윤이 지쳐 더 때릴 힘이 없을 때까지 한참을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고는 하윤의 자그마한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이제 다 때렸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653화

    그런 이유라면 납득할 수 있지.수현의 말이 끝난 후 하윤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때려보았는데 확실히 다리보다 더 수월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 있었을 때는 발뒤꿈치를 들어야 간신히 다리를 가격할 수 있었는데 수현이 이렇게 머리를 숙이고 얼굴을 내어주니 큰 어려움 없이 마음껏 주먹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가까이서 본 수현의 새까만 눈동자는 생각보다 더 어두웠고 얼굴도 날카로워 조금 무서웠다.하윤은 그런 수현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손을 뻗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수현의 험상궂게 생긴 얼굴을 한 눈 보고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그리고 수현도 그런 하윤의 변화를 눈치챘다.“왜 그래?”하윤이 입을 오므리더니 말했다.“아저씨가 보복하면 어떡해요?”‘키도 크고 손도 큰 아저씨가 저 힘으로 날 때리기라도 한다면 난 납작만두처럼 납작해질지도 몰라.’하윤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무서워져 서둘러 몸을 돌려 오빠에게로 달려갔다.이미 딸에게 얼굴을 내어줄 마음의 준비를 다 했던 수현은 하윤이 갑자기 몸을 돌려 도망가 버리자, 어리둥절 해졌다.그는 한시름 놓은 동시에 또 왠지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딸에게 맞는 건 어떤 기분일까?상상해 보니 나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던 수현은 불현듯 지금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나 싶어졌다. 대체 누가 맞길 좋아한단 말인가?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수현은 얼른 지저분한 생각들을 치워버리고 응급실 상황에 집중했다.제발 무사하길... 수현은 윤아가 무사히 깨어만 준다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한편, 서훈은 그의 곁으로 쪼르르 달려온 하윤을 살뜰히 챙겨줬다. 하윤을 의자에 앉히고 눈가에 맺힌 눈물도 세심히 닦아주는 모습은 제법 어른스러웠다.서훈은 참지 못하고 수현 쪽을 힐끗 보았다. 수현은 아직 그곳에 앉아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그의 커다란 몸집이 유독 외로워 보였다. 서훈은 그런 수현을 보며 입을 앙다물었다.“윤아, 우리 이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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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현이 대답을 하지 않자 양훈이 또다시 물었다.“윤아 씨는 아직 안 깨어났지?”그러자 수현은 드디어 반응이 돌아왔는지 싸늘하게 대답했다.“괜찮아. 둘 다 영민한 아이니까.”그가 없어도 두 녀석은 똘똘하게 잘 있을 거다. 특히 심서훈, 그 아이라면 분명 엄마를 극진히 잘 살피겠지.다만...“그래도 어린아이잖아.”양훈이 말했다.“무슨 일이라도 생기면...”그러자 수현이 그의 말을 끊었다.“내가 여기 있을 거야.”“그래.”“넌 필요 없으니까 이만 가.”고집스런 수현의 모습에 양훈도 더 있어봤자 대화도 안 될 거란걸 직감했다. 하지만... 그는 생각 끝에 결국 수현과의 대화는 포기하고 복도에 있는 긴 의자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수현은 벽에 기댄 채 핸드폰을 꺼내 민재에게 연락했다.민재와의 통화를 마친 수현은 핸드폰을 내리다 불현듯 뭔가 떠오른 듯 안색이 바뀌더니 급하게 병실 문을 열었다.아니나 다를까, 두 아이는 나란히 붙어 앉아 윤아의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연락하려고 하고 있었다.갑작스러운 소리에 두 아이가 동시에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수현을 보자 하윤의 귀엽던 얼굴에 어느새 혐오가 드리웠다. 하윤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또다시 수현을 내쫓아버리려 했으나 수현이 먼저 성큼성큼 두 아이의 앞으로 다가가 몸을 낮췄다.“핸드폰으로 뭐 하려고?”서훈은 얇은 입술을 오므린 채 대꾸하지 않았다.반면 하윤은 허리에 손을 올리더니 삐딱하게 대꾸했다.“아저씨랑 무슨 상관인데요? 아저씨 진짜 매너 없다. 문도 막 벌컥벌컥 열고 들어오고. 저희 지금 완전 불쾌하거든요?”하지만 수현의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가 있어 하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하윤아, 그 핸드폰 아저씨한테 줘.”그러자 하윤은 서둘러 핸드폰을 뒤로 감추며 말했다.“이건 우리 엄마 핸드폰이에요. 아저씨 핸드폰 아니거든요?”“너희 엄마 핸드폰인 거 알고 있어.”수현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엄마가 아직 의식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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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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