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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남지수가 도착했을 때 허수영은 이미 창가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수영의 외모는 연예계에서는 중간 정도이지만 그녀는 매우 요염했다. 항상 웨이브를 넣은 머리를 어깨에 드리우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어 여성스럽고 매력적이었다.

남지수는 허수영의 맞은편에 앉으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허수영 씨, 말씀하세요.”

방금 허수영이 전화로 그녀와 하승우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해서 남지수가 나온 것이다.

그녀는 이것이 자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하승우의 과거가 정말 궁금했다.

허수영이 휴대전화를 켰다. 화면에는 학창시절 흰 셔츠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하승우와 그녀의 사진이 있었는데 지금보다 풋풋한 모습이었다.

“남지수 씨, 저는 승우랑 대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할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못마땅하게 여기셔서 승우랑 헤어지라고 강요했어요. 승우가 나랑 헤어지기 싫어해서 가족과 사이가 틀어질 뻔했죠...”

“나중에 우리는 서로 사정이 생겨서 헤어졌지만 그 이후로 승우는 다른 여자를 만난 적이 없어요. 몇 년 동안 계속 날 기다려왔어요. 정말 진심으로...”

남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다른 사람이 표정을 알아볼 수 없도록 했지만 벌써 가슴이 먹먹했다.

“남지수 씨,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없어요?”

허수영이 궁금해서 물었다.

마스크를 쓴 남지수의 표정이 보아지 않는 허수영은 그 시각 남지수의 심정이 매우 궁금했다.

고개를 든 남지수의 맑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저한테 그런 말 하는 이유가 뭐죠?”

허수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온기가 전혀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남지수 씨, 할아버지께 이혼 신청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신 거죠? 승우의 마음은 당신에게 있지 않아요. 이렇게 해도 소용없어요.”

남지수는 자세를 고쳐앉았다.

‘허수영은 할아버지가 이혼 신청을 철회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것보다 중요한 건 허수영이 그녀를 모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지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허수영 씨, 쓸데없는 고민을 했네요. 전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허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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