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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그래, 지수야, 슬퍼하지 마. 할아버지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하봉주는 사실 남지수의 용모를 중요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그는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격, 인품, 그리고 업무 능력이라 생각했다. 이 세 가지는 남지수가 모두 갖추고 있는데 외모가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하승우의 아버지는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셨는데 매일 여자한테 매달려서 제대로 된 일을 하나도 못 했다. 그러니 하씨 가문에 시집오는 여자는 너무 예쁘지 않은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 그런 뜻이 없으신 건 알지만 그게 현실이에요.”

이 ‘현실'은 하승우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고, 하봉주도 이 사실을 알기에 한숨을 쉬며 남지수를 위로하고 지팡이를 짚고 떠났다.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후 남지수는 좀 피곤하다고 생각했다.

하봉주는 정말 그녀에게 잘해 주었다. 몇 년 전 계모와 시누이가 찾아와 소란을 피울 때 하봉주가 던져준 꽃병을 막아주셨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때 꽃병에 머리를 맞아서 어떻게 됐을지 몰랐다.

하지만 하봉주는 너무 고집이 세서 꼭 그녀를 하승우의 아내로 삼아야 했다.

예전에 남지수는 이것이 하승우에게 의지할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다시 열렸는데 남지수는 할아버지가 돌아온 줄 알고 엉겁결에 고개를 돌렸다가 허수영이 턱을 치켜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던 불쾌하게 허수영을 향해 말했다.

“허수영 씨 무슨 일이 있으면 노크하고 들어오세요.”

허수영은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조롱 조로 말했다.

“할아버지를 꼬드겨 승우에게 약을 먹이라고 했어요? 그렇게 못생겼는데 감히 그런 일을 하다니. 창피하지도 않아요?”

남지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얘기를 엿들었어요?”

“허허, 문도 제대로 닫지 않았는데 누가 엿들을까 두려워요?”

“이런 억지 논리는 어디서 배웠어요?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허수영 씨는 예쁘니까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짓밟혀도 싸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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