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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이경진은 그렇다고 대답하며 한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인 후 한 모금 빨더니 말했다.

“네 아내가 이렇게 내숭을 떨 줄 생각지도 못했어.”

전화기 너머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더 차가워진 말소리가 들렸다.

“나도 이럴 줄 몰랐어.”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직접 따져 물어볼래?”

이경진이 물었다.

“그럼.”

이 말을 들은 이경진은 마음이 놓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너무 사랑했던 하승우는 무신론자였지만 3년 전에 액을 막을 수 있다는 말에 결혼했다.

하승우가 할아버지를 걱정해 남지수와 이혼하지 못한 줄 알았는데 냉정한 걸 보니 마음이 놓였다.

이때 하승우는 녹음 파일을 반복해서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창가에 기대어 서서 먼 곳의 파란 하늘을 바라봤지만 그의 마음은 오히려 시커먼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처럼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한참 후 하승우는 남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뚜’ 소리가 나자마자 끊어졌다.

한편 허수영을 휴식실에서 쫓아낸 후 남지수는 또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진작에 다 토했고 지금은 위장이 텅 비어 있어 남지수는 더는 아무 것도 토하지도 못한 채 그저 변기를 끌어안고 헛구역질을 했다.

몸을 일으키며 화장실을 나서던 남지수는 갑자기 무슨 일이 떠올랐는지 화들짝 놀랐다.

오늘은 이미 19일로 생리날짜가 미뤄지고 있었다.

최근 그녀는 늘 몸이 불편했고 속이 늘 울렁거렸으나 식량은 예전보다 많아졌다.

한 달 전 하승우와 고택의 침대에서 살을 섞었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피임조치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사후 피임약을 먹는 것도 잊었다.

모든 징조가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가리키자 화장실 앞에 멍하니 선 남지수는 온몸이 얼음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싸늘해졌고 이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임연아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와 함께 병원에 다녀오자고 말하려 했지만 전화를 받지않아 혼자 병원에 다녀왔다.

한 시간 후 남지수는 창백한 얼굴로 병원을 나섰다.

임신 확인 진단서를 손에 들고 길에 나온 남지수는 막막했고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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