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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괜찮아?”

깜짝 놀란 남지수는 무심코 물었다.

하승우는 말이 없었고 그 뒤로 하봉주가 지팡이를 짚고 나와 남지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

“지수야, 하씨 가문에 이런 불효자가 태어날 줄 생각지도 못했어. 너한테 면목 없네어!”

하승우는 고개를 돌려 차갑게 말했다.

“수영이 아이가 태어나면 하씨 족보에 올릴게요. 후계자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마침 생겼어요.”

“너, 너 일부러 이렇게 말해서 나를 화나게 하려는 거지! 썩 꺼져...”

하봉주는 지팡이를 휘둘렀고 하승우는 뒤돌아보지 않고 나갔는데 남지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써 참으며 남지수는 하봉주를 침실로 모셔다드린 후 장영자를 한쪽으로 끌어당겨 나지막이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도련님께서 아침에 회장님께 이미 사모님과 이혼했고 또 허수영 씨가 임신했다고 말했어요. 회장님께서는 단단히 화나셨어요.”

남지수는 멍해졌다.

‘허수영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할아버지께 말했어?’

아마도 허수영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명분 없는 억울함을 당할까 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 건강은...”

“네. 회장님 건강검진 보고가 나왔는데 큰 문제는 없고 앞으로 식단을 조절하면 된다고 했어요.”

남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효자인 하승우가 하봉주의 건강이 정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렇게 거역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봉주의 건강을 고려하여 저택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생각난 남지수는 즉시 하승우와의 ‘집’으로 돌아가 간단히 짐을 챙겨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별장으로 돌아온 남지수는 오랫동안 쓰지 않던 캐리어를 찾아와 물건을 하나씩 집어넣었는데 주체할 수 없는 고통이 마음에 전해졌다.

곧 3년 동안 살던 곳을 떠나게 되는데 이사를 하면 앞으로 하승우와 아무런 가망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남지수는 슬퍼졌다.

남지수는 허수영이 떠올랐는데 하봉주가 말한 ‘그 여배우’가 혹시...

‘그럼 허수영이 바로 하승우의 전 여자친구였단 말인가? 예전에 두 사람이 교제할 때 할아버지가 배우라는 직업이 눈에 거슬려서 헤어지라 했는데 지금은 둘이 다시 좋아진 건가?’

위장은 감정을 반영하는 장기라고 했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위는 비틀린 것처럼 불편한 남지수는 또 속이 메스꺼워 화장실로 달려가 토를 했다.

어젯밤에 먹은 음식을 전부 토해내어 마침내 위장이 훨씬 편해졌지만 옷이 구토물로 더러워졌고 팔뚝에도 조금 묻은 것을 발견한 남지수는 아예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샤워하기 전에 수건을 가져오지 않았고 더러운 옷을 입고 나갈 수도 없었던 남지수는 고민 끝에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은 후 벌거벗은 채 욕실을 나섰다. 어차피 집에는 그녀 혼자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남지수는 갑자기 눈앞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데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사람과 부딪혔다.

남지수는 짧게 비명을 지르며 손을 뻗어 상대방의 가슴을 짚었지만 이미 네 다리가 얽혀 두 사람은 몸이 휘청거리며 땅에 넘어졌고 남지수는 마침 그의 가슴에 엎드렸다.

이 돌발 사태에 깜짝 놀란 남지수는 얼떨결에 잠깐 힐끗 보았지만 부딪힌 그 남자가... 그녀의 남편임을 보아냈다.

어느 곳부터 가려야 할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서 남지수의 반응은 이 정도면 빠른 편이었다.

남지수는 한 손을 번쩍 들어 하승우의 눈을 가린 다음 다른 한 손으로 그의 가슴을 짚고 일어서려 했다.

그녀의 이런 동작은 몸 아래에 깔린 남자의 이마에 핏줄이 뛰게 했다.

하승우는 30초 전에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문잡이를 잡았는데 이때 안에서 문이 열리며 하얀 몸이 그의 몸에 부딪혔다.

나른하고 부드러운 몸을 품에 안은 하승우는 머릿속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더니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그리고 품에 안긴 여자는 꼬물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손이 먼저 그의 눈을 가린 후 또 따뜻한 손이 그의 가슴을 짚었다.

땀이 맺힐 지경으로 몸이 긴장해진 하승우는 낮은 소리로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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