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남지수의 무릎은 그의 뻣뻣한 아랫배를 누르고 있었고 한 손으로는 그의 단단한 가슴을 떠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눈을 가린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당장 그의 몸에서 내려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움직이지 말라’고 소리치자 정말 꼼짝도 할 수 없었다.지금 그녀는 여전히 어리둥절하고 조금 억울했다.분명히 정면으로 부딪친 사람이 그녀였고, 지금 옷을 입지 않아서 차가운 공기에 피부가 닿아 소름이 돋은 사람도 그녀였다.그녀는 기회를 타서 뭔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장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하승우가 왜 소리친단 말인가?이런 생각에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이렇게 움츠러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눈 감아. 곧 여기를 떠날 테니.”말을 마친 남지수는 손을 들려 했다. 하승우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속눈썹을 바르르 떨고 턱을 팽팽하게 조이고 있는 것을 본 그녀는 이내 그의 몸에서 내려와 침실을 향해 달려갔다.하승우는 땅바닥에 드러누운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그는 ‘펑’ 하는 침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바닥을 짚고 일어나 앉았다. 고개를 숙여 벨트를 본 그는 얼굴이 어두워졌다.안방에서 남지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옷을 입고 마스크를 꼼꼼히 쓰고는 거울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방을 나섰다.그녀는 의사와 얘기해 봤는데 얼굴은 치료되었지만 새로 자란 연약한 피부는 아직 공기와 접촉할 수 없고 3개월 후에나 가능하므로 그녀는 3개월 동안 마스크를 써야 했다.거실로 나와 하승우를 다시 만났을 때 둘 다 어색해했다.결혼 3년 동안 단 한 번도 집에 가지 않았던 하승우가 오늘 모처럼 돌아왔는데, 이런 난감한 상황에 부딪혀 두 사람 모두 불편했다.남지수는 등을 돌리며 무심히 물었다.“왜 왔어?”하승우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물건 가지러.”남지수는 멍해졌다.뭘 가지러 왔냐고 물으려는데 하승우가 침실 바닥에 열린 캐리어를 보고 눈을 들어 물었다.“이사 가?”남지수는 고
“...”남지수는 눈을 크게 떴다.‘어르신께서 이혼 신고를 철회하셨다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게다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왜 스타를 차별하는 거지? 스타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데.’“할아버지, 그러지 마세요.”그녀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말했다.“말 한마디 없이 이혼한 건 저와 승우 씨의 잘못이지만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에요. 같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었어요.”마지막 말을 마친 그녀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그녀와 하승우는 어울리지 않는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 번도 함께 살아본 적이 없는 사이였으니 말이다.결혼 3년 동안 단 한 번도 집에 가지 않고 그녀를 별장에 홀로 남겨둔 하승우는 일찍이 그녀를 은성시 상류층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하봉주도 그녀의 억울함을 알고 곧 말투가 누그러져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수야, 승우가 너에게 미안한 거야. 너 3년 동안 정말 억울한 걸 할아버지도 알아...”그들이 대놓고 또는 은밀히 하승우가 일 년 내내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언급할 때마다 할아버지는 미안한 표정이었다.남지수는 입술을 꼭 깨문 채 예전처럼 하봉주 앞에서 하승우를 감싸주지 않고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하봉주의 말이 끝나자 그녀는 복도로 나와 하승우에게 전화를 걸어 하봉주의 이혼 합의 파기에 대해 알려주려고 했다.그러나 전화를 세 번이나 걸었지만 한 통도 연결되지 않았는데 하승우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남지수는 생각 끝에 하봉주를 찾아가 정말 하승우와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누구세요?”발신지는 은성시였는데 장난 전화 같은 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남지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지만 전화한 사람이 허수영일 줄은 몰랐다.“남지수 씨, 저예요. 어제 스타 플라자 샤넬 코너에서 만났는데 기억나요?”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럽고 듣기 좋아서 남지수는 잠시 멍해졌다.어제 샤넬 매장에서 만난 사람은 단 두 명
남지수가 도착했을 때 허수영은 이미 창가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허수영의 외모는 연예계에서는 중간 정도이지만 그녀는 매우 요염했다. 항상 웨이브를 넣은 머리를 어깨에 드리우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어 여성스럽고 매력적이었다.남지수는 허수영의 맞은편에 앉으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허수영 씨, 말씀하세요.”방금 허수영이 전화로 그녀와 하승우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해서 남지수가 나온 것이다.그녀는 이것이 자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하승우의 과거가 정말 궁금했다.허수영이 휴대전화를 켰다. 화면에는 학창시절 흰 셔츠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하승우와 그녀의 사진이 있었는데 지금보다 풋풋한 모습이었다.“남지수 씨, 저는 승우랑 대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할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못마땅하게 여기셔서 승우랑 헤어지라고 강요했어요. 승우가 나랑 헤어지기 싫어해서 가족과 사이가 틀어질 뻔했죠...”“나중에 우리는 서로 사정이 생겨서 헤어졌지만 그 이후로 승우는 다른 여자를 만난 적이 없어요. 몇 년 동안 계속 날 기다려왔어요. 정말 진심으로...”남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다른 사람이 표정을 알아볼 수 없도록 했지만 벌써 가슴이 먹먹했다.“남지수 씨,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없어요?”허수영이 궁금해서 물었다.마스크를 쓴 남지수의 표정이 보아지 않는 허수영은 그 시각 남지수의 심정이 매우 궁금했다.고개를 든 남지수의 맑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저한테 그런 말 하는 이유가 뭐죠?”허수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온기가 전혀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남지수 씨, 할아버지께 이혼 신청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신 거죠? 승우의 마음은 당신에게 있지 않아요. 이렇게 해도 소용없어요.”남지수는 자세를 고쳐앉았다.‘허수영은 할아버지가 이혼 신청을 철회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이것보다 중요한 건 허수영이 그녀를 모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지수는 담담하게 말했다.“허수영 씨, 쓸데없는 고민을 했네요. 전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허수영
어금니를 꽉 깨문 허수영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곧 진정하고 티슈를 몇 장 뽑아 부드럽고 우아하게 얼굴에 묻은 커피 자국을 닦았다.“남지수 씨, 제가 한 말이 사실이 맞는지는 남지수 씨가 잘 알 거예요. 저는 내연녀가 아니에요. 믿을 수 없으면 승우 씨에게 직접 물어봐요.”말을 마친 허수영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남지수를 힐끗 보고는 가방을 들고 우아하게 떠났다.임연아는 그녀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독살스럽게 욕했다.“내연녀 주제에 떳떳하게 보이려고 발광하네. 염치없어.”남지수는 입술을 질끈 씹은 채 말이 없었다.허수영은 하승우에게 자기가 내연녀가 맞는지 물어보라고 했는데 이것은 하승우가 자기를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고 또 두 사람의 감정이 좋기 때문이다.남지수는 갑자기 아랫배를 움켜쥐며 괴로운 듯 말했다.“연아야, 나 몸이 불편해...”“너 왜 그래?”임연아는 깜짝 놀라 남지수의 팔을 부축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갑자기 영문이 없이 울렁거렸지만 불과 몇 초 만에 사라졌다.어려서부터 소화 기능이 좋지 않았던 남지수는 배가 불편한 건 늘 있었던 일이라 개의치 않았다.이때 임연아의 고객이 돌아오자 그녀는 남지수에게 배가 계속 아픈지 여러 번 확인한 후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러 갔다.남지수는 택시를 타고 별장에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휴대전화가 울렸다.“여보세요?”“남지수. 오후에 수영이에게 무슨 말을 했어?”하승우는 은근한 화를 담아 그녀에게 물었다.남지수는 잠시 멍해졌다가 다시 신발을 벗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왜 그래?”“자궁 수축으로 병원에 입원했어. 하마터면 아이를 잃을 뻔했어.”주춤하던 남지수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몇 초가 지나서야 남지수는 겨우 말을 할 수 있었다.“지금 천해 병원에 입원했어? 방 번호를 보내줘.”천해 병원이 그 커피숍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고 허수영이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커 남지수가 이렇게 물었다.곧 하승우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남지수는 신발을 다
하승우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한 달 전에 계략에 걸려든 하승우는 허수영의 도움을 받아 구원됐고 그로 인해 그의 아이를 임신했으니 허수영은 나쁜 여자가 아니었다.몸을 일으키며 하승우는 무덤덤하게 말했다.“잠깐 나와봐.”말을 마친 후 하승우가 먼저 밖으로 나갔고 얼굴이 창백해진 남지수도 병실을 따라나섰다.복도에서 하승우가 말했다.“앞으로 수영이가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할 테니 너도 친구에게 더는 수영이를 모욕하지 말라고 전해줘.”남지수는 피가 날 정도로 힘껏 입술을 깨물었지만 마스크를 끼고 있어 하승우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남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음을 발견했다.괴로워진 남지수는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었다.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하승우가 물었다,“왜 그래?”남지수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나 먼저 갈래.”말을 마친 남지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떠났는데 조금만 지체했다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하승우는 어떤 사람일까?그녀에 대한 태도가 처음부터 분명했던 그는 나쁜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위급한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액막이로 시집왔던 남지수에게 두 사람의 결혼은 거래일 뿐 사랑할 수 없으나 대신 돈으로 보상해 주겠다고 약속했다.지난 3년 동안 하승우는 매달 돈을 줬고 결혼할 때도 많은 재산을 나눠줬기에 하승우는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남지수는 여전히 슬펐다.이 모든 것은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만 그의 눈에는 허수영뿐이기 때문이다.병원 밖으로 나온 남지수는 가슴을 꽉 잡은채 옆 벽을 짚고서야 가까스로 서 있을 수 있었다.허수영은 잠시 숨을 고른 후 택시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갔고 같은 시각 하승우도 병실로 돌아갔다.“승우야.”허수영은 몸을 살짝 일으키며 물었다.“방금 남지수 씨 상태가 안 좋아 보이던데 괜찮아?”“괜찮아.”하승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허수영은 그를 힐끗 보면서 떠보는 듯 물었다.“우리는 언제면 동거할 수 있어?
반 시간 전에 하봉주는 또 남지수에게 전화해 하승우와 이혼하지 말라고 하며 한동안 하승우와 함께 고택에서 지내라고 했는데 그녀는 매우 난감했다.“할아버지께서 이혼 신고를 철회했대. 또 나더러 여기서 살라고 했는데...”머뭇거리는 남지수를 보고 하승우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일단 들어가자.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알았어.”두 사람이 나란히 고택으로 들어가다가 문을 열기 전 하승우가 갑자기 물었다.“너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깜짝 놀란 남지수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없어. 왜 그래?”‘하승우가 혹시 내가 짝사랑하는 걸 눈치챈 걸까...’“별거 아니야. 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더러 데리러 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하승우의 담담한 목소리다.‘나를 위해 생각해주는 걸까?’눈을 지그시 감고 남지수는 마음속으로 ‘바보’라고 욕을 했다.2층으로 올라간 하승우는 하봉주가 있는 위치를 물어본 후 곧장 서재로 갔고 남지수는 문밖에서 잠시 기다렸다.서재의 문이 제대로 닫지 않아 남지수는 하승우가 하봉주와 인사를 나눈 후 냉랭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저는 지수와 이혼할 테니 말리지 마세요.”“너, 너는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고...”하봉주는 단단히 화가 났다.“결혼했으면 잘 지켜야 한다는 거 몰라?”“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한 결혼을 왜 지켜야 하죠?”차갑고 각박하며 또 짜증스러운 듯한 하승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남지수의 덤덤하던 안색은 점차 창백해졌다.화가 난 하봉주는 큰 소리로 꾸짖었다,“너 이게 무슨 태도야! 결혼이 애들 장난 같아?”“칫. 할아버지, 어떻게 이 결혼을 했는지 잊으셨어요?”그 말에 하봉주는 말문이 막혔고 문밖에 서 있던 남지수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참다못해 하봉주는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며 말했다.“어쨌든 너희들은 이미 결혼했으니 잘 살아야 해...”화가 치밀어 오른 하승우는 목소리가 더욱 싸늘해졌다.“분명히 말하면 이 결혼은 처음부터 거래였어요.”거래란 팔고 사는 관계를
‘하승우의 할머니가 가신 후에 이혼하라고?’남지수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얼떨떨해졌다.그러고 나서 그녀는 은성시 풍습이 떠올랐다. 은성시 민간에서는 사람이 죽은 후 49일이 지나야 저승길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49일, 그러니까 거의 두 달 남짓한 시간이다. 그래서 하봉주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남지수는 자기도 모르게 하승우를 쳐다봤는데 하승우도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황급히 대답했다.“전 상관없어요.”의견이 없자 하승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하봉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동안 너희 둘은 먼저 고택에 살면서 할머니를 모시고 있거라.”남지수는 아무 말 없이 생각했다. 사실 할머니는 그녀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데 그녀가 고택에 남으면 할머니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사람이 다 죽었는데 굳이 그런 얘기를 할 필요도 없고 또 요즘 제작진과 일을 해야 하기에 집에 있을 시간도 별로 없다는 생각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하승우도 바쁜 사람이라 하루에 열 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니 집이나 호텔이나 하승우에게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하승우도 좋다고 대답했다.두 사람이 나간 후 장영자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어르신, 정말 이혼시킬 거에요?”하봉주의 두 눈에 알 수 없는 빛이 스쳤다.“어떻게 정말로 이혼하게 할 수 있어!”하봉주가 그렇게 하는 것은 이혼을 지연시킬 생각뿐이었다.전에 하승우는 3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았으니 두 사람은 정이 없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 이제 한 달 동안 두 사람이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내면 정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었다.“도련님, 사모님, 저녁 드실 건가요?”서재를 나왔을 때는 이미 다섯 시가 넘어서 가정부가 다가와 공손히 물었다.남지수는 배를 만지며 배가 고프다고 생각했는데 하승우가 갑자기 말했다.“갈비탕이 먹고 싶어.”그는 남지수를 향해 이 말을 했는데 남지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내가 할게.”그녀
마침 식사를 마친 하승우가 다가와 물었다.“왜 그래?”남지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녀는 말을 할 때는 하승우를 쳐다보지 않았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계단을 올라갔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하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저러는 거지? 아까부터 계속 넋이 나간 모습인데?’침실로 돌아온 남지수는 카톡을 열고 연락처 목록에서 오랫동안 연락이 없는 ‘지성이'를 찾았다.그녀는 지성의 카카오 스토리에 들어갔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을 차단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드는 순간이었다.어쩐지 오랫동안 그의 문자를 받지 못했더라니. 남지수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저녁에 회의가 잡혀 회사로 돌아가던 하승우는 가는 길에 허수영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승우야.”허수영은 말을 할 때 목소리를 길게 빼고 애교를 부리는 버릇이 있었지만 과하지 않았다.“‘효의전'이란 프로젝트를 알아? 이 드라마를 하고 싶은데 전에 오디션을 볼 때 감독님이 오케이한 걸 작가님이 거부하셨어.”하승우는 구체적인 상황을 묻지는 않았지만 찍고 싶다고 하자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이 일은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처리할게.”“그래, 네가 최고야, 헤헷.”하승우는 전화를 끊고 주민우에게 ‘효의전' 제작진에 연락해 허수영을 넣을 수단을 취하라고 했다.‘왠지 제목이 귀에 익은 것 같은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건 내 착각인 건가?’이후 며칠간 고택으로 이사한 남지수는 매일 방에 틀어박혀 대본을 바꾸며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하승우도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와서 두 사람이 거의 만나지 못해서 하봉주는 마음이 다급해졌다.드디어 촬영이 시작되는 날, 남지수는 택시를 타고 촬영장으로 향했고 주영배는 그녀를 반겨주며 그녀를 안으로 안내했다.“자자, 여주인공과 남주인공 배우들이 다 왔으니 어서 와서 보세요.”박설아는 몇 년 차 된 배우였지만 몇 년 동안 그럴법한 작품이 없었다. 남지수는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지만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