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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필요 없어요. 할아버지만 잘 보살펴 주면 돼요. 할아버지야말로 지금 치료가 가장 필요해요.”

말을 마친 하승우가 돌아서자 할아버지는 호통을 치며 떠나가는 하승우를 가리키며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욕설을 퍼부었다.

남지수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어젯밤 뜻밖의 경험에 현혹되어 하승우와의 사이가 이미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럴 리가 있겠는가.

하승우가 사랑하는 사람은 허수영인데 말이다.

어젯밤에 허수영 때문에 몸을 도사리며 지켰고, 오늘 허수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생전 처음 매를 맞았는데 도대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거란 말인가.

남지수는 갑자기 자신이 불쌍해졌고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수야, 할아버지가 미안하구나. 승우 그 개자식이 돌아오면 할아버지가 잘 다스려 화풀이해줄게...”

“할아버지, 그런 거 하지 마세요. 저랑 하승우 씨는 가능성이 없어요. 그 사람 마음에는 허수영 씨뿐이고 우리는 정말 어울리지 않아요. 할아버지... 최대한 빨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허수영 씨를 받아들이세요.”

남지수는 말을 뱉고 나서 떠나갔고 하봉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다들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 거야?’

지친 몸을 이끌고 본가를 나선 남지수는 문득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하승우는 주민우에게 이혼신청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은 법적으로는 부부지만 명의상으로는 부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분명 계속 본가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정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남지수는 택시를 타고 임연아의 집에 갔다가 임연아가 거실에 혼자 만취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임연아의 발치에는 술병이 일여덟 개 쌓여 있었는데 아직도 계속 마시고 있었다. 남지수는 화가 나서 그녀의 술병을 낚아챘다.

“왜 그래, 이렇게 많이 마셔서 죽을 작정이야?”

임연아의 몽롱한 눈빛이 차츰 맑아지더니 그녀는 남지수의 손에 든 술병을 빼앗지 않고 찻상 밑에서 담뱃갑과 라이터를 더듬어 능숙하게 불을 붙여 한 모금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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