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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아름답게
나홀로 아름답게
작가: 일군수수

제1화

“사모님, 이혼 합의서입니다. 한번 훑어보시고 문제없으면 서명해 주세요.”

남지수는 눈앞에 있는 이혼 합의서를 보며 뇌에서 윙 하는 소리만 들렸을 뿐 다른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 사모님?”

그녀가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자 주민우는 손을 뻗어 그녀의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

정신을 차린 남지수는 망연하게 물었다.

“하승우가 나랑 이혼한대요?”

마스크를 쓴 채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드러낸 그녀의 얼굴엔 풀리지 않는 슬픔이 가득한 걸 보며 주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네, 하 대표님께서 어르신이 돌아가셨으니 이 결혼은 더는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며 사모님과... 이혼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남지수는 심장이 아파져 오는 걸 느꼈다. 곧 머리 위로 높이 솟은 칼날이 마침내 떨어지는 듯한 해탈감이 찾아왔다.

3년 전 하승우 할머니의 병세 때문에 외모가 망가진 남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는 하씨 가문에 시집가 하승우의 아내가 되었다.

하지만 3년 동안 그녀는 하승우와 두 번 만났을 뿐인데, 한 번은 결혼식 날, 또 한 번은 한 달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였다.

지난 3년 동안, 하승우는 단 한 번도 집에 가지 않았는데 아내인 그녀가 안중에도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하승우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그들이 이혼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사모님...”

남지수가 몇 분 동안 침묵하다가 갑자기 아무 말 없이 펜을 들고 깔끔하게 서명하자 주민우는 황급히 주의를 주었다.

“합의서 항목을 아직 확인하지 않으셨어요...”

“필요 없어요.”

남지수는 펜 뚜껑을 덮고 이혼 합의서를 앞으로 밀었다.

그녀는 하승우가 그녀에게 얼마를 나누어 주려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처음에 하씨 가문이 그녀를 찾아가 할머니의 병 때문에 하는 결혼이라고 밝힌 후 그녀에게 많은 보상금을 주었으니 그녀는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었다.

게다가 하승우의 돈 때문에 시집간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하승우를 좋아하게 되었고 무려 8년 동안 좋아하고 있었다. 3년 전 하승우와 결혼하기로 한 것은 단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며칠 안에 이사 나갈 테니 집에 가도 된다고 전해 주세요.”

집에 사랑하지 않는 여자가 3년 동안 살고 있으니 정말 그를 힘들게 했다고 생각한 남지수는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붉어진 눈시울을 꾹 참고 계단을 올라갔다.

“연아야, 나 이혼했어.”

창가로 다가가 친한 친구 임연아에게 전화를 걸자 임연아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혼했어? 하승우가 이혼하재?”

“응.”

“어떻게 그럴 수 있어? 3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그만이지 이제 와서 감히 이혼을 언급하다니!”

절친의 불평을 들은 남지수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결혼할 때 이미 말했어. 승우 씨는 단지 할머니의 병세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라고 말이야. 승우 씨는 나를 전혀 좋아하지 않을 거야.”

말하면서 그녀의 손가락은 창턱을 꼭 잡았다.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고 자신을 설득했지만 이런 일을 꺼내면 그녀는 여전히 슬픔이 밀려왔다.

“어휴, 왜 그렇게 멍청해.”

임연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남지수의 가장 친한 친구인 그녀는 남지수가 하승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남지수가 하승우를 위해 해왔던 일들을 떠올리며 남지수를 대신해 억울함이 들었다.

“3년 동안 힘들게 얼굴 흉터를 없앤 건, 하승우 씨가 돌아와서 널 봐주길 바란 거잖아. 이제 겨우 성공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다니...”

“괜찮아. 어차피 얼굴은 내 것이니 회복하면 나 자신에게도 좋을 거야.”

“그래, 그렇게 생각해. 어차피 이혼했으니 앞으로 혼자 잘 살아. 그 개 같은 남자는 그냥 던져 버리지 뭐.”

남지수는 임연아의 농담에 팽팽했던 신경이 한순간 풀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다 벽에 걸린 그녀 혼자 찍은 웨딩 사진을 본 그녀의 심장이 다시 한번 떨렸다.

그녀는 마스크를 벗고 거울에 비친 절묘한 얼굴을 보았는데 거울 속 그녀는 두 눈에 슬픔을 띠고 있었다.

결혼한 지 그렇게 오래되었는데 하승우는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녀는 3년 동안 유명무실한 하씨 가문 사모님으로 있었고 또한 3년 동안 사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으니 이것도 일종의 환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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