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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저택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라는 하봉주의 전화를 받은 남지수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와 보니 하승우도 있었다. 매번 돌아올 때마다 그를 만나지 못한 것은 아마 그녀를 피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지수는 하승우를 본체도 하지 않은 채 곧장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아이고, 우리 지수 왔어. 어디 좀 보자...”

하봉주는 손을 내밀었다.

“아까 오종훈 할아버지가 애가 생기는 부적을 가져왔어. 너랑 승우는 언제쯤 아이를 가질 예정이야? 할아버지는 증손자를 안고 싶어...”

‘아이?’

심리적 작용 때문인지 남지수는 갑자기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어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테이블에 놓인 송자 관세음보살을 보며 남지수의 입가에는 쓴맛이 돌았다.

‘곧 이혼할 텐데 아기가 있을 수가?’

“할아버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

마침 하승우도 있었고 또 결판내야 할 일인 걸 번연히 알기에 남지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솔직히 우리 둘은 이미 이...”

“콜록, 콜록콜록...”

하봉주는 마치 폐를 뱉어낼 것처럼 갑자기 심하게 기침을 했다,

깜짝 놀란 남지수와 하승우는 하봉주를 부축해 침실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남지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

“난 괜찮아. 그저 너무 외로워서 그래. 너의 할머니가 떠난 후 이 텅 빈 저택에 홀로 남게 되니... 너희들은 임신 준비를 할 겸 여기서 한동안 나랑 함께 지내...”

하봉주의 간절한 눈길을 보며 바로 앞에서 거절하지 못한 남지수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방으로 돌아온 후 남지수는 하승우에게 물었다.

“우리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언제 할아버지께 말씀드릴 거야?”

전에는 주민우가 이혼 합의서를 가지고 남지수에게 사인하라고 한 적이 있지만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에 기대어 서 있는 하승우의 얼굴은 불빛에 드리워져 희미해 보였다.

“할아버지의 검사 결과가 나온 후 상황을 보면서 얘기하도록 해. 지금은 몸이 안 좋아.”

“알았어.”

하씨 가문에 시집온 지 3년이 되었지만 하봉주는 유일하게 그녀를 따뜻하게 대해준 분이다. 하봉주의 건강이 걱정된 남지수는 이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

저녁에 두 사람은 하봉주의 고집에 못 이겨 같은 침실을 썼다.

이 침실에는 침대 하나와 이불 하나밖에 없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자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다행히 침대가 커서 두 사람이 침대 한쪽에 치우쳐 자면 그나마 중간에 공간을 가질 수 있어 어색하지 않았다.

남지수는 다 씻은 후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다.

조용한 밤 심장 박동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옆에 하승우가 누워 있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지만 남지수는 억지로 머리를 비우고 잠을 청했다.

갑자기 침대 옆이 움직이더니 남자의 숨결이 다가왔고 하승우가 몸을 뒤척이며 자기를 마주 보는 것 같아 남지수는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남지수.”

야밤 하승우의 목소리는 유난히 섹시하게 들려왔다.

“전에 한 갈비탕 맛있었어.

잠자코 말이 없던 남지수는 의문스러워 물었다.

“국을 마셨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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