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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하승우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한 달 전에 계략에 걸려든 하승우는 허수영의 도움을 받아 구원됐고 그로 인해 그의 아이를 임신했으니 허수영은 나쁜 여자가 아니었다.

몸을 일으키며 하승우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잠깐 나와봐.”

말을 마친 후 하승우가 먼저 밖으로 나갔고 얼굴이 창백해진 남지수도 병실을 따라나섰다.

복도에서 하승우가 말했다.

“앞으로 수영이가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할 테니 너도 친구에게 더는 수영이를 모욕하지 말라고 전해줘.”

남지수는 피가 날 정도로 힘껏 입술을 깨물었지만 마스크를 끼고 있어 하승우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남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음을 발견했다.

괴로워진 남지수는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하승우가 물었다,

“왜 그래?”

남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나 먼저 갈래.”

말을 마친 남지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떠났는데 조금만 지체했다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하승우는 어떤 사람일까?

그녀에 대한 태도가 처음부터 분명했던 그는 나쁜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위급한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액막이로 시집왔던 남지수에게 두 사람의 결혼은 거래일 뿐 사랑할 수 없으나 대신 돈으로 보상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3년 동안 하승우는 매달 돈을 줬고 결혼할 때도 많은 재산을 나눠줬기에 하승우는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남지수는 여전히 슬펐다.

이 모든 것은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만 그의 눈에는 허수영뿐이기 때문이다.

병원 밖으로 나온 남지수는 가슴을 꽉 잡은채 옆 벽을 짚고서야 가까스로 서 있을 수 있었다.

허수영은 잠시 숨을 고른 후 택시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갔고 같은 시각 하승우도 병실로 돌아갔다.

“승우야.”

허수영은 몸을 살짝 일으키며 물었다.

“방금 남지수 씨 상태가 안 좋아 보이던데 괜찮아?”

“괜찮아.”

하승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허수영은 그를 힐끗 보면서 떠보는 듯 물었다.

“우리는 언제면 동거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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