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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몸집이 우람짐 하승우가 담벼락처럼 남지수를 가로막자 그녀는 꼼짝달싹 못 했다.

남지수는 하승우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눈길을 옆의 벽지에 고정했다.

“무슨 얘기를 해?”

남지수는 하승우가 무슨 얘기를 할지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 허수영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하승우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졌다.

“나랑 수영의 일이 마음에 걸렸어?”

남지수는 말문이 막혔다.

불빛 아래 하승우의 피부는 백옥처럼 매끄러웠고 윤곽도 더 또렷해 보였다. 그는 그윽하지만 또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지수를 지켜봤다.

심장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남지수의 주먹을 움켜쥔 손바닥에는 땀이 조금 났다.

그녀는 절대로 하승우가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 마음먹었다. 자존심마저 잃는다면 그녀는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남지수는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는 아직 명색이 부부인데 허수영이 사람들 앞에서 ‘여보’라고 불렀을 때 나는 모욕당하는 것 같아 화냈을 뿐 다른 뜻은 없었어.”

‘그래서일까?’

하승우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찡그리다가 이내 풀었다.

“우리 일은 곧 끝날 테니 조만간 자유로워질 수 있어. 조금만 참아줘.”

차분하게 말한 후 하승우는 곧 몸을 돌려 떠났는데 남지수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욱신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남지수는 있어서는 안 될 생각을 애써 눌러버렸다.

‘하승우가 허수영을 보호하는 태도가 분명하니 더는 착각하지 마. 아니면 점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어...’

고택을 떠난 하승우는 은성시 중심에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로 갔다.

지하실에 차를 세운 후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승우야, 왔어! 지문을 입력했는데 왜 그냥 들어오지 않았어?”

허수영은 기뻐하며 말했다.

“익숙하지 않아.”

거실에 들어간 후 허수영이 붙잡고 있는 자기 팔을 보며 하승우가 물었다.

“좀 나아졌어?”

“응, 많이 좋아졌어. 아이를 임신했는데 촬영을 하니 힘들어서 갑자기 쓰러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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