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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남지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허수영의 말에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오른 남지수는 숨을 쉬기 어려웠다.

남지수는 허수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신경이 쓰이고 열불이 나서 도저히 못 참겠어요!”

남지수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던 허수영은 멍해졌다. 그녀의 인상 속에서 남지수는 항상 약자였다.

분노의 불길에 오장육부가 타버릴 것 같았던 남지수는 입술을 깨물며 진정하려고 애썼다.

“허수영 씨, 하승우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여보’라고 부르면 내연녀와 다를 게 뭔가요? 감독님 앞에서 실수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배우가 NG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더군다나 몸이 불편해 NG를 낸 거면 감독님이 뭐라 안 하시는 걸 모르는 게 아니죠?”

“다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스태프들 앞에서 하승우를 ‘여보’라고 부른 건 당신이 이렇게 부르기 싶었기 때문이에요.”

“뻔뻔한 짓을 했으면 대범하게 인정해도 되잖아요?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나한테 와서 능청스럽게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허수영의 눈동자에는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지만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분노가 사라진 허수영은 곧 아련한 모습으로 남지수를 스쳐지나갔다.

“승우야...”

깜짝 놀란 남지수가 고개를 돌려보니 허수영이 하승우의 품에 엎드려 마치 방금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힘없고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승우는 급히 그녀의 팔을 잡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왜 그래? 아직도 불편해?”

허수영은 하승우를 바라보며 괴로운 듯 말했다.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운 게 불편해. 또 남지수 씨가 날 욕했어...”

“너 수영이에게 뭐라했어?”

남지수를 바라보는 하승우의 눈빛은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것처럼 싸늘했다.

남지수는 마치 얼음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온몸이 차가워져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쓰라린 마음을 가까스로 달래며 남지수가 말했다.

“그래요. 뭐라 했어요!”

이렇게 강경한 태도는 허수영이 상상했던 것과 아주 달랐다. 그녀는 남지수가 반박할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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