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화

관리실에서 CCTV를 본 후 진철은 상황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지예의 집 문 앞에 썩은 계란과 쓰레기를 버렸다.

화가 난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반면 지예는 담담하기만 했다.

“지예 씨, 경찰에 신고하세요. 얼굴이 또렷하게 찍혔으니 분명 이 사람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관리실 직원은 지예에게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그녀가 거절했다.

그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주먹을 꽉 쥐며 참았다.

“누군지 알 거 같아요.”

‘나쁜 짓을 할 때 일반적으로 아무도 모르게 해야 정상인데 이건 CCTV가 있는 걸 알면서 일부러 그런 거 같아. 마치 날 도발하려는 것처럼.’

‘이렇게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뒤에 든든한 배후가 있다는 거지.’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요.”

지예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에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것들이 지금 나를 정말 우습게 여기네.’

‘그럼 잘못 생각했다는 걸 똑똑히 알려줘야겠지?’

이미 밤 11시였지만 지예는 곧장 기씨 가문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가사도우미는 이를 막지 못해 급히 전화를 걸어 저택의 경비원을 불렀다.

거실에서 오미수는 마음 아파하며 윤희의 얼굴에 찜질을 해주고 있었다.

“윤희야, 많이 아파?”

윤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그러니 엄마도 지예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지예도 불쌍하잖아요. 만약 제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지예는 여전히 이 집에서 아가씨 대접을 받았을 텐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지예는 바로 네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가짜야. 걔만 아니었어도 네가 밖에서 그렇게 많이 힘들게 살지 않았을 거야.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앞으로는 절대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마. 우리 기씨 가문에 딸은 오직 너 하나이니까. 네 오빠에게 여동생 하나뿐이야.”

오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오미수의 태도는 윤희가 딱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어쨌든 제가 없는 동안 지예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살았잖아요.”

“가족? 그런 소리 하지 마. 지금 그 애의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가족은 무슨...”

오미수가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는데 갑자기 썩은 계란이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힘이 조금 모자라서인지 바로 그녀의 발 앞에 떨어졌다.

고약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오미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지예가 썩은 계란 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

윤희가 놀라서 소리쳤다.

“기지예?”

그러나 그녀는 바로 시선을 돌리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내가 한 짓을 알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지예는 아무 말 없이 무차별적으로 계속 계란을 던졌다.

윤희는 천천히 피하다 몸에 썩은 계란을 맞았다.

특히 오미수는 머리에 맞아서 썩은 계란물에 머리에 범벅이 되었다.

“기지예, 이 X년이 뭐 하는 짓이야?”

욕설이 저택 전체에 울렸다.

잠에서 깬 기영석이 위층에서 내려와 이 혼란스러운 광경을 보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가 큰소리로 호통쳤다.

“지예, 너 당장 그만두지 못해.”

그러나 지예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손에 든 계란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던졌다.

오미수와 윤희는 악취에 정신이 없었고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지예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

지예는 그런 그들을 비꼬는 듯이 쳐다보며 당당히 허리를 폈다.

그녀가 말했다.

“이건 답례예요.”

지예가 윤희를 때린 일로 윤희는 조용히 사람을 시켜서 복수를 했다. 그리고 지예는 당한 그대로 상대에게 돌려주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한밤중에도 썩은 계란을 이렇게 많이 구한 건 모두 진철의 돈 덕분이었다.

지예는 이번에 은혜를 톡톡히 졌다고 생각했다.

윤희는 오미수의 팔을 붙잡고 황당한 표정으로 지예를 노려보았다.

“기지예, 당장 엄마한테 사과해.”

윤희가 아는 지예는 그저 조용한 바보였다.

자신과 우진이 지나치게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으면 먼저 화해를 청하는 자존심도 없는 사람이 지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희는 지예가 요즘 보이는 미친 행동들이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설마 충격을 너무 받아서 미친 거야?’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사과를 해? 내가 말했잖아. 이건 내 답례라고.”

지예가 잠시 말을 멈추고 눈썹을 들썩이며 웃더니 말했다.

“어때요, 제 선물이 마음에 드세요?”

오미수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는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기영석의 등장은 마치 그녀의 구원자 같았다.

그는 오미수와 윤희 앞에 섰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기세가 자연스럽게 상대를 압박했고 가느다란 눈에서는 매서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예전에 지예가 기씨 가문의 아가씨였을 때 그녀가 가장 무서워했던 것도 바로 아버지인 기영석이었다.

기영석은 시험에서 전교 일등이라도 혼낼 정도로 지예가 어렸을 때부터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다.

“기지예! 당장 무릎 꿇어!”

기영석이 화가 가득한 얼굴로 엄하게 소리쳤다.

이에 지예는 등을 곧게 펴고 비굴하지도 그렇다고 거만하지도 않게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하게 서있었다.

그녀는 기영석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기지예. 지금 내 말을 거역하는 거야? 아주 무례하구나.”

기영석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을 거역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지예는 지금 완전히 기영석을 도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때 윤희가 재빨리 말했다.

“그래, 지예야. 아버지 더 화나게 하지 마. 사과만 하면 나와 어머니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게.”

‘윤희는 늘 저랬지.’

‘상황이 최악일 때 나서서 혼자 좋은 사람인 척.’

‘너무 가식적이라 구역질이 나네.’

지예는 혐오 가득한 눈으로 윤희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왜? 네 부모님이 화가 나면 난 거지, 그게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인데?”

그녀의 거만한 말투가 사람을 이유 없이 화나게 했다.

그래서 기영석 등 세 사람은 모두 지예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저런 배은망덕한 년.”

오미수가 거친 욕을 퍼부었다.

“윤희가 이 집에 돌아오는 날, 당신들이 나에게 쓴 돈을 다 계산해서 내게서 다시 받아갔잖아요. 그게 배은망덕한 건가요?”

지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그동안 저축한 돈을 거의 모두 기씨 가문에게 주었다.

그러는 동안 우진은 그녀에게 직장을 그만두어도 안심할 수 있도록 블랙카드를 주었다.

그때 지예는 그것을 받았지만 사용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블랙카드는 여전히 집안 구석에 먼지가 자욱해진 채로 놓여있었다.

“그깟 돈으로 너에게 준 우리의 은혜를 갚을 수 있을 거 같아? 기지예, 똑똑히 알아둬. 넌 영원히 우리 기씨 가문에 빚졌다는 사실을.”

기영석이 단호하게 말을 했다. 그는 고집 센 지예를 보고 분노가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런다고 제가 꿈쩍이나 할 줄 알았어요? 아저씨, 그런 건 애들에게나 먹히죠.”

지예가 시큰둥하게 비웃었고 그녀의 표정은 싸늘했다.

‘예전에 난 너무 순진해서 계속 괴롭힘을 당해도 그냥 참았어.’

‘나 때문에 윤희가 고생을 겪은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늘 이상한 누명을 쓰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데?’

‘자꾸 나를 이상한 이유로 괴롭힌다면, 그래 좋아. 나도 더 이상 참고 있지 않을 거야.’

한동안 서로 간에 침묵이 이어졌다.

기영석과 오미수는 분노로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고 그 가운데서 윤희는 중간중간 자신은 좋은 사람인 척 행동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 모습을 봤다면 지예는 정말 무례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오미수는 썩은 계란 냄새 때문에 속이 뒤집혔다.

그녀는 헛구역질을 몇 번 하고는 갑자기 음침하게 지예를 쳐다보았다.

“네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아?”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