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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우진은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눈을 반짝이며 일어섰다.

“외삼촌, 혹시 지예와 연락이 되면 전해주세요. 피하기만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요.”

주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주병진이 누군가에 의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주씨 가문이 가만히 보고만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우진이 지예와 연락하려는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만약 지예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우진은 그녀를 도와서 이번 일을 잘 해결하려 했다.

우진이 나가고 현관문이 닫힌 뒤에 지예가 다시 방에서 나왔다.

진철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이었다.

“다 들었어요?”

“죄송해요. 일부러 엿들은 건 아니에요.”

지예는 진철을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앞으로 우진 씨가 다시 저에 대해 물으면 부 선생께서 그저 저와 가깝지 않다고 해주셨으면 해요.”

그 말에 진철은 불쾌한 듯 눈을 반쯤 가늘게 떴다.

잘 알아 들기 어려울 정도로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지만 난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지예는 어리둥절했다.

진철 역시 급하게 자신의 마음을 모두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그는 서두르다 괜히 일을 그르치기 싫었다.

‘몇 년을 기다렸는데 좀 더 기다려도 아무 상관없어.’

그의 인내심은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했다.

진철은 먼저 화제를 돌렸다. 그는 점심을 먹은 후 지예에게 서류를 건넸다.

두 사람이 거실에 마주 앉았다. 바깥 하늘이 흐린 것이 곧 비가 올 것 같이 보였다.

지예는 서류 앞에 제목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부 선생님, 이것은?”

“친구가 조사해 줬어요. 아마 지예 씨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지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재벌가의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재벌가의 흑역사를 조사하겠어? 게다가 그게 하필 주씨 가문이라니.’

진철이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지예는 알고 있었다.

‘부 선생님은 지금 나를 도와주려는 거야.’

‘이 은혜는 제가 꼭 기억할게요.’

지예가 정중하게 말했다.

“부 선생님, 제가 꼭 선생님께 좋은 분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를 말을 들은 진철이 웃었다.

유쾌하고 낮은 웃음소리 덕분에 차갑기만 했던 그의 이미지가 줄어들었다.

‘원래도 잘 생겼는데 이렇게 웃으니 훨씬 낫네.’

‘천사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지예가 정신을 차렸고 진철은 그런 그녀를 보자 만족스러웠다.

잠시 후 그는 마음의 흥분을 억누르고 다시 감정 없는 눈으로 돌아왔다.

진철이 말했다.

“그럼 지예 씨에게 먼저 고맙다고 해야겠네요.”

...

저택을 떠난 지예는 수연을 찾아갔다.

경해시 제일의 여자 변호사인 그녀는 매일매일이 너무나 바빴다.

마지막 일을 처리한 그녀는 피곤해서 기지개를 켰다.

옆자리에 앉은 지예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오늘 일이 많아서 처리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네요.”

“괜찮아요. 지금 병원에 가도 늦지 않으니까요.”

“병원이요?”

수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병원에 가서 뭐 하려고요?”

“주병진이 제게 맞아서 입원했잖아요. 주씨 가문이 지금 저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하니 제가 가서 처리해야 해야죠.”

지예는 문제를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때렸으면 때린 거지. 그게 뭐?’

최악의 결과는 협상이 실패하고 그녀가 난처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지할 곳이 없는 그녀는 혼자였지만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건 상관 안 해도 돼요. 제가 처리할 테니 걱정 마세요.”

“그건 그렇고 지예 씨, 술 좀 마실 줄 알아요?”

지예는 청순한 얼굴이라 화장을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웠다.

만약 학교였다면 단연 만인의 첫사랑이 될 수 있는 정도였다.

‘이런 사람이 설마 술을 잘 마실까?’

수연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지예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네. 마실 줄 알아요.”

순간 수연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생겼다.

“지예 씨, 지예 씨는 순진한 스타일이 좋아요? 아니면 거친 스타일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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