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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노골적인 시선이 지예에게로 향했다.

상대는 그녀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우진 주변에서 가깝게 지내는 추성훈이었다.

그녀는 예전 일을 모두 잊고 살았지만 추성훈이 방금 다시 언급한 덕분에 기억이 분명해졌다.

추성훈은 원래 그녀에게 음흉한 마음이 있었다.

겉으론 우진 때문에 표현하지 않아도 계속 그런 속내를 숨기고 있었다.

딱 한 번 속내를 보인적이 있었는데 우진이 윤희를 데리고 자선 만찬에 참석했을 때였다.

그때 추성훈은 우진의 마음이 변했다며 자신은 어떤지 물었었다.

그 역시 약혼녀가 있었지만 다른 내연녀를 만드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예가 그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이후 서로 아주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당신이 이러는 거 우진 씨가 아나요?”

지예는 말하는 동시에 침착하게 이 상황을 모면할 방법을 고민했다.

‘룸 안에 남자는 모두 세 명. 만약 수연이가 일찍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 저렇게 잠들어서 정신이 없으니 일어나 날 돕는 건 거의 불가능해.’

“지예 씨, 우진이 형은 이미 당신에게 아무 관심도 없는데 아직도 우진이 형 생각을 하나요? 형이 이렇게 우리와 당신을 두고 그냥 갔다는 건 의도가 분명하잖아요? 이제 포기해요. 내가 형보다 더 잘해줄게요.”

추성훈은 말하면서 손을 뻗어 지예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지예는 “퍽”하고 그의 손등을 한 대 때렸다.

“그 더러운 손으로 날 건드리지 마.”

지예의 혐오스러워하는 눈빛이 추성훈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다른 두 남자는 추성훈의 지시를 따랐다.

추성훈은 그들에게 지예의 팔을 잡으라고 했다.

‘이러다 이 여자를 처리하기도 전에 날새겠네.’

두 사람이 손을 쓰려할 때 지예는 두 개의 술병을 깨뜨려 손에 들었다.

얼굴에는 차가운 독기가 서려 있었다.

“죽고 싶으면 얼마든지 와봐.”

날카로운 술병 조각을 본 두 사람이 멈추었다.

추성훈이 웃었다.

“기지예, 난 당신이 그저 얌전한 고양인 줄 알았는데 아직 가시가 가득한 장미였군요. 난 이런 여자가 더 좋더라.”

그는 지예를 우습게 여겼다.

추성훈은 천천히 지예에게 접근했고 그녀에게 손바닥을 찔리자 진짜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년이 오냐오냐하니까 아주 건방져졌구나.”

추성훈은 힘으로 지예를 제압했고 그녀는 머리카락을 잡혔다.

지예는 상대방이 심하게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자 너무 아파서 숨쉬기도 어려웠다.

그 틈을 타 추성훈이 다른 두 사람에게 눈짓을 했고 그들은 지예의 팔을 꽉 움켜잡았다.

지예는 힘껏 발버둥 쳤는데 예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추성훈은 그녀가 얌전해질 때까지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이제 좀 얌전해졌네. 그런데 너무 늦었어.”

휴지로 손바닥의 핏자국을 닦는 추성훈의 표정은 무서웠고 웃음은 음흉했다.

그는 술을 한 잔 따르고 그 안에 흰색 가루를 조금 섞었다.

추성훈은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지예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입에 술을 부었다.

추성훈은 사악한 눈빛으로 계속 음흉하게 웃었다.

“이 술을 마시고도 네가 계속 뻣뻣하게 나오는지 두고 보자고.”

지예가 사레에 들려 연신 기침을 해댔다.

입술에서 흘러나온 술이 턱을 타고 옷깃으로 스며들었는데 그 사이의 뽀얀 피부가 눈에 띄었다.

추성훈은 아랫배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고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너희는 저기 누워 있는 여자 병진이네 집에 데려다줘.”

추성훈은 수연이 주병진의 아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강수연도 괜찮은 여자이지만 포기해야겠지?’

‘하지만 기지예, 이년은 빽도 없고 약혼자에게도 버림받은 불쌍한 인간이니 뭘 해도 아무 상관없어.’

수연은 두 남자에 의해 비틀거리며 끌려나갔다.

지예는 괴로워 무릎을 꿇고 앉아 계속 헛구역질을 해서 마신 것을 모두 토해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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