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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유시 가문의 고택은 경해시에서 가장 번화한 지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완전 금싸라기 땅이라 사람들이 모두 탐내는 곳이었다.

지금 고택의 홀 분위기는 아주 냉랭했다. 우진이 막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맞은편에서 신문 한 뭉치가 날아왔다.

“유우진, 이놈 당장 무릎 꿇어.”

유문식은 손에 지팡이를 짚고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희끗희끗한 머리를 빗어 넘겼고 늙은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우진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할아버지,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지예가 너랑 헤어졌다고?”

우진은 이 일을 아직 유문식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는 지예가 고집을 부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화해를 청할 것이라고 여겼고 그래서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난감해진 우진의 예쁜 미간에 잔뜩 주름이 갔다.

“지예가 할아버지에게 이른 건가요?”

우진의 태도가 유문식을 더 화나게 했다.

유문식은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지자 가슴을 부여잡고 연신 기침을 했고 우진은 재빨리 앞으로 나가 그의 등을 두드리며 안정을 찾게 도왔다.

한참이 지나서야 유문식이 숨을 돌렸다.

그는 가장 먼저 지팡이로 우진의 종아리를 세게 때리며 말했다.

“네가 벌인 그 짐승 같은 짓을 어떻게 할 거야?”

우진은 아파하며 뒤로 물러섰고 미간이 더 찌푸려졌다.

“다 지예가 벌인 이예요.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인데요.”

“어젯밤, 너 어디에 있었어?”

유문식은 냉정을 유지하려 애썼고 가문의 최고 어른다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우진을 덮쳤다.

“윤희가 다쳐서 입원했는데 제가 같이...”

“네가 꼭 함께 있어야 했어? 기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장식품이야? 관계도 없는 사람 대문에 지예를 혼자 남겨뒀다고? 넌 주성훈이 어떤 물건인지 몰라?”

추성훈을 언급하자 우진은 문득 지예가 한 말이 생각났다.

[그럼 추성훈에게 날 혼내주라고 시킨 건? 날 성폭행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지?]

“걔가 왜요?”

“왜요? 진철이가 마침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지예는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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