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 가문의 고택은 경해시에서 가장 번화한 지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완전 금싸라기 땅이라 사람들이 모두 탐내는 곳이었다. 지금 고택의 홀 분위기는 아주 냉랭했다. 우진이 막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맞은편에서 신문 한 뭉치가 날아왔다. “유우진, 이놈 당장 무릎 꿇어.” 유문식은 손에 지팡이를 짚고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희끗희끗한 머리를 빗어 넘겼고 늙은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우진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할아버지,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지예가 너랑 헤어졌다고?” 우진은 이 일을 아직 유문식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는 지예가 고집을 부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화해를 청할 것이라고 여겼고 그래서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난감해진 우진의 예쁜 미간에 잔뜩 주름이 갔다. “지예가 할아버지에게 이른 건가요?” 우진의 태도가 유문식을 더 화나게 했다. 유문식은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지자 가슴을 부여잡고 연신 기침을 했고 우진은 재빨리 앞으로 나가 그의 등을 두드리며 안정을 찾게 도왔다. 한참이 지나서야 유문식이 숨을 돌렸다. 그는 가장 먼저 지팡이로 우진의 종아리를 세게 때리며 말했다. “네가 벌인 그 짐승 같은 짓을 어떻게 할 거야?” 우진은 아파하며 뒤로 물러섰고 미간이 더 찌푸려졌다. “다 지예가 벌인 이예요.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인데요.” “어젯밤, 너 어디에 있었어?” 유문식은 냉정을 유지하려 애썼고 가문의 최고 어른다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우진을 덮쳤다. “윤희가 다쳐서 입원했는데 제가 같이...” “네가 꼭 함께 있어야 했어? 기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장식품이야? 관계도 없는 사람 대문에 지예를 혼자 남겨뒀다고? 넌 주성훈이 어떤 물건인지 몰라?” 추성훈을 언급하자 우진은 문득 지예가 한 말이 생각났다. [그럼 추성훈에게 날 혼내주라고 시킨 건? 날 성폭행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지?] “걔가 왜요?” “왜요? 진철이가 마침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지예는 인생을
지예는 가지고 있던 블랙카드를 돌려주러 온 것이었다. 그녀는 집안의 물건을 모두 치우고 다른 숙소를 찾는 즉시 아파트를 팔 계획이었다. 그런데 유씨 가문 고택에 들어서자마자 진철이 “고양이에게 물린 거야.”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고양이가 물었어?’ 잠깐 멈칫하고 생각을 하다 정신을 차렸다. 지예는 진철의 팔에 물린 자국을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이 모습을 본 우진은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확신했다. 갑자기 분노가 마음속에서 들끓어 올랐고 진철을 위협적으로 쳐다보며 뒷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외삼촌, 삼촌은 애인이 있으니 다른 이성과는 거리를 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난번에 외삼촌 집에 갔을 때 여자 기침 소리를 듣고 입구에 놓인 여자 신발도 봤는데.’ ‘분명 외삼촌은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어.’ 진철은 살짝 혀를 차며 화난 우진을 쳐다보았다. “그러게 넌 애인이 있으면 다른 이성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네.” “완전 내로남불이군?” 우진은 말문이 막혔다. 지예는 진철의 말을 듣고 은근히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대화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빨리 자기 용건을 끝내려고 했다. 몇 걸음 앞으로 가서 블랙카드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우진 씨, 이건 당신이 내게 준 블랙카드야. 당신이 조사해 보면 알겠지만 한 번도 사용 안 했으니까 우린 서로 빚진 거 없어.” ‘예전에 내가 기씨 가문에서 쫓겨나면서 사업이 전례 없이 압박을 받을 때가 있었지.’ ‘우진 씨는 그 일의 배후가 기씨 가문인 것을 알면서도 못 본 척했어. 오히려 그 기회를 이용해 내게 블랙카드를 줘서 일을 그만두고 자신만 의지하는 얌전한 여자로 만들려고 했어.’ ‘생각해 보니 우진 씨가 그때부터 나를 무시한 거 같아.’ 생각을 멈추고 지예는 다시 유문식을 바라보았다.먼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할아버지, 우진 씨와 헤어졌으니 저희 결혼도 없던 일로 할게요.” 유문식은 지예를 말리려 했다. “지예야...” 그러나 지예는 단호한 눈빛을
지예는 기씨 가문에 저축한 돈을 거의 다 써버렸다. 지금은 수연이 결제한 보수만 남아있었고 사업이 안정되기 전까지 조금 빠듯하게 생활해야 했다. 경해시는 땅값이 비싸서 집을 임대해 사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부 선생님은 영향력이 있는 분이니 친구분도 당연히 같은 부류일 거야.’ ‘임대료가 비싸든 싸든 간에 그 정도 신분에 굳이 집을 임대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봐도 부 선생님의 말은 뭔가 수상하다는 말이야.’ “큰 평수로 한 달에 60만 원이에요.” 지예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바다가 보이는 데 한 달에 60만 원이라고? 부 선생님은 내가 바보인 줄 아나?’ ‘60만 원으로는 경해시에서 허름한 집도 구할 수 없어.’ 지예는 한참 동안 잠자코 있다가 물었다. “혹시 흉가예요?” 진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아니요, 막 인테리어가 끝난 집인데 위치가 좋지 않아서 계속 비어 있어요.” 그는 지예가 믿지 못할까 봐 한마디 덧붙였다. “친구 아내가 돈을 관리하는데 용돈을 너무 짜게 준다네요.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겨우 60만 원이 부족해서 내놓은 거래요.” 지예는 진철이 거짓말에 서툴다고 생각했다. ‘혹시 우리와 사는 세계가 너무 달라서 서민 물가를 전혀 모르는 건가?’ ‘그 사람들에게 60만 원은 그냥 한 끼 식사값도 안 되잖아.’ 지예는 어찌 되었든 진철의 호의가 고마웠다. “부 선생님, 저는 이미 선생님께 신세를 많이 졌어요. 집을 구하는 일은 제가 직접 하고 싶어요.” ‘유우진이 없어도 내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거야.’ ‘부 선생님께서 좋은 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번거롭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지예의 말을 듣고 진철은 아쉬워했지만 더 이상 강요하지는 않았다.30분 후. 진예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 내렸다. 그녀는 새 집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어서 여러 집을 둘러보았는데 위치가 나쁘거나 임대료가 그녀의 예산을 초과했다. 모처럼 보고
휴대폰 화면에는 소개 정보가 길게 문자로 와 있었다. 지예는 대충 훑어보면서 가장 눈에 띄는 핵심 정보를 포착했다. ‘결혼 후에는 각자 더치페이?’ ‘더 고민할 필요도 없네.’ 지예가 말했다. “이거 정말 결혼 소개팅하는 상대 맞아? 룸메이트를 구하는 게 아니고?” 그녀는 감정상담사이다. 하지만 때때로 중매인이라고 오해받기도 했다. 지예는 우선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설명을 하지만 보수만 괜찮으면 기꺼이 의뢰를 받았다. ‘뭐 어차피 과정이야 비슷한 면도 없지 않으니까.’ 수여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대가 어디 있어? 난 아무리 봐도 답이 안 나오거든? 근데 지금 연애에 미친 내 사촌 여동생은 결혼을 못해 안달이라는 거야.” 수연의 사촌 여동생은 이모의 딸로 내성적이고 느긋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결혼은 서두르려고 했다. 수연은 그것이 너무나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지예에게 상대에 대해 물어본 것이다. 지예는 다시 한번 조용히 소개 문자를 읽어보았다. ‘더치페이 말고도 자기 대학 입시 성적을 자랑이라고 써 놓다니.’ ‘그거참.’ ‘특이한 사람들을 많이 봐오긴 했지만 올해는 특히 많네.’ “결혼하면 네 사촌 여동생은 정말 한평생 후회할 거야.” 지예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휴대폰을 닫았다. 그녀는 일생에 단 한 번 사람을 잘못 봤고 이런 실수를 두 번 다시 저지를 수 없었다. ‘요즘 남자들은 함부로 믿으면 안 돼.’ ‘그건 누구도 예외는 없어.’다음날 아침. 지예는 계속 방을 찾아다녔지만 결과는 어제의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이미 몇몇 재벌가들에 의해 집단적으로 방해를 받았다. 경해시에 있는 한 그녀에게 방을 임대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지예는 편의점에 앉아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필이면 보고 있던 휴대폰에서 자동으로 전송한 뉴스가 그녀의 신경을 더 거슬리게 했다. [경해뉴스: 유우진 대표가 바쁜 일과에도 병원에서 계속 자신의 애인을 보살펴서 로맨티스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저 지예 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형을 꼬셨다고 하겠지.’ ‘그럼 결국 손해 보는 건 지예 씨일 테고.’ “급할 거 없어.” 진철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이어서 말했다. “내가 먼저 좋아한 거야. 다른 언론들이 괜히 지예 씨를 공격하는 걸 허락할 수 없지.” ‘지예 씨는 행복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형은 그렇게 느긋하게 있는 거야? 도중에 지예 씨를 놓칠 수도 있는데? 자신 있나 보지?” “그럴 리 없어.’ 진철이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럴 리 없기는? 지예 씨는 사람 보는 눈이 좋지 않잖아. 형 같은 대단한 사람을 놔두고 쓰레기 같은 놈을 다시 죽도록 사랑할 수도 있다고. 그러다 만약 정말 그놈과 도망이라도 가면? 나중에 형은 울지나 말라고.” 진철은 고개를 떨구고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불안을 억눌렀다. “지예 씨가 우진이와 사귄 건 단지 사고일 뿐이야. 한창 철이 없을 때 벌어진 일이라고.” 진철은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 사람을 시켜 지예를 조사했다. 그중에는 지예와 우진 사이의 소소한 추억들도 포함되었는데 진철은 그 모든 걸 잘 알고 있었다. ‘사랑했던 것도 진실이고, 지금 사랑하지 않는 것도 진실이야.’ 자신의 눈앞에서 지예의 결단을 똑똑히 본 진철이었다. ‘효신이의 가정은 절대 실현될 수 없어.’ ‘지예 씨처럼 줏대 있는 사람을 절대 일반 사람과 비교하면 안 되지.’ 효신은 좀 더 진철을 도발하고 싶었지만 진철의 한마디에 입을 다물었다. “내 얘기는 그만하고, 너와 네 제자는? 어떻게 된 거야?” ... 해가 졌다. 저녁 8시, 진철은 약속 장소로 갔다. 오늘 그는 특별히 더 잘 꾸몄다. 검은색 셔츠 위로 검은색 조끼를 받쳐 입었고, 말끔한 헤어스타일에 금테 안경은 더욱 그를 점잖고 산뜻하게 보이게 했다.레스토랑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이목이 진철에게로 쏠렸다. 지예 역시 놀란 눈으로 어색하게 진철을 불렀다. “부 선생님.” 진철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 의자를 당겨 그녀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의 진철의 답을 들은 지예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임대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봤어도 자발적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부 선생님이 지금 제정신이야? 아니면 내가 제정신이 아닌가?’ 진철이 이어서 말했다. “제 친구는 딱 60만 원이 부족해요. 만약 액수가 커져서 계산이 맞지 않으면 나중에 아내에게 엄청 혼날 겁니다.” 진철의 표정이 너무 담담해서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황당무계하지만 진짜일 수도 있겠어.’ ‘재벌집 사람이 욕심이 없을 수도 있잖아?’ 지예는 억지로 자신을 설득했고 더 이상 진철의 호의를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재 그녀는 경해시를 떠날 계획이 없었다. 그날 밤 지예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집주인으로 온 효신은 어리둥절해했다. 그래도 티는 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효신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흰 연기가 시야를 흐리자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난 여태 왜 내게 이런 집이 있는지 몰랐지? 진철이 형, 월세가 60만 원? 왜 그냥 공짜로 준다고 하지.” 경해시라는 도시에서 60만 원에 세를 산다는 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진철이 그를 보고 말했다. “넌 쓸데없는 소리나 하지 마.” “걱정 마. 내 입 정말 무겁잖아. 그런데... 형수님 직업이 무슨 감정상담사 던데?” 효신은 이전에 이런 직업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감정적인 문제를 겪으며 걱정을 많이 해 하루에 두세 갑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지예가 감정상담사라는 말을 듣고 효신은 좋은 생각이 났다. “음, 네가 지예 씨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진철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효신이 말을 가로챘다. “걱정 마. 내가 형수님께 비용을 더 드리면 되지. 어차피 모두 한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누가 벌어도 좋은 거 아니야?” ... 큰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지예는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밤새 이삿짐센터를 불러 짐을 모두 정리했고 끝
오늘은 기온이 30도가 넘어서 날씨가 괜히 뜨겁다. 그래서 지예는 낮에 굳이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연과 저녁 약속을 잡고 밖을 쳐다보았다. 큰 창밖에는 푸른 바다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지예는 태블릿을 가지고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창밖을 향해 한 장의 사진을 찍어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첫 번째로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진철이었다. 지예는 한참 동안 그 이름을 쳐다보다가 수연이 보낸 인터넷 생방송 링크를 받고 정신을 차렸다. 인터넷 생방송에서 수연은 지금 댓글의 문의 사항에 답하고 있었다. 지예가 살펴보니 거의 이혼과 관련된 문제였다. “먼저 그 쓰레기 같은 놈의 불륜 증거를 수집한 다음 실력이 좋은 변호사를 찾으시면 최대한 위자료를 받으실 수 있어요.” “내연녀의 아이가 상속권을 갖는 것은 합법이에요.” 잠시 댓글 창을 멍하니 보다가 한 줄기 생각이 지예의 뇌리를 스쳤다. ‘그래, 나도 감정상담사로 1인 방송을 할 수 있잖아.’ 지예는 자신의 생각을 수연에게 말했고 그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식당에는 사람이 많았다. 지예는 미리 작은 룸을 예약했다. 수연은 물 반 컵을 마시고 상의의 단추를 풀자 가슴이 보일 듯 말 듯했다. “지예야, 네가 하고 싶으면 대담하게 해 봐. 지금 1인 방송이 아주 인기야. 특히 감정적인 소재는 특히 더 그래.” “전에 동료한테 들었는데, 요즘 여자애들은 자기 감정을 이해하려고 인터넷에 돈 쓰는 걸 좋아한대. 점 보거나 타로 카드 같은 거 말이야.” 지예도 알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할 때 이런 개인 방송 계정을 만들고 싶었었다. 다만 우진이 그녀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결정을 보류했다. “지금 어떤 플랫폼을 계약할지 고민 중인데... 아무래도 경해방송은 힘들겠지?”수연은 말뜻을 이해했다. “이따가 내 친구에게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볼게.” 테이블 위의 음식들은 모두 수연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수연은 하루 종일 배가 고팠는데도 먹다 보
오미수가 기세등등하게 뛰어들어왔다 그녀는 지예를 확인하고 바로 뺨을 한 대 갈기려고 했다. 하지만 지예가 손목을 잡는 바람에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잡힌 손목이 아픈 오미수는 화가 나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에게서 재벌집 귀부인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지예! 지금 어른을 막대하는 거야? 왜 윤희를 때렸으니 이번엔 나도 때리려고?” 오미수은 딸인 윤희를 위해 지예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들의 연락처는 모두 지예에 의해 차단당해서 궁여지책으로 오미수는 사설탐정을 직접 고용해 지예의 행방을 조사했다. 오늘 겨우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는 빨간 신호등도 무시하고 재빨리 달려왔다. 오미수가 소리치며 욕설을 퍼부어도 지예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오미수의 손목을 세게 뿌리치며 지예의 예쁜 눈매에 비아냥이 감돌았다. “아줌마, 외출하기 전에 약 먹는 거나 잊지 마세요.” 욕하지 않고 모욕을 주는 게 욕설의 최고 경지이다. ‘이 아줌마가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게 미친개가 아니면 뭐야?’ 수연은 재빨리 걸어가 객실의 문을 닫아 바깥 구경꾼들의 시선을 차단했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오미수가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는 더 화가 났다. “기지예, 네가 이렇게 배은망덕한 년인 줄 알았다면 애초에 우리가 네가 죽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말았어야 했어.” 화가 난 오미수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그녀의 잘 관리된 얼굴은 증오로 일그러졌다. 지예는 이 말을 처음 듣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의아해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오미수를 떠보았다. “그러니까 아줌마는 내가 당신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이에요?” ‘윤희가 돌아오기 전까지 기씨 가문은 내가 그들과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몰랐잖아.’ ‘그런데 왜 자꾸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 ‘자꾸 들으니까 뭔가 수상하네.’ 오미수의 말로 지예의 직감은 더욱 강해졌다. “넌 가짜야! 윤희야말로 우리의 진짜 딸이고.” 오미수는 아주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우리가 너를 키워준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