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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이미 늦은 밤이었다.

주차장은 매미 소리와 남자의 발걸음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지예는 신경이 곤두섰다.

주먹을 불끈 쥐고 돌아선 그녀는 상대가 진철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지예가 긴장한 모습을 보고 진철이 먼저 사과했다.

“괜찮아요.”

지예는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 보았다.

“부 선생님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병원에 웬일이세요? 또 위가 안 좋으세요?”

지예는 옆쪽 가로등 덕분에 진철의 창백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마치 천사가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 같았다.

“아니요. 효신이를 만나러 왔어요.”

지예를 기다리는 동안 진철은 이미 적당한 핑계를 생각해 두었다.

효신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고 둘은 가까운 사이라 핑계를 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진철의 진짜 목적은 지예였다.

“아, 그렇군요”

지예의 말에 금세 분위기가 묘해졌다.

진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눈이 잠깐 번뜩였다. 그는 천천히 조용하게 말했다.

“마침 지예 씨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잘됐어요.”

지예는 어렴풋이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았다.

“추성훈에 관한 일 말인가요?”

“네, 만약 경찰이 물어보면 그냥 모른다고만 하면 돼요. 다른 건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진철의 말을 듣고 지예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며 망설이다가 말했다.

“부 선생님, 추성훈의 일은 사실 선생님이 상관하지 않아도 돼요. 전...”

“부담 가질 거 없어요. 지예 씨는 제가 그저 추성훈에게 원한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진철이 지예의 말을 끊었다. 안경 아래 그의 눈동자에서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

그는 지예가 이 일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다른 일이었다면 상관하지 말라는 그녀의 뜻에 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일만은 내키지 않았다.

‘내 심기를 건드리고도 아직 살아있으니 추성훈, 그놈은 머리 숙여 조상님의 은혜에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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