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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의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모두 놀랐다.

‘언제부터 삼촌이 저렇게 다른 사람에게 친절했지?’

우진이 생각한 부진철은 늘 차갑고 매정한 사람이었다. 성인이 된 후 오랫동안 해외에서 과학 연구를 해온 그가 누구와 친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삼촌이 먼저 지예를 데려다주겠다고?’

우진은 의아하면서 이상하게 경계심이 들었다.

“외삼촌 걱정마세요. 제가 데려다주면 돼요.”

“할아버지 생신 잔치야. 넌 아직 할 일이 많잖아.”

말을 할 때 진철의 시선이 우진과 윤희를 오갔고 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윤희는 손가락을 떨며 불편함을 느꼈다.

‘이 남자 기가 왜 이리 세?’

‘지예하고 잘 아는 사이인가?’

윤희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지만 지예에 대한 질투심이 더 컸다.

진철은 두 사람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차의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가 친절하게 말했다.

“지예 씨, 타세요.”

상황이 이래서 지예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우진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고 그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언제부터 지예와 삼촌이 저렇게 가까웠지?’

생각에 잠겨있는데 윤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예도 참, 약혼자 앞에서 다른 남자랑 저렇게 간다고?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

차 안.

진철과 지예, 두 사람은 멀찍이 좌우로 앉아있었다.

지예는 눈을 아래로 두고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궁리했다.

진철은 은근하면서도 절제된 눈빛으로 예쁜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우진이랑 싸웠어요?”

냉담한 어조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예 역시 그를 속일 생각이 없었기에 솔직히 말했다.

“전 이미 그 사람과 헤어졌어요.”

지예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드레스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돈은 제가 나중에 보낼게요.”

“아니에요. 원래 선물로 드린 겁니다.”

차 안이 다시 잠잠해졌다.

운전기사는 차를 매우 부드럽게 운전했다.

지예는 약간 긴장한 얼굴로 차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진철과 관련된 일뿐이었다.

우진과 7년 동안 사귀면서 그동안 서로의 집안사람들과 자주 마주쳤었다.

그녀가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후 진철을 보게 되었는데, 바로 그때 진철이 우진의 작은 외삼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그녀는 그를 모르는 척했다.

진철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일이 잘 안 풀리면 바로 나를 찾아요.”

갑작스러운 음성에 지예은 생각을 멈추었다.

지예가 차분한 음성으로 거절했다.

“괜찮아요.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

진철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지예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운전기사에게 출발을 지시했다.

때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상대편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언제쯤 돌아올 예정이야?]

“안 돌아가.”

진철의 단호한 대답이 상대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켰다.

[안 돌아온다고? 아니, 오빠, 지금 프로젝트의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잠깐, 설마 그 여자를 찾으러 간 건 아니겠지?]

그녀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진철과 친한 사이라면 누구나 진철이 마음속에 둔 여자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연예 한번 못해 본 29세의 진철이 인연을 만났다고 했을 때 모두들 믿을 수 없었다.

빨리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철이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때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순간 멍청하게 헛웃음을 지었다.

진철은 부씨 가문의 늦둥이로 로마에서 태어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금수저였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끝도 없이 줄을 섰지만 하필이면 그가 한 여자에 첫눈에 반했다.

그래서 그들은 한때 그 여학생이 정말 대단한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에 그들은 진철이 첫눈에 반한 여자가 그의 조카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헤어졌데.”

짤막한 한 마디로 진철은 유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금 그의 기분은 너무 좋았다.

[오빠, 설마 그 둘이 헤어졌다고 정말 믿는 건 아니지? 내 말이 듣기 싫겠지만 7년을 사귄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끊어지겠어? 그냥 무슨 일로 싸운 걸 거야,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면 오빠는 그냥 닭 쫓던 개가 되는 거라고.]

다시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진철이 실눈을 뜨고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절대 그럴 리 없어.”

...

유문석의 생신 잔치가 있은 지 사흘이 지났다.

지난 3일 동안 지예는 우진으로부터 원치 않는 사과와 기씨 가문의 전화 폭격을 받았다.

지예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무작정 차단시켜 버렸다.

오늘은 날씨가 흐렸다

그녀는 한 매운 요리 전문점에서 고객을 만났다.

상대방은 20대의 아름다운 여성으로 온몸에서 세련된 분위기 흘렀다.

“자료를 보셨으니 이제 그에 대한 결과를 알려주실 수 있겠죠?”

지예는 말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타로 카드의 점에 따르면 이 여성과 남편의 애정운이 매우 좋지 않았다.

심지어 완전히 깨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남편분이 요즘 좀 이상하지 않으셨나요? 예를 들어 갑자기 수연 씨에게 잘해준다거나요.”

지예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며 상대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수연 씨가 보기에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지예가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지예의 차분한 눈빛을 마주친 강수연은 대답을 망설였다.

‘정상이냐고?’

‘정상 아니야?’

강수연이 대답을 머뭇거리는 사이 지예는 그녀에게 자신이 분석한 결론을 들려주었다.

“수연 씨, 남편과의 관계는 여기까지가 좋을 거 같아요.”

타로 카드는 보조 도구일 뿐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일들과 결합하니 모든 것이 하나의 결론을 가리켰다.

강수연의 남편은 마음이 변했다.

강수연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왜요?”

지예는 양손을 깍지 낀 채 턱을 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수연 씨, 저랑 잠깐 어디 좀 가실래요?”

...

지예는 강수연을 데리고 일찌감치 한 클럽을 찾았다.

“제가 남편분의 행방을 개인적으로 알아본 걸 용서해 주세요. 남편분은 여기 311호실에 있어요. 제가 수연 씨와 함께 있어 드릴까요?”

강수연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저 혼자 들어갈게요.”

지예가 알겠다고 대답했다.

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댔고 마음속에서 조금의 기복도 없었다.

그녀가 이 직업을 가진 지 이미 몇 년이 흘렀다.

그러면서 별의별 상황들을 다 경험했다.

‘처음부터 진심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진심은 순식간에 변할 수 있어.’

‘그리고 누구도 이 법칙을 피할 수 없고.’

이런 생각하고 있을 때 귓가에 들리는 비명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강수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된 지예는 곧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녀에 눈에 강수연이 윤희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장면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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