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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이거 놔! 경찰에 신고할 거야! 이 미친년아!”

윤희는 아파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지푸라기가 되어 붙잡혀 있었다.

강수연은 냉소를 지으며 힘껏 잡아당겨 그녀의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세게 뺨을 때렸고 윤희의 얼굴에 삽시간에 손바닥 자국이 하나 생겼다.

지켜보던 몇몇 사람들은 모두 강수연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정신을 차리고 맞서려던 윤희는 한쪽 뺨을 또다시 한 대 얻어맞았다.

“허 그래, 내 남자의 어깨에 기대니까 좋아?”

윤희는 너무 맞아서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침침했다.

그녀는 아직 무슨 영문인지 몰라 정신이 없었는데 강수연이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뺨을 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거 완전 똘아이 아니야.’

“수연아, 그만해.”

화가 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룸 안에서 울렸고 윤희와 강수연을 떨어뜨려 놓은 그의 안색은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윤희가 억울하게 울자 다른 사람들이 다가와 위로했다.

“윤희야 울지 마. 절대 이건 그냥 두면 안돼. 우진 오빠가 오면 너 대신 다 해결해 줄 거니 걱정 마.”

“알았어, 넌 수건이랑 얼음 좀 가져와, 양쪽 얼굴이 부어서...”

강수연은 자신을 노려보는 주병진을 보니 기가 막혔다.

“네가 말한 접대라는 게 여자랑 노는 거냐?”

강수연이 룸으로 뛰어들었을 때 안에는 주병진과 그의 두 친구 그리고 여자는 윤희만 있었다.

그녀는 안에 여자가 있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주병진과 붙어 있다는 게 문제였다.

‘이런 걸 어느 아내가 참아?’

“수연아. 윤희는 내 친구야.”

‘응? 뭔가 익숙한 대사인데?’

입구에 서 있던 지예가 얼떨떨해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룸 안의 혼란스러운 장면을 지켜보던 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의 낮은 목소리를 듣고 윤희는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진에게 그녀 얼굴이 뚜렷하게 한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지금 뺨을 맞고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한없이 불쌍해 보였다.

“우진 씨...”

그녀의 울음소리가 너무 억울하게 들렸다.

윤희는 입구에 서 있는 지예를 발견하고 화가 나서 하마터면 인상을 구길 뻔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자신을 약자로 보이게 하려고 애썼다.

“지예야, 네가 나를 안 좋게 본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사람까지 보내 나를 때려야겠어? 왜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네가 직접 와서 내게 말해도 됐잖아. 꼭 이런 짓을 벌여야 해?”

윤희은 지금 벌어진 일을 지예의 탓으로 돌렸다.

우진은 차가운 표정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지예를 내려다보았다.

“지예, 네가...”

“이게 지예 씨와 무슨 상관인데? 너 왜 이렇게 뻔뻔해? 네가 먼저 내 남자 꼬셨잖아?”

강수연은 냉소하며 마구 소리쳤다.

주병진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다.

“수연아, 자세한 거는 우리 집에 가서 얘기하자. 제발 그만해.”

우진은 머리가 아파왔다.

그가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그만해!”

룸 안이 그제야 조용해졌다.

“기지예, 너와 나 사이의 일은 우리끼리 해결해야지. 윤희까지 연루시키지 마. 지금 당장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나도 이번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우진이 윤희를 감쌌다.

지예는 어이가 없었다.

‘난 단지 고객을 모시고 간통하는 남편을 잡으러 온 건데 어떻게 내가 일을 벌인 주동자가 된 거지?’

“유우진, 네 그 두 눈은 장식이야?”

지예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비아냥거렸다.

우진은 그녀를 노려보았고 표정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아, 됐어, 눈이 있으면 뭐해? 바람피우는 게 뭔지도 모르는데.”

우진은 너무 화가 났다.

그는 지예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당장 윤희에게 사과해.”

우진이 거칠게 행동하자 강수연은 깜짝 놀랐다.

“유 대표님, 사람은 제가 때렸는데, 지예 씨에게 무슨 사과를 하라는 거죠?”

강수연이 지예를 위해서 말했다.

하지만 지예가 보내는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지예는 우진에게서 손을 빼며 폭풍전야와 같이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내가 사과하기를 바래?”

“잘못했으면 사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우진이 자신의 편을 들자 윤희는 마음속에서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단 3초에 불과했다.

갑자기 윤희의 눈앞으로 지예가 다가와 이상한 눈빛을 하고는 윤희의 부어오른 오른쪽 뺨을 때렸다.

“아!”

윤희의 비명이 룸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일이 너무 순식간이라 모두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지예는 웃었다.

“너의 저 유우진이 굳이 내게 사과를 하라고 해서 말이야. 이제 사과해도 문제없겠어.”

“미안해. 근데 네 얼굴이 하도 두꺼워서 내 손이 더 아프네.”

윤희는 기가 막혀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가 억울하게 우진을 불렀지만 그보다 빠르게 주병진이 움직였다.

“기지예, 당신 우리 윤희에게 무슨 짓이야?”

주병진은 인상을 구기고 술병을 들어 지예의 뒤통수를 내리치려 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자 지예가 재빨리 옆으로 피했지만 어깨를 맞고 말았다.

병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지예 신음소리가 들렸다.

“주병진!”

일이 점점 통제 불능의 방향으로 커졌다.

윤희는 겁에 질려 몸을 움츠리며 우진의 품에 기댔다. 평상시라면 우진은 따뜻하게 윤희를 안심시키는 말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강수연은 싸움을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지예의 표정은 너무 차가웠다.

강수연이 손을 뻗는 순간 지예가 옆에 있던 술병을 집어 들어 주병진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그녀 얼굴의 가득한 독기는 주병진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

누군가 경찰에 신고했다.

쓰러진 주병진은 먼저 병원으로 다른 나머지 사람들은 경찰서로 연행됐다.

클럽 내에서 싸움과 소란이 일어났다.

그 일에 지예가 주범이 되어버렸다.

조용히 앉아 있는 그녀의 옷은 술에 젖어 있었고 온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

그녀는 예쁘고 차가운 얼굴에 무표정을 한 채 경찰이 묻는 대로 대답했다.

곧바로 조서가 완성됐다.

경찰이 말했다.

“지금 병원에 있는 부상자는 혼수상태예요. 앞으로 후속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고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자세히 기록으로 남겨두는 겁니다. 가족분의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나요? 이곳으로 좀 오라고 하세요.”

지예는 눈을 내리깔고 조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전 고아예요.”

윤희가 기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이미 가문의 친척들을 버리고 떠났다.

그래서 이제 그녀가 기댈 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똑! 똑!”하며 노크 소리가 났다.

“임 경위, 내 쪽 조사는 끝났어. 나 대신 이분들 좀 같이 보고 있어. 난 위에서 급한 일이 있다고 불러서 가봐야 해.”

우진과 일행이 함께 걸어 들어왔다.

냉찜질을 하는 윤희의 얼굴이 초췌해 보였다.

강수연이 지예에게 말했다.

“지예 씨, 걱정 마요. 모두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제가 책임질게요.”

지예가 말했다.

“수연 씨 탓이 아니에요.”

지예는 이번에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윤희는 우진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지예야, 이따 어머니 아버지가 날 데리러 오실 거야. 그때 너도 나랑 같이 집에 가자.”

윤희는 아까 전 지예에게 뺨을 한 대 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봐도 착한 척 관대하게 말을 했다.

지예는 그녀를 흘겨보더니 턱을 살짝 추켜올렸다.

“왜 집에 가서 한번 두고 보려고?”

윤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우진이 화난 얼굴로 말했다.

“지예는 그냥 둬.”

그는 지예가 언제까지 잘난 체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기씨 가문도 도와주지 않을 거야. 나하고도 헤어졌고 친구도 몇 명 없지.’

‘그럼 남은 건 보석인데, 내 도움 없이 힘들걸?’

이런 생각을 하자 우진의 어지러운 마음이 점차 진정되었다.

하지만 그는 곧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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