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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우진은 이 말을 하며 예리하면서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진철의 잘생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지예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기씨 가문 쪽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진철의 집에 한번 와봤다.

어제 지예가 진철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우진은 어제 지예의 행동에 너무 짜증이 났었다.

‘이해가 안 돼. 지예는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나?’

‘아무리 우리가 이미 헤어졌다고 해도 외삼촌과 그렇게 가버리면 내 체면이 어떻게 되겠냐고.’

진철은 우진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

우진에게서 진철에 대한 적개심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진철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편안한 자세로 차가운 눈빛을 던지며 우진의 질문에 답했다.

“내가 누구와 가깝게 지내든, 일일이 너에게 보고해야 해?”

항렬이나 능력 면에서 우진은 진철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우진은 이마의 핏줄이 나올 정도로 화가 났지만 주먹을 불끈 쥐며 참았다.

“외삼촌, 지예는 제 약혼녀예요.”

“우진아, 너흰 이미 헤어졌어.”

진철은 조용히 이 사실을 상기시켰다.

우진은 자신의 작은 외삼촌인 진철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우진은 자기도 모르게 냉소했다.

“외삼촌, 저와 지예의 지난 7년간의 감정은 끊는다고 해서 바로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이 말을 듣고 진철은 눈을 들어 우진의 눈빛을 마주했다.

잠시 후 진철이 말했다.

“7년간의 감정이 있다면서 너는 아무렇지 않게 기윤희를 만난 거야?”

우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내가 쥐 죽은 듯이 아주 조용했다.

엿듣던 지예가 진철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진실을 말하니까 유우진이 꿈쩍도 못하는군.’

‘역시 외삼촌이라 잘 알아.’

우진은 화가 너무 났지만 애써서 가라앉혔다.

“윤희와 저는 단지 친구일 뿐이에요. 그리고 그건 저의 개인적인 일이니 외삼촌이 참견하실 일도 아니고요.”

진철은 우진을 주시했다.

‘25살이나 되었는데 여전히 쉽게 동요하는구나.’

‘네 엄마의 장점을 하나도 물려받지 못했어.’

우진은 다시 화제를 원점으로 돌렸다.

“지예와 연락은 되나요?”

진철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 기복 없이 생각을 알 수 없는 눈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왜? 내가 그녀와 연락할 수 있을 것 같아? ”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지예와 외삼촌이 아무런 관계가 아니겠지.’

‘하지만 지금은...’

‘왠지 그렇지 않은 거 같은데?’

우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귓가에 심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진철과 우진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옅은 색의 옷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

우진은 놀랐다.

그러다 문득 크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외삼촌도 이제 30살이 다 됐는데 여자가 있는 게 당연하지.’

‘만약 없다면 그건 또 외삼촌이 정상이 아니라는 거고.’

우진은 이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초조했던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군거 같네.’

‘하긴 외삼촌은 외모, 집안, 능력 면에서 모두 최고잖아.’

‘그에 비해 지예는.’

‘그저 기씨 가문 진짜 아가씨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가짜일 뿐이야.’

‘거기다 재미도 없고 고지식까지 해서 외삼촌과는 어울리지도 않고.’

만약 7년간의 지예와 사귀지 않았다면 우진은 자신이 충분히 더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예는 내 최고 결혼상대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그녀에게 최고 결혼 상대였지.’

‘경해시 내에서 우리 유씨 가문의 영향력은 최고이니 지예가 나와 결혼하면 완전히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우진은 분명 자신과 헤어진 지예가 후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느꼈고 그러자 점점 편안해졌다.

그렇게 침묵이 이어지는 사이에 그의 가방 속의 휴대폰이 몇 차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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