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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누군가 주병진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대답했다.

“당연히 때린 사람이 책임져야지.”

‘지예, 네가 언제까지 잘난 체하며 버틸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경해시에서 그녀가 의지할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우진은 지예가 자신의 말만 잘 들어도 그녀를 다시 잘 대해주려고 했다.

‘그래도 7년을 사귄 사이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우진은 지예가 자신을 칼같이 떠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근데...’

우진은 생신 잔치에서 지예가 입었던 그 드레스가 떠올랐다.

짜증이 갑자기 밀려왔다.

‘도대체 그건 누가 지예에게 준 거지?’

우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감지한 다른 사람들은 눈치 있게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차디찬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지예의 귓가에서 그들이 한 말이 모두 맴돌았다.

그들은 한때 그녀와 함께 놀았던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에게 독설을 퍼붓고 있었다.

‘정말... 역겨운 것들.’

지예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오늘 밤의 좋은 기분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세수를 하니 정신이 더 맑아졌다.

그녀는 지금 매우 짜증이 났다.

‘한번 엎어버려?’

‘그냥 참아야겠지?’

지예는 재빨리 룸으로 돌아와 다른 일에 주의를 기울였고 자신의 뒤로 다른 사람이 따라 들어왔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윤희가 비로소 험상궂은 얼굴을 드러냈다.

윤희는 오늘 우진에게 불려 나왔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화장을 정리하다가 지예를 보게 되었다.

순간 지난날의 모든 질투와 광기가 뒤섞기며 계략이 떠올랐다.

‘오늘 밤 내가 완전히 지예가 우진 씨 곁으로 돌아올 수 없게 해 주지.’

‘할아버지가 지예를 좋아하는 게 대수야? 앞으로 유씨 가문은 우진 씨가 이끄는 건데.’

‘우진 씨가 지예를 미워하는 한 지예에게 신분 상승은 꿈에 불과하지.’

“윤희, 너 미쳤어?”

지예가 몸을 돌려 윤희를 발견하자 가뜩이나 화로 가득했던 마음이 절정에 달했다.

이번에 윤희는 보기 드물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술자리로 가서 반쯤 마신 술 한 병을 집어 들더니 지예의 놀란 시선 앞에 두고 머리에 술을 잔뜩 부었다.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어 뺨 양쪽에 달라붙었고 온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아픔을 참으며 갑자기 빈 병을 자신의 팔에 내리쳤다.

윤희는 병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았고 술에 젖은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려고 했다.

지예는 그 모습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쟤가 이제 완전히 정신이 나간 거야?’

하지만 곧 지예는 윤희가 그렇게 한 목적을 알게 되었다.

“지예야, 미안해. 내가 우진 씨에게서 멀리 떨어질게. 그러니 때리지 마!”

뒤에서 한바탕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윤희가 말을 끝냈을 때 우진이 때마침 달려왔다.

“기지예,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우진은 갑자기 큰 손으로 지예를 한쪽으로 밀쳤다. 그 순간 우진이 지예 어깨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고통을 느낀 지예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우진은 이어서 빠르게 윤희에게 다가가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었다.

윤희는 그대로 우진의 품에 안겨 무서워 몸을 덜덜 떠는 연기를 했다.

팔뚝에서 흐르는 피가 우진을 놀라게 했다.

상황이 다급하다고 느낀 우진은 윤희의 허리를 잡아 안아 올렸고 지예를 스쳐 지나가며 심한 욕설을 내뱉었다.

“지예, 너 오늘 일은 나중에 두고 보자.”

우진이 윤희를 데리고 나갔다.

그러자 나머지 몇 명의 재벌가 도련님들이 서로를 바라보았고 지예를 혼내주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룸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지예는 순간 그들을 경계했다.

그녀는 태연하게 소파 앞으로 걸어가 휴대폰으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

그런데 녹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남자가 재빨리 다가와 휴대폰을 빼앗았다.

“지예 씨, 내가 말했었잖아요. 우진이 형은 당신을 이제 좋아하지 않는다니까. 그러니까 진작에 내 말대로 서로 애인이 됐다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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