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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추성훈은 지예를 내려다보며 아주 기뻐했다.

“기지예, 괜히 힘 빼지 마. 그 약은 아무리 고고한 인간이라도 금방 얌전한 개로 만들어 주니까.”

지예는 온몸이 괴로웠다.

“개X식, 이건 범죄야.”

무슨 농담을 들은 것처럼 추성훈은 아무런 대꾸 없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가 웃음을 멈췄다.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증거 있어?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가 투여한 약은 8시간이 지나면 전문 기기로도 검출이 되지 않았다.

만약 지예가 추성훈을 강간범으로 고소한다면 그는 동영상을 보여 줄 것이고 오히려 모두 지예가 원해서 일이 벌어졌다는 것으로 고소가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추성훈은 곧 있을 지예와의 성관계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아직 서두르면 안 되지.’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빌게 해 주마. 아주 개처럼 말이야.’

시간이 천천히 흐르면서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예는 온몸이 후끈거리고 타오르는 갈증을 느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며 간신히 정신을 붙잡았다.

“추성훈, 이 야비한 놈.”

‘이 모욕은 내 평생 잊지 않으마.’

추성훈은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도발했다.

“걱정 마. 난 우진이 형보다 기술이 좋을 테니. 완전 기분 좋게 해 줄게. 좀 있으면 너도 좋아서 날 오빠라고 부를걸.”

추성훈과 일당들은 늘 함께 모여 놀았다.

일찍부터 그들은 여자와 노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유진은 달랐다.

그는 잘 놀긴 했지만 여자를 부르진 않았다. 그래서 추성훈은 그가 여자 경험이 부족해 지예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예는 메스꺼움이 극에 달했다.

거기에 몸이 뜨거워지며 힘이 빠졌다.

그녀의 상태가 변할수록 추성훈은 더욱 흥분했다.

지예는 순간 절망감이 솟구쳤다.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눈동자에 힘이 풀리면서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안았다.

‘추성훈 같은 쓰레기에게 겁탈을 당하느니 차라리 다 같이 죽는 게 낫지.’

‘어차피 난 외톨이니까 죽어도 아무 상관없을 거고.’

지예가 이런 생각을 할 때 추성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옷을 벗기려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뒤의 문이 세게 걷어차여 열렸다.

곧이어 누군가 들어와 추성훈의 뒷덜미를 힘껏 움켜쥐고는 그를 거칠게 내동댕이쳤다.

지예가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

머리 위에서 진철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어서 미안해요.”

이 말에 지예는 갑자기 울컥했다.

“저 더워요.”

힘없는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있었다.

진철은 외투로 지예를 꽁꽁 감싸고 부드럽게 안아 소파에 앉혔다.

“얌전히, 몇 분만 기다려요.”

이미 지예는 이성을 잃었다.

그녀의 온몸이 뜨겁게 타올랐다.

‘이런, 여길 빨리 정리해야겠어.’

진철이 돌아서는 순간 그의 눈에는 그 어떤 망설임도 전혀 없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찬 서리로 뒤덮여 있는 것처럼 아주 차가웠다. 그 모습에 추성훈은 자기도 모르게 뱉으려던 욕을 삼켜버렸다.

두려움은 원래 욕망을 이긴다.

“부, 진철 형님?”

진철은 그들 사이에서 하나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

다들 형님으로 모셨다.

‘그런데 형님이 왜 여기에?’

추성훈은 겁에 질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고 자신이 보고 있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진철이 한 발짝씩 그에게 다가서자 끝 모를 강한 압박감이 밀려왔다.

추성훈은 두려움에 무의식적으로 손발로 기어 뒤로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공포가 가득해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진철에게 용서를 빌었다. “쿵쿵”하고 머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곧 그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추성훈의 비굴한 모습이 꼭 매 맞은 개 같았다.

“방금 네놈이 이 손으로 지예 씨를 건드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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