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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파혼 선언
그녀의 파혼 선언
작가: 교압압

제1화

유우진과 함께한 지 7년, 기지예는 결국 파혼을 제안했다.

메시지에 대한 회신은 두 시간이 지난 후에 도착했다.

[파혼하자고? 만나서 얘기하자.]

지예는 자신의 실시간 위치를 보냈다.

시원한 카페 안에 해가 지며 창밖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을 한 지예가 눈을 감자 유우진과 기윤희가 얽혀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 사람은 그녀의 약혼자였다.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양부모가 찾은 친딸이었다.

그녀는 생리 기간의 심한 통증을 참지 못하고 병원에 혼자 수액을 맞으러 갔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연히 우진이 윤희를 안고 있는 다정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유우진, 그는 경해시 최고의 명문가 상속자이자 US 그룹의 대표였다.

그는 1분 1초가 아깝다며 늘 바쁘게 일했고, 약혼자인 지예도 미리 며칠 전에 약속을 잡아야 겨우 만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바쁜 업무 시간 중에도 모든 일을 제쳐두고 윤희와 함께 병원에 와 있었다.

더 황당한 건 지예가 오늘 오전에 우진에게 오후에 시간이 있냐고 조심스레 물었을 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럼 바빴던 게 아니라 일부러 대답을 안 한 거였어?’

지예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시간은 흘러가고 기다림은 점점 지루해졌다.

지예는 아랫배의 통증을 참으며 고개를 숙인 채 카톡 스토리를 열었다.

그녀의 양어머니 오미수의 메시지가 와 있었고, 굳은 표정으로 그것을 확인했다.

오미수가 3분 전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모티콘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던 것이다.

지예는 떨리는 손으로 그 사진 파일을 열었다.

사진 속에는 윤희가 병상에 힘없이 누워 있었고, 그녀 옆에는 한 남자가 허리를 숙여 다정하게 돌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뒷모습이었지만 지예는 그 남자가 7년 동안 함께했던 우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사람 여태 병원에서 윤희를 돌보고 있었던 거야?’

사진을 확인한 지예는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숨이 가빠지며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새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았다.

카페의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지예는 우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그의 답장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지예는 예전의 메시지 기록들을 뒤적였다. 언제부터인가 우진의 답장이 뜸해졌고, 어느새 그녀의 일방적인 대화만이 남아 있었다.

‘정말 하루 종일 휴대폰도 못 볼 만큼 바쁘다는 거야?’

지예는 더 이상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이제는 자신의 메시지에 가장 빨리 대답해 주던 사람을 잃었다는 공허함만이 가슴을 채웠다.

카페가 문을 닫기 5분 전, 우진이 마침내 도착했다.

날렵한 체형의 그는 셔츠 윗단추 두 개를 풀었고, 그 사이로 쇄골이 살짝 드러날 듯 말 듯 했다.

매력적인 눈매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그가 지예 앞에 앉았다.

“왜 파혼을 하겠다는 거야?”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두 사람은 동시에 말했다.

우진은 잠시 당황한 듯하다가 이내 피곤한 얼굴로 미간을 문질렀다.

“요즘 일이 많아서 계속 야근했어.”

그는 당황했지만, 얼굴을 붉히거나 긴장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늘 병원에서 그 장면을 보지 않았다면, 그냥 믿었겠지.’

지예는 냉소를 흘렸다.

평소 밝은 이미지의 그녀였지만, 지금은 얼굴 가득 불쾌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우진에게는 낯설게 느껴졌다.

마음속에 스며드는 초조함을 억누르며 우진이 말했다.

“지예야, 내가 정말 바빴어. 그러니까 이번 일만 끝내고, 우리 사이의 문제는 그때 이야기하면 안 될까?”

우진은 지예와 7년을 함께했다.

주변 친구들은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여전히 약혼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결혼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단지 결혼을 생각할 때마다 반복되는 지루한 삶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때마다 숨이 막히곤 했다.

그는 지예와 7년을 함께하면서 처음의 설렘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바쁘다고? 근데 병원에서 기윤희랑 뒹굴뒹굴할 시간은 있었나 보네?”

지예는 휴대폰을 우진 앞에 던졌다.

오미수가 보낸 사진은 우진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우진은 갑자기 얼굴빛이 어두워지며 당황했다.

“지예야, 난 윤희랑 그냥 친구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제발 의심 좀 그만해.”

예전의 우진은 지예에 대한 사랑이 넘쳤고, 늘 솔직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예가 차갑게 말했다.

“네 말대로 진짜 친구라면, 왜 나한테 야근한다고 속였어?”

‘도대체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한 거지?’

‘예전에 내게 얼버무리며 핑계를 댔을 때도 기윤희와 함께 있었던 거야?’

‘그랬을 수도 있겠네.’

‘하지만 이제 와서 따진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네가 윤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괜히 쓸데없이 오해할까 봐 그랬어.”

‘역시 유우진, 넌 일부러 그랬던 거야.’

‘내가 기윤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 여자와 가깝게 지낸다고?’

‘심지어 나한테 거짓말까지 하면서?’

‘참, 어이가 없네.’

지예는 눈을 깜빡이며 터져 나올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우진 씨, 사실 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그때 왜 당신이 먼저 윤희를 도왔어?”

윤희는 그들과 같은 대학을 다녔다.

당시 그녀는 그저 가난한 여대생일 뿐이었다.

지예와 우진의 관계가 소원해져 있던 시기에, 윤희가 교환학생으로 왔고 우진은 자발적으로 유씨 가문의 이름으로 윤희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대학을 졸업한 후, 윤희는 기씨 가문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지예는 모두가 부러워하던 명문가의 아가씨에서, 남의 자리를 차지한 가짜 아가씨로 바뀌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떠들어댔고, 지예는 그 모든 시선을 견뎌야 했다.

우진은 지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윤희는 친구 사이라는 점만 반복해서 강조했다.

사실 우진 자신도 윤희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윤희에 대한 감정이 지예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윤희를 포기하라고?’

‘그건 좀 어려운데?’

지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우진 씨, 나 정말 진심이야. 우리 파혼하자.”

대화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고, 두 사람 사이에는 지루한 침묵이 흘렀다.

우진은 지예를 차갑게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었다.

“지예야, 그 말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지예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 나 진심이야.”

원래 지예는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우진을 마주한 순간, 그녀의 결심은 단단해졌다.

우진이 윤희를 정말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지예는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제 그녀는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결심했다.

“기씨 가문이 우리 유씨 가문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거야.”

우진은 결혼 약속을 쉽게 취소할 수 없다고 상기시키듯 말했다.

“난 어차피 기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우리 집안도 이미 오래전부터 나와 당신이 파혼하기를 바랐어.”

지예는 그동안 우진에 대한 애정 때문에 기씨 가문의 압력에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지쳤다.

‘우진 씨가 정말 나를 사랑했다면, 졸업 후 바로 결혼했을 거야. 내가 이렇게 25살이 될 때까지 결혼을 미루지 않았을 거고.’

우진은 차갑게 물었다.

“지예야, 마지막으로 묻겠어. 정말 파혼하고 싶어?”

그의 말투는 냉정했고, 눈빛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지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약지의 반지를 뺐다.

그 반지는 두 사람이 약혼할 때, 우진이 유명한 디자이너에게 특별히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반지 안쪽에는 두 사람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우진은 지예의 행동에 순간 당황했다.

말릴 틈도 없이, 지예는 그 반지를 식어버린 커피잔 속에 던져버렸다.

“지예야!”

우진의 성난 목소리가 카페 안을 울렸다.

그러나 지예는 결연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이걸로 우리는 끝이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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