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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여지연은 화장실에서 화장을 수정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무언가 떠오를 듯했지만, 더 자세히 생각해 보려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여러 번 의사를 만나 상담을 했지만 기억 상실의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기억을 잃고 흐리멍덩한 의식으로 살아가든지, 아니면 어느 날인가 모든 기억이 갑작스레 돌아올 거라고 했다.

여지연은 누군가가 자신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립스틱을 덧바르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샴페인을 들고 있는 권석훈이 보였다.

여지연은 백소은과 함께 지내는 3년 동안 성남시의 온갖 호화로운 장소를 찾았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백소은이 자신과 함께 약속 자리에 나가는 이유를 모를 리가 없었다. 백소은은 여지연의 뛰어난 외모로 성남시 제일 잘나가는 가문에 시집을 보내, 더 큰 위망을 얻고자 했다.

여씨 가문이 본인의 목숨을 구해줬지만, 여지연은 자신을 대가로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여지연 씨.”

권석훈이 샴페인 잔을 그러쥐고 걸어왔다.

“따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여지연이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며 말했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여기에서 하시죠.”

권석훈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아이도 낳은 사람이 비싼 척은.’

“여씨 가문 사모님이 저와 여지연 씨를 맺어줄 계획이라고 하던데, 여지연 씨 생각은 어떠세요?”

권석훈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여지연이 덤덤하게 말했다.

“어머니가 저한테 물으셨을 때 저는 이미 거절했어요. 유서 깊은 권씨 가문에 저 같은 양녀는 어울리지 않아요.”

“여지연 씨는 눈치가 빠른 편인가 봐요.”

권석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외모가 너무 뛰어나셔서, 우리 한번 만나보는 건 어때요?”

권석훈이 한 발 더 다가가 여지연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잡아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정말 향기롭네요…….”

여지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퍽!

여지연은 권석훈의 손을 휙 쳐냈다.

고생 한번 하지 않고, 곱게 큰 권씨 가문 도련님 권석훈의 흰 손등은 바로 빨갛게 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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