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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여진석이 눈을 가늘게 뜨고, 정원의 등나무 덩굴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여지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백소은이 여지연을 입양하겠다고 했을 때, 말없이 승낙했었다.

그러나 함께 지내는 3년 동안, 여진석은 여지연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느꼈다.

가족회의에서 지연과 시선을 마주하면, 의자에 가시가 돋친 것처럼 안절부절못해졌다.

“이미 죽은 아이는 우리가 되돌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하루빨리 지연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를 기도해야 해요. 현실을 직면한다면 죽은 아이는 빠르게 잊어버릴 거예요.”

백소은의 말에 여진석이 차갑게 대답했다.

“지수의 두 사촌 오빠도 지금 선 자리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어? 둘 중 아무나 지연과 맺어주는 게 어때?”

백소은은 말문이 막혔다.

“그게…….”

“지연이 여씨 가문을 위해 아이를 낳는다면, 앞으로 우리 가문에 해를 입히지 못할 거야.”

여진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일은 당신이 잘 생각해 봐.”

백소은은 할 말을 잃었다.

‘여씨 가문의 두 철없는 도련님이 어떻게 지연이랑 어울리겠어.’

성수시에서 유일하게 어울리는 짝인 권석훈은, 이미 지연이 건넨 진단서 하나로 모든 가능성이 파멸되었다.

“지연이 진상을 알아버린다면, 제일 큰 해를 입는 건 지수일 테니, 잘 생각해 봐!”

여진석은 마지막으로 이 말만 남기고 서재로 돌아갔다.

백소은은 두 손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끙끙 앓았다.

……

지연은 바닷가로 운전했다.

성수시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였고, 너무 작은 도시인 탓에 해안선도 개발되지 않았다.

지연은 자갈이 깔린 모래사장 위를 걸으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지도를 통해, 이 바다의 맞은편은 국제도시인 성남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소은은 본인이 성남시 사람일 가능성이 크며, 파도에 휩쓸려 성수시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성남시에서 성수시까지, 비록 바다 하나가 떨어진 거리였으나, 파도에 휩쓸려 이곳까지 살아서 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거리였다.

‘나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내 아이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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