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칠흑같이 어두운 밤.도씨 가문의 별장 뒷집 창고에서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창백한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마른 입술을 한 도예나의 불룩 나온 복부가 한차례 수축하더니 하체에서 빨간 핏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임신한 지 여덟 개월밖에 안 됐는데, 왜 낳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지…….'설마 조산인가?'8개월 차 조산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녀는 일분일초도 지체하지 않고 손발을 동시에 사용하여 문 앞으로 기어가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주씨 아저씨, 제가 곧 아이를 낳을 것 같아요. 제발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문밖에는 사오십 대 중년 남자가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큰 아가씨, 아가씨께서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를 가졌는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병원으로 데려가 망신을 살 것 같아요? 시끄럽게 굴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도예나는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8개월 전, 그녀는 호텔에서 기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사진을 찍혀 도시 전체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로 되었던 것!하지만 곧이어 그녀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는 그녀를 창피하다고 여겨 낙태를 강요했다!그러나 낙태하기 일 초 전, 그녀는 갑자기 몸을 뒤집어 병상에서 벗어나 그 길로 도망쳤고 자신이 죽을지언정 아이를 낙태하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이 작은 방에 가두고 될 대로 되라고 내버려 뒀다.그녀는 꼬박 8개월 동안 감금됐었고 단 한 발짝도 이곳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주씨 아저씨, 제발 부탁드릴게요, 제 아이 좀 살려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거예요…….""주씨 아저씨,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지속적인 진통에 도예나의 애원하는 목소리도 점차 작아졌다.그러나 문 앞을 지키는 사람은 마치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태연자약하게 담배를 피워 댔다.도예나의 하체에서 피가 이따금 쏟아져 나오면서 그녀의 치마를 적셨
도예나는 아픔을 참으면서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고개를 숙여 하체를 바라보니 핏물로 적신 치마 아래에는 두 아기가 보였다.아기는 온몸이 핏물로 뒤범벅된 채 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목청이 찢어질 듯 울고 있었다.바로 그녀의 아이였다. 그것도 쌍둥이!하지만 도예나가 기뻐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은 갑자기 울음을 그쳤다.두 아이의 얼굴은 호흡곤란으로 청자색을 띠고 있었다."아가, 무서워하지마, 엄마 여기 있어……."그녀는 가슴이 바짝 타들어 가는 마음으로 벌벌 기어가 아이를 품에 안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도설혜의 발이 그녀의 손등을 세차게 밟았다."언니, 정말 재주가 좋네. 쌍둥이를 낳다니."아이들을 바라보는 도설혜의 눈빛에는 음산함으로 가득 찼다."그런데 정말 아쉬워. 이 두 아비 없는 아이들은 명이 짧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태어난 지 몇 초 만에 다른 세상으로 가버렸네.""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내 아기들은 죽지 않았어!"도예나의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아기의 얼굴을 한번 만져보고, 작은 엉덩이도 가볍게 두드려 보고 싶었지만 손이 아기의 부드러운 몸에 닿기도 전에 하녀 한 명이 들어와 차가운 얼굴로 바닥에 있는 두 아기를 들어 올렸다."둘째 아가씨, 이 두 죽은 아기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요?"도설혜는 두 아이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만약 죽는다면 도예나가 슬픔에 잠긴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매우 통쾌할 것이고, 물론 이 두 아기가 살아 있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두 자식을 데리고 도예나는 평생 떳떳하게 살지 못할 테니.도설혜의 시선은 무심코 두 아이에게로 향했다.그러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이 쌍둥이는 생김새가 완전히 똑같았는데, 오랜 시간의 영양실조로 작은 얼굴은 피골이 상접하고 얼굴선이 다 드러날 정도로 바싹 말라 있었다.하지만 이 두 얼굴을 보니, 괜히 성남에서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천하무적 대마왕 강현석이 떠올랐다.곧이어 한 가지 사실
도예나는 죽은 아이들을 위해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핏물로 범벅 된 바닥에 누워 다시 찾아온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너무나도 익숙한 통증. 바로 아까 아기를 낳기 전에 느꼈던 진통이다…….그녀는 손으로 복부를 만지더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설마, 뱃속에 또 아이가 있는 건…….'도예나의 눈동자는 갑자기 휘둥그레 커졌다.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급히 힘을 주자 피가 다시 흘러나왔다.찢어지는 느낌이 한차례 밀려와 기절할 것 같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기에 도예나는 버틸 수 있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절대 기절하면 안 된다는 것을.만약 그녀가 의식을 잃으면 배 속의 아기는 질식하여 죽을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혀끝을 깨물며 정신을 부여잡았다."우와아앙!"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도예나의 서글픈 눈동자에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힘겹게 상반신을 일으켜 아래를 봤다.두 아기!그녀는 믿기 힘들게도 네 쌍둥이를 임신했다!어쩐지 그녀의 배는 놀라울 정도로 컸었고 그녀의 식욕은 날이 갈수록 더 커졌다!원래 네 명의 아기였다, 그녀는 어떻게 아기를 넷씩이나 잉태했을까…….하지만 앞서 태어난 두 형제는 이미 이 자리에 없었다…….도설혜만 제때 두 형제를 병원에 데려다준다면 그 두 아기도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도예나는 오랫동안 아꼈던 도설혜가 이토록 미웠던 적이 없었다.8개월 전 이곳에 갇혔을 때, 그녀는 자기를 집안의 수치로 여겨 갇혀 있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인제야 이 모든 것이 음모라는 것을 알았으니.도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빼앗기 위해 도설혜가 이 정도로 눈이 돌았을 줄이야.그녀는 도씨 가문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도예나는 억지로 힘을 짜내 몸을 지탱하고 두 아기를 향해 다가갔다.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다.두 아기는 온몸이 피범벅이었지만 전혀 그들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릴 수 없었다.이들이 바로 그녀의 소중한 보물들이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반드시 이들을
4년 후.옷차림이 말쑥한 남자가 그녀에게 달려들더니 자기의 몸 아래로 매섭게 제압했다.찢겨 너덜너덜해진 옷, 남자에 의해 침범당하는 육체. 하지만 그녀는 반항할 힘이 없었다…….남자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자욱한 안개에 뒤덮인 듯 남자의 얼굴은 매우 흐릿해서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그 남자는 도예나와 가장 친밀한 스킨쉽을 나누고 있어도 동공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도예나는 그 눈빛에 깜짝 놀랐다.그녀는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하더니 눈을 번쩍 떴다."엄마, 악몽 꾸셨어요?"부드러운 앳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도예나는 그제야 비행기에서 그런 꿈을 꿨다는 걸 깨달았다.꿈속에서는 5년 전 18세 성인식 날 밤, 그녀가 도설혜의 함정에 빠진 장면이 펼쳐졌다…….여러 해가 지나고 그녀는 그 일을 더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지만, 왜 다시 꿈속에서 그 남자를 만났는지…….아들의 맑은 눈동자와 마주친 그녀는 얼굴을 조금 붉히며 말했다. "엄마 괜찮아. 그냥 장거리 비행이 조금 피곤할 뿐이야."도제훈은 따듯한 물 한 잔을 따라 건네주었다. "엄마, 물 좀 마시면 괜찮아질 거예요."곧이어 또 푹신한 쿠션 하나를 꺼내 도예나의 등 뒤로 옮겨 놨다. "이러면 더 편해질 거예요."도예나는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아 아들의 볼에 입을 맞췄다. "제훈아, 엄마의 가장 큰 행운은 바로 너희 두 보물을 갖게 된 거야."그녀는 옆에 앉아 조용히 잠든 도수아를 바라보며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4년 전,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와 마침내 한 가닥 생존의 기회를 찾았었다.당시 조산한 두 아이는 생명이 위독했고 병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위독 통지서를 받았다.상대적으로 더 건강한 도제훈은 몸이 다 나았지만, 도수아는 의사의 소견으로 치료를 포기하게 됐었다.어쩔 수 없이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에 가서 치료받아야 했다.그 후, 도수아의 목숨은 성공적으로 지켰다. 하지만 ―기억을 되짚어 보
강세윤은 경호원에 의해 VIP룸으로 안내되었다.가죽 소파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남자가 기대앉아 있었다.검은 양복에 차가운 눈빛을 한 그는 입을 열지 않아도 몸에 배 있는 왕의 기운으로 모든 것을 압도했다.독수리처럼 매서운 눈빛이 네 살 된 강세윤에게 향했다."허락 없이 뛰쳐나가면 안 된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어?"강세윤은 고집스럽게 등을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그냥 구경만 했는데도 안 돼요?""안 돼."강현석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얼음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은 냉혹한 시선.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한 걸음 한 걸음 강세윤을 향해 다가갔다. "밖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너 노리고 있는지 알아? 이렇게 경솔하게 뛰어다니다가 무슨 일을 당하려고!""몰라요!"강세윤은 작은 머리를 휙 돌렸다.그는 또 방금 만난 여자를 떠올렸다.'그 여자에 관한 소식을 알아내면, 또 몰래 빠져나가려고 했는데…….'"현석 씨, 화내지 마세요."이때, 소파에 앉아 있던 여인이 몸을 일으키고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다.붉은색 슬림한 롱드레스는 아름다운 그녀의 몸매를 전부 드러냈고 정교한 메이크업은 그녀의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여인은 강세윤의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말했다. "세윤아, 아빠는 세윤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셔서 화내는 거야. 이제부터 아빠가 하시는 말씀 잘 듣고 제멋대로 밖으로 뛰쳐나가 놀면 안 돼, 알았지?""아니요! 내가 왜 당신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강세윤은 매우 불쾌하게 여인의 손을 휙 쳐냈다.이 여인은 다름 아닌 도설혜다.그녀의 손은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었고 갑자기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세윤아, 난 네 엄마야. 근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널 8개월 동안 임신하고 낳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제발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말아 줄래…….""흥!"강세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아직 어려서 8개월 임신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그러나 그는 자기가 도설혜를 전혀 좋아하지
서씨 가문은 호숫가에 있는 별장에서 살고 있다.이곳은 풍경이 아름답고 아늑한 전형적인 부자 동네다.메이드가 공손하게 길을 안내하자, 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걸어갔다."나나야, 드디어 돌아왔구나……."노부인은 별장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도예나가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언뜻 일찍 죽은 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녀의 비운의 딸도 미인박명이고, 비운의 외손녀도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외할머니……."노부인의 어깨에 기댄 도예나는 잠시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이 세상에 아직도 그녀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노부인 한 사람뿐이다…….그녀는 해외의 아주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노부인은 사람을 보내 그녀를 찾아냈고 자주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권했다.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서씨 가문에서 외할머니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은 자기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돌아오는 것을 계속 지체하였다……."얘들이 바로 제훈이와 수아구나. 정말 이쁘게도 생겼네."노부인은 허리를 굽혀 두 아이의 얼굴을 만졌다.도제훈은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말했다. "외증조할머니."반면에 도수아는 경계 태세를 갖추면서 한 발짝 물러섰다. 예쁜 얼굴에는 싸늘함이 가득했다.두 아이의 사연을 잘 알고 있는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의사에게 연락했으니 며칠 뒤 수아를 데리고 한번 다녀와."도예나는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았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을 데리고 노부인을 따라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서씨 가문의 식구는 전부 거실에 모여있었다.이곳은 서씨 가문에서 대대적으로 전해져 내려온 집터로, 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직계 가족뿐이다. 즉 도예나의 외삼촌, 외숙모들 그리고 사촌 형제들까지."엄마, 할머니 오늘 왜 우리를 집으로 부르셨대요?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서슬기는 귀찮은 듯이 투덜거렸다.그녀는 도예나의 큰 사촌 언니로서 올해 28살이다. 일찍이 시집을 갔지만 오늘 할머니가 꼭 집으로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