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는 죽은 아이들을 위해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핏물로 범벅 된 바닥에 누워 다시 찾아온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너무나도 익숙한 통증. 바로 아까 아기를 낳기 전에 느꼈던 진통이다…….그녀는 손으로 복부를 만지더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설마, 뱃속에 또 아이가 있는 건…….'도예나의 눈동자는 갑자기 휘둥그레 커졌다.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급히 힘을 주자 피가 다시 흘러나왔다.찢어지는 느낌이 한차례 밀려와 기절할 것 같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기에 도예나는 버틸 수 있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절대 기절하면 안 된다는 것을.만약 그녀가 의식을 잃으면 배 속의 아기는 질식하여 죽을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혀끝을 깨물며 정신을 부여잡았다."우와아앙!"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도예나의 서글픈 눈동자에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힘겹게 상반신을 일으켜 아래를 봤다.두 아기!그녀는 믿기 힘들게도 네 쌍둥이를 임신했다!어쩐지 그녀의 배는 놀라울 정도로 컸었고 그녀의 식욕은 날이 갈수록 더 커졌다!원래 네 명의 아기였다, 그녀는 어떻게 아기를 넷씩이나 잉태했을까…….하지만 앞서 태어난 두 형제는 이미 이 자리에 없었다…….도설혜만 제때 두 형제를 병원에 데려다준다면 그 두 아기도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도예나는 오랫동안 아꼈던 도설혜가 이토록 미웠던 적이 없었다.8개월 전 이곳에 갇혔을 때, 그녀는 자기를 집안의 수치로 여겨 갇혀 있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인제야 이 모든 것이 음모라는 것을 알았으니.도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빼앗기 위해 도설혜가 이 정도로 눈이 돌았을 줄이야.그녀는 도씨 가문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도예나는 억지로 힘을 짜내 몸을 지탱하고 두 아기를 향해 다가갔다.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다.두 아기는 온몸이 피범벅이었지만 전혀 그들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릴 수 없었다.이들이 바로 그녀의 소중한 보물들이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반드시 이들을
4년 후.옷차림이 말쑥한 남자가 그녀에게 달려들더니 자기의 몸 아래로 매섭게 제압했다.찢겨 너덜너덜해진 옷, 남자에 의해 침범당하는 육체. 하지만 그녀는 반항할 힘이 없었다…….남자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자욱한 안개에 뒤덮인 듯 남자의 얼굴은 매우 흐릿해서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그 남자는 도예나와 가장 친밀한 스킨쉽을 나누고 있어도 동공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도예나는 그 눈빛에 깜짝 놀랐다.그녀는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하더니 눈을 번쩍 떴다."엄마, 악몽 꾸셨어요?"부드러운 앳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도예나는 그제야 비행기에서 그런 꿈을 꿨다는 걸 깨달았다.꿈속에서는 5년 전 18세 성인식 날 밤, 그녀가 도설혜의 함정에 빠진 장면이 펼쳐졌다…….여러 해가 지나고 그녀는 그 일을 더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지만, 왜 다시 꿈속에서 그 남자를 만났는지…….아들의 맑은 눈동자와 마주친 그녀는 얼굴을 조금 붉히며 말했다. "엄마 괜찮아. 그냥 장거리 비행이 조금 피곤할 뿐이야."도제훈은 따듯한 물 한 잔을 따라 건네주었다. "엄마, 물 좀 마시면 괜찮아질 거예요."곧이어 또 푹신한 쿠션 하나를 꺼내 도예나의 등 뒤로 옮겨 놨다. "이러면 더 편해질 거예요."도예나는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아 아들의 볼에 입을 맞췄다. "제훈아, 엄마의 가장 큰 행운은 바로 너희 두 보물을 갖게 된 거야."그녀는 옆에 앉아 조용히 잠든 도수아를 바라보며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4년 전,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와 마침내 한 가닥 생존의 기회를 찾았었다.당시 조산한 두 아이는 생명이 위독했고 병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위독 통지서를 받았다.상대적으로 더 건강한 도제훈은 몸이 다 나았지만, 도수아는 의사의 소견으로 치료를 포기하게 됐었다.어쩔 수 없이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에 가서 치료받아야 했다.그 후, 도수아의 목숨은 성공적으로 지켰다. 하지만 ―기억을 되짚어 보
강세윤은 경호원에 의해 VIP룸으로 안내되었다.가죽 소파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남자가 기대앉아 있었다.검은 양복에 차가운 눈빛을 한 그는 입을 열지 않아도 몸에 배 있는 왕의 기운으로 모든 것을 압도했다.독수리처럼 매서운 눈빛이 네 살 된 강세윤에게 향했다."허락 없이 뛰쳐나가면 안 된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어?"강세윤은 고집스럽게 등을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그냥 구경만 했는데도 안 돼요?""안 돼."강현석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얼음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은 냉혹한 시선.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한 걸음 한 걸음 강세윤을 향해 다가갔다. "밖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너 노리고 있는지 알아? 이렇게 경솔하게 뛰어다니다가 무슨 일을 당하려고!""몰라요!"강세윤은 작은 머리를 휙 돌렸다.그는 또 방금 만난 여자를 떠올렸다.'그 여자에 관한 소식을 알아내면, 또 몰래 빠져나가려고 했는데…….'"현석 씨, 화내지 마세요."이때, 소파에 앉아 있던 여인이 몸을 일으키고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다.붉은색 슬림한 롱드레스는 아름다운 그녀의 몸매를 전부 드러냈고 정교한 메이크업은 그녀의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여인은 강세윤의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말했다. "세윤아, 아빠는 세윤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셔서 화내는 거야. 이제부터 아빠가 하시는 말씀 잘 듣고 제멋대로 밖으로 뛰쳐나가 놀면 안 돼, 알았지?""아니요! 내가 왜 당신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강세윤은 매우 불쾌하게 여인의 손을 휙 쳐냈다.이 여인은 다름 아닌 도설혜다.그녀의 손은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었고 갑자기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세윤아, 난 네 엄마야. 근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널 8개월 동안 임신하고 낳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제발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말아 줄래…….""흥!"강세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아직 어려서 8개월 임신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그러나 그는 자기가 도설혜를 전혀 좋아하지
서씨 가문은 호숫가에 있는 별장에서 살고 있다.이곳은 풍경이 아름답고 아늑한 전형적인 부자 동네다.메이드가 공손하게 길을 안내하자, 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걸어갔다."나나야, 드디어 돌아왔구나……."노부인은 별장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도예나가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언뜻 일찍 죽은 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녀의 비운의 딸도 미인박명이고, 비운의 외손녀도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외할머니……."노부인의 어깨에 기댄 도예나는 잠시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이 세상에 아직도 그녀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노부인 한 사람뿐이다…….그녀는 해외의 아주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노부인은 사람을 보내 그녀를 찾아냈고 자주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권했다.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서씨 가문에서 외할머니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은 자기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돌아오는 것을 계속 지체하였다……."얘들이 바로 제훈이와 수아구나. 정말 이쁘게도 생겼네."노부인은 허리를 굽혀 두 아이의 얼굴을 만졌다.도제훈은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말했다. "외증조할머니."반면에 도수아는 경계 태세를 갖추면서 한 발짝 물러섰다. 예쁜 얼굴에는 싸늘함이 가득했다.두 아이의 사연을 잘 알고 있는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의사에게 연락했으니 며칠 뒤 수아를 데리고 한번 다녀와."도예나는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았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을 데리고 노부인을 따라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서씨 가문의 식구는 전부 거실에 모여있었다.이곳은 서씨 가문에서 대대적으로 전해져 내려온 집터로, 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직계 가족뿐이다. 즉 도예나의 외삼촌, 외숙모들 그리고 사촌 형제들까지."엄마, 할머니 오늘 왜 우리를 집으로 부르셨대요?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서슬기는 귀찮은 듯이 투덜거렸다.그녀는 도예나의 큰 사촌 언니로서 올해 28살이다. 일찍이 시집을 갔지만 오늘 할머니가 꼭 집으로 돌
"외할머니, 나 이번에 서씨 가문과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귀국했어요."도예나는 들고 있던 가방을 열어 서류를 꺼냈다.그녀는 서류를 책상 위에 놓고 차분하게 말했다. "나 프로그래밍 전공했고 해외에 있는 4년 동안 하버드에 진학해 스마트 칩을 연구 개발했어요. 아직 출시 전이라 협력업체를 찾고 있는데 서씨 가문과 함께하고 싶어요.""쳇, 도예나, 큰소리를 치기는. 네 한마디 말만으로 우리 서씨 가문이 너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서슬기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서씨 가문은 성남에서 서열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야. 얼마나 많은 회사가 우리와 협력하고 싶다고 부탁하는지 알기나 해! 그런 사람들에게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너랑 협력해야 한다고? 무슨 근거로?"노부인이 입을 열려고 할 때 서태형이 말을 가로챘다.서씨 가문의 큰외삼촌 서태형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말했다. "어머니, 나나는 내 조카예요. 저도 이 아이를 아끼는데 회사 일은 아낀다고 한발 물러서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서씨 그룹은 아주 힘들게 인터넷 스마트 제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나나 때문에 규칙을 어겨서는 안 될 것 같아요.""서씨 그룹은 거액을 들여 해외에서 스마트 칩을 인수해 곧 생산에 들어가는데 왜 네 말 한마디로 협력업체를 바꿔야 해?""내가 보기엔 도예나는 이번 협력을 통해 할머니께 돈을 달라는 것이 틀림없어. 너무 티 나지 않아?""이미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와서 뭘 하겠다고?""할머니가 그렇게 애지중지하시니 유언장에 꼭 쟤 이름도 적혀있을 거예요......""도씨 성을 가진 사람이 무슨 낯으로 이런 말을 해. 그해에 그렇게 많은 추잡한 일들을 벌이고……. "서씨 가문의 식구들은 제각기 의견을 내놓았다. 줄곧 집안싸움을 하던 몇몇 사람들이 모처럼 의견을 통일하였다.4년 동안 기다린 외손녀가 어렵게 돌아왔는데 한집 식구들에게 이렇게 박대당하니 노부인은 이마에 핏줄이 설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노부인이 입을 열기
서슬기의 말이 떨어지자 수많은 매서운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가장 차갑고 매서운 것은 노부인이다. 그 눈빛은 짙은 경고와 불만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렇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서슬기는 분명 노부인이 휘두른 지팡이에 맞았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달갑지 않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실수로 주태우의 발을 밟아 주태우는 아파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서슬기는 화가 난 듯 따귀 한 대를 때렸다. "울긴 왜 울어, 누가 죽었어?"대여섯 살의 주태우는 흐느끼면서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엄마 나빠, 엄마는 마귀할멈이야. 나 이제 엄마 싫어!"원래 기분이 언짢았던 서슬기는 주태우의 말에 체면이 깎이는 것 같아 또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두 사람은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노부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나나야, 계약을 마치면 나와 같이 서재로 가서 좀 앉자."도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약서에 사인한 후 허리를 굽혀 말했다."제훈이 동생을 잘 지켜, 엄마 금방 나올게."도제훈은 애어른과 같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동생은 나한테 맡기고 안심하세요."도예나는 당연히 안심했다.근 1, 2년 동안 도제훈이 철이 든 후로 도수아는 줄곧 도제훈이 돌봐 주었다.도예나는 해외에 있었을 때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일은 신경 쓸 수가 없었다.가끔 낮에 도예나가 출근하면 도제훈이 집에서 도수아를 아주 세심하게 보살폈다. 겨우 4살밖에 안 되는 도제훈은 오빠가 되는 법을 일찍 배웠다.도예나는 노부인을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나나야, 이 4년 동안 고생 많았어."노부인은 도예나의 손을 잡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4년 전에 나는 줄곧 네가 홧김에 가출하여 숨어버렸다고 생각했지. 도진호 그 개자식이 너를 꼬박 8개월 동안 가두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어. 나나야, 도씨 가문은 네가 죽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후, 너한테 있던 주식을 네 이복동생 도설혜에게 넘겼어. 지금 네가 살아 돌아온 이상, 그 주식 반드시 원래대로
일촉즉발의 시간.누군가 뜨거운 물 한 잔을 마침 서슬기의 가슴에 뿌렸다.그녀는 뜨거워서 펄쩍 뛰었고 도수아의 따귀도 때리지 못했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뜨거운 물을?!"화가 난 서슬기는 씩씩거리며 아래를 보았다. 그곳에는 빈 잔을 들고 있는 도제훈이 보였다.그녀는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듯 도제훈에게 다가가 옷깃을 잡고 따귀를 때리려고 했다.바로 이때!도예나는 높이 휘두른 서슬기의 손목을 낚아챘다. 서슬기는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내가 없는 틈을 타 내 아이들을 괴롭혀?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데 교양이 없는 건 여전하네."도예나는 서슬기의 손을 뿌리치고는 허리를 굽혀서 도제훈과 도수아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서슬기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오장육부가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도수아를 가리키며 노발대발했다."네 딸이 내 아들 뺨을 때렸으니까 나한테 맞던지, 아니면 네가 직접 때리든지, 알아서 해!"도예나가 고개를 돌려보니 주태우의 얼굴에 손자국이 보였다.하지만 도수아는 누구를 먼저 괴롭히는 성격이 아니다."엄마, 수아랑 상관없어요." 도제훈이 입을 열었다."주태우가 먼저 수아를 벙어리라고 욕하고 침을 뱉었어요."도제훈은 자책하며 말했다.방금 도진호가 도제훈을 불러 칩에 관한 일을 물어봤다. 자리를 비운 지 5분도 안 되었는데 그사이 도수아가 괴롭힘을 당했다.도제훈은 자기의 잘못으로 도예나가 속상해할까 봐 자책했다.도제훈의 말을 들은 도예나는 화가 올라왔다.그녀가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두 아이를 사생아라고 욕하는 것이고, 둘째는 도수아의 아픔을 비웃는 것이다.그리고 서슬기는 이 두 가지 금기를 모두 건드렸다."짜악!"맑은 따귀 소리가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서슬기는 눈을 크게 떴다."미친년이 감히 나를 때리다니, 죽여버릴 거야!"그녀는 조금도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시장 아줌마들처럼 돌진하여 도예나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도예나는 쌀쌀한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
도예나는 이번에 개발한 칩을 서씨 그룹의 제품 프로그램에 끼워 넣으려고 서씨 그룹에 갔다.기사는 차를 운전하고, 그녀와 두 아이는 뒷좌석에 탔다."제훈이는 이따가 수아랑 휴게실에서 놀고 있어. 엄마가 일 다 보면 데리러 갈게. 알았지?"도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수아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당하지 않게 내가 지켜줄 테니 안심하고 일하러 가세요.""예뻐라."도예나는 도제훈의 머리를 쓰다듬고 또 도수아의 얼굴에 뽀뽀했다.도수아의 예쁜 얼굴은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같다. 도예나은 참지 못하고 딸의 얼굴을 꼬집었다."엄마, 왜 몰래 수아 괴롭혀요?"도제훈은 다급히 말렸다.도제훈에게 현장을 잡힌 도예나는 뻘쭘해서 말했다."콜록, 수아 너무 귀엽잖아. 참지 못하고 그만..."갑자기!차가 급정거했다.뒷좌석의 세 사람은 동시에 차 의자에 머리를 박았다.그러더니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죄송합니다, 아가씨. 앞 차를 들이받은 것 같습니다. 바로 내려가서 처리하겠습니다."기사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 뒤 차 문을 열고 내려갔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살펴보았지만 둘 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그러나 멍하니 있던 수아가 갑자기 차 문손잡이를 잡고 밖으로 힘껏 밀었다.차 문이 비스듬히 열렸다."수아, 여긴 도로야. 차 문 열면 안 돼." 도예나는 차 문을 다시 닫았다.하지만 도수아는 또다시 차 문을 열었다.도예나가 눈치 못 챈 틈을 타서 도수아는 허리를 굽히고 차에서 뛰쳐나갔다.앞 차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내려왔다.보기만 해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남자다. 검은색 슈트를 입은 남자는 피지컬이 좋았으며 찌푸린 미간으로는 차가움이 보였다.서씨 가문의 기사는 처음 보는 남자에게 기가 눌려버리고 말았다.이 남자의 카리스마는 서씨 가문의 가주인 서태형보다 훨씬 더 강했다.기사는 전전긍긍하며 말했다."저의 불찰이니 책임질게요. 혹시......"강현석의 표정은 빙산의 얼음처럼 차가웠다.강현석의 옆에는 보통 기사가 동행했지만 하필 오늘 기사가 중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