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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외할머니, 나 이번에 서씨 가문과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귀국했어요."

도예나는 들고 있던 가방을 열어 서류를 꺼냈다.

그녀는 서류를 책상 위에 놓고 차분하게 말했다. "나 프로그래밍 전공했고 해외에 있는 4년 동안 하버드에 진학해 스마트 칩을 연구 개발했어요. 아직 출시 전이라 협력업체를 찾고 있는데 서씨 가문과 함께하고 싶어요."

"쳇, 도예나, 큰소리를 치기는. 네 한마디 말만으로 우리 서씨 가문이 너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서슬기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서씨 가문은 성남에서 서열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야. 얼마나 많은 회사가 우리와 협력하고 싶다고 부탁하는지 알기나 해! 그런 사람들에게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너랑 협력해야 한다고? 무슨 근거로?"

노부인이 입을 열려고 할 때 서태형이 말을 가로챘다.

서씨 가문의 큰외삼촌 서태형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말했다. "어머니, 나나는 내 조카예요. 저도 이 아이를 아끼는데 회사 일은 아낀다고 한발 물러서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서씨 그룹은 아주 힘들게 인터넷 스마트 제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나나 때문에 규칙을 어겨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서씨 그룹은 거액을 들여 해외에서 스마트 칩을 인수해 곧 생산에 들어가는데 왜 네 말 한마디로 협력업체를 바꿔야 해?"

"내가 보기엔 도예나는 이번 협력을 통해 할머니께 돈을 달라는 것이 틀림없어. 너무 티 나지 않아?"

"이미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와서 뭘 하겠다고?"

"할머니가 그렇게 애지중지하시니 유언장에 꼭 쟤 이름도 적혀있을 거예요......"

"도씨 성을 가진 사람이 무슨 낯으로 이런 말을 해. 그해에 그렇게 많은 추잡한 일들을 벌이고……. "

서씨 가문의 식구들은 제각기 의견을 내놓았다. 줄곧 집안싸움을 하던 몇몇 사람들이 모처럼 의견을 통일하였다.

4년 동안 기다린 외손녀가 어렵게 돌아왔는데 한집 식구들에게 이렇게 박대당하니 노부인은 이마에 핏줄이 설 정도로 화가 났다.

그러나 노부인이 입을 열기도 전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제훈은 원래 조용한 아이였다.

하지만 엄마가 포위공격을 당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가?

어린아이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서더니 서태형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외 외종 할아버지, 실례지만 서씨 그룹의 스마트 칩은 안덕 회사에서 생산한 MCP12인가요?"

서태형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저는 이것도 알고 있어요. 이 칩은 사용할 때 매끄럽긴 하지만 기능이 완벽하지 않아 많은 지령을 실행하지 못해요. 하지만 AMP1, RIWE-34 이 두 개의 프로세서용 기판을 사용하면 칩의 기능이 훨씬 제고되는데……." 도제훈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만약 서씨 그룹이 스마트 시장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싶으시다면 이 칩을 택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거예요."

그는 겨우 네 살이라 사람들 속에 있어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도제훈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색이 달라졌다.

서씨 그룹에서 근무하지 않는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할 수 있지만 서태형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말한 모든 의견은 전부 비서들을 통해 들은 적 있는 견해들이었다. 개진할 생각도 해봤지만 스마트 시장이 아직 일어서는 초반 단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다국적 그룹의 대기업이라 해도 완벽한 스마트 칩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그러기에 서씨 그룹은 당연히 그럭저럭 만족하는 것에 그쳤다.

서태형은 경멸의 눈초리를 거두고 물었다. "너, 네가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알고 있어?"

본인은 네다섯 살 때까지만 해도 모래를 가지고 놀았고, 당연히 스마트 칩이 뭔지도 몰랐으며, 더구나 이렇게 복잡한 명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우리 엄마가 가르쳐 주셨어요!" 도제훈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하버드 교수님은 우리 엄마를 칩 천재라고 불렀어요. 우리 엄마와 협력하신다면 외 외종 할아버지는 아주 땡잡은 거예요."

도예나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천재성을 논한다면, 오히려 도제훈이 더 해당한다.

이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는데, 겨우 네 살 때 이미 해커 고수로 되었다.

그녀가 성공적으로 이 칩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도제훈의 도움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순조롭지 못했을 것이다.

도예나는 계약서를 건네며 차분하게 말했다. "큰외삼촌, 먼저 계약서에 명시된 칩에 대한 소개부터 읽어봐 주세요."

서태형은 복잡한 마음으로 계약서를 펼쳤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서씨 그룹에서 3개월 동안 백여 명 이상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연구 개발했어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도예나는 쉽게 해결했다.

만약 그녀가 연구 개발한 스마트 칩이 정말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라면 서씨 그룹은 스마트 시장에서 아주 빠르게 도약할 수 있다!

"나나야, 너의 이 칩 말이다. 다른 회사와도 얘기 나눴어?"

서태형은 기쁨을 억누르며 물었다.

도예나의 목소리는 일관되게 차가웠다. "아직은요."

"나나야, 지금 당장 계약서에 사인할게!" 서태형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것처럼 당장 펜을 가지고 오라고 지시했다.

일련의 상황을 보던 서슬기는 눈을 부릅떴다. "아빠, 미쳤어요? 도예나와 이 근본 없는 꼬맹이가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일부러 아빠를 속이고 있다는 걸 모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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