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기의 말이 떨어지자 수많은 매서운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가장 차갑고 매서운 것은 노부인이다. 그 눈빛은 짙은 경고와 불만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렇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서슬기는 분명 노부인이 휘두른 지팡이에 맞았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달갑지 않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실수로 주태우의 발을 밟아 주태우는 아파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서슬기는 화가 난 듯 따귀 한 대를 때렸다. "울긴 왜 울어, 누가 죽었어?"대여섯 살의 주태우는 흐느끼면서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엄마 나빠, 엄마는 마귀할멈이야. 나 이제 엄마 싫어!"원래 기분이 언짢았던 서슬기는 주태우의 말에 체면이 깎이는 것 같아 또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두 사람은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노부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나나야, 계약을 마치면 나와 같이 서재로 가서 좀 앉자."도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약서에 사인한 후 허리를 굽혀 말했다."제훈이 동생을 잘 지켜, 엄마 금방 나올게."도제훈은 애어른과 같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동생은 나한테 맡기고 안심하세요."도예나는 당연히 안심했다.근 1, 2년 동안 도제훈이 철이 든 후로 도수아는 줄곧 도제훈이 돌봐 주었다.도예나는 해외에 있었을 때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일은 신경 쓸 수가 없었다.가끔 낮에 도예나가 출근하면 도제훈이 집에서 도수아를 아주 세심하게 보살폈다. 겨우 4살밖에 안 되는 도제훈은 오빠가 되는 법을 일찍 배웠다.도예나는 노부인을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나나야, 이 4년 동안 고생 많았어."노부인은 도예나의 손을 잡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4년 전에 나는 줄곧 네가 홧김에 가출하여 숨어버렸다고 생각했지. 도진호 그 개자식이 너를 꼬박 8개월 동안 가두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어. 나나야, 도씨 가문은 네가 죽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후, 너한테 있던 주식을 네 이복동생 도설혜에게 넘겼어. 지금 네가 살아 돌아온 이상, 그 주식 반드시 원래대로
일촉즉발의 시간.누군가 뜨거운 물 한 잔을 마침 서슬기의 가슴에 뿌렸다.그녀는 뜨거워서 펄쩍 뛰었고 도수아의 따귀도 때리지 못했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뜨거운 물을?!"화가 난 서슬기는 씩씩거리며 아래를 보았다. 그곳에는 빈 잔을 들고 있는 도제훈이 보였다.그녀는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듯 도제훈에게 다가가 옷깃을 잡고 따귀를 때리려고 했다.바로 이때!도예나는 높이 휘두른 서슬기의 손목을 낚아챘다. 서슬기는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내가 없는 틈을 타 내 아이들을 괴롭혀?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데 교양이 없는 건 여전하네."도예나는 서슬기의 손을 뿌리치고는 허리를 굽혀서 도제훈과 도수아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서슬기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오장육부가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도수아를 가리키며 노발대발했다."네 딸이 내 아들 뺨을 때렸으니까 나한테 맞던지, 아니면 네가 직접 때리든지, 알아서 해!"도예나가 고개를 돌려보니 주태우의 얼굴에 손자국이 보였다.하지만 도수아는 누구를 먼저 괴롭히는 성격이 아니다."엄마, 수아랑 상관없어요." 도제훈이 입을 열었다."주태우가 먼저 수아를 벙어리라고 욕하고 침을 뱉었어요."도제훈은 자책하며 말했다.방금 도진호가 도제훈을 불러 칩에 관한 일을 물어봤다. 자리를 비운 지 5분도 안 되었는데 그사이 도수아가 괴롭힘을 당했다.도제훈은 자기의 잘못으로 도예나가 속상해할까 봐 자책했다.도제훈의 말을 들은 도예나는 화가 올라왔다.그녀가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두 아이를 사생아라고 욕하는 것이고, 둘째는 도수아의 아픔을 비웃는 것이다.그리고 서슬기는 이 두 가지 금기를 모두 건드렸다."짜악!"맑은 따귀 소리가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서슬기는 눈을 크게 떴다."미친년이 감히 나를 때리다니, 죽여버릴 거야!"그녀는 조금도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시장 아줌마들처럼 돌진하여 도예나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도예나는 쌀쌀한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
도예나는 이번에 개발한 칩을 서씨 그룹의 제품 프로그램에 끼워 넣으려고 서씨 그룹에 갔다.기사는 차를 운전하고, 그녀와 두 아이는 뒷좌석에 탔다."제훈이는 이따가 수아랑 휴게실에서 놀고 있어. 엄마가 일 다 보면 데리러 갈게. 알았지?"도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수아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당하지 않게 내가 지켜줄 테니 안심하고 일하러 가세요.""예뻐라."도예나는 도제훈의 머리를 쓰다듬고 또 도수아의 얼굴에 뽀뽀했다.도수아의 예쁜 얼굴은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같다. 도예나은 참지 못하고 딸의 얼굴을 꼬집었다."엄마, 왜 몰래 수아 괴롭혀요?"도제훈은 다급히 말렸다.도제훈에게 현장을 잡힌 도예나는 뻘쭘해서 말했다."콜록, 수아 너무 귀엽잖아. 참지 못하고 그만..."갑자기!차가 급정거했다.뒷좌석의 세 사람은 동시에 차 의자에 머리를 박았다.그러더니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죄송합니다, 아가씨. 앞 차를 들이받은 것 같습니다. 바로 내려가서 처리하겠습니다."기사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 뒤 차 문을 열고 내려갔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살펴보았지만 둘 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그러나 멍하니 있던 수아가 갑자기 차 문손잡이를 잡고 밖으로 힘껏 밀었다.차 문이 비스듬히 열렸다."수아, 여긴 도로야. 차 문 열면 안 돼." 도예나는 차 문을 다시 닫았다.하지만 도수아는 또다시 차 문을 열었다.도예나가 눈치 못 챈 틈을 타서 도수아는 허리를 굽히고 차에서 뛰쳐나갔다.앞 차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내려왔다.보기만 해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남자다. 검은색 슈트를 입은 남자는 피지컬이 좋았으며 찌푸린 미간으로는 차가움이 보였다.서씨 가문의 기사는 처음 보는 남자에게 기가 눌려버리고 말았다.이 남자의 카리스마는 서씨 가문의 가주인 서태형보다 훨씬 더 강했다.기사는 전전긍긍하며 말했다."저의 불찰이니 책임질게요. 혹시......"강현석의 표정은 빙산의 얼음처럼 차가웠다.강현석의 옆에는 보통 기사가 동행했지만 하필 오늘 기사가 중병에
도예나는 그 남자가 강현석이라고 확신했다.‘왜 아니라고 한 걸까?’그녀는 조금 전에 발생한 일을 다시 곱씹더니 얼굴이 굳어졌다.‘강현석 씨 설마 내가 수아를 이용해 자기한테 접근했다고 생각한 거야?’‘사람이 저렇게 나르시시즘에 빠져도 돼?’도예나는 이미지고 뭐고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품속의 도수아를 보았다. 수아의 시선은 강현석의 차에서 떠나지 않았다.그녀는 도수아의 의외의 행동이 의아했다."수아야, 아까 아저씨 알아?"하지만 도수아는 그녀의 질문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차가 도로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수아는 시선을 돌려 순순히 도예나의 목을 안았다.도예나는 기사의 손등을 보며 자책했다."죄송해요. 수아가 초조하면 사람을 물어요. 일단 함께 병원에 가서 약이라도 발라야 할 것 같아요..."기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이가 사람을 무는 게 정상이죠. 우리 아들도 자주 물어요. 괜찮아요, 아가씨. 빨리 차에 타시죠."도예나는 깊은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줄곧 도수아의 이 버릇을 고쳐주려고 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차는 계속 달리다가 이내 서씨 그룹의 입구에서 멈췄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휴게실로 데려온 뒤 도제훈에게 도수아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고 사무실로 향했다.오늘 그녀와 함께 제품 프로그램에 칩을 끼워 넣을 사람은 서씨 가문 큰 사촌 오빠 서지우이다.서지우는 8살 때부터 해외로 유학하러 갔고 매년 많아야 한 번 귀국했다. 도예나는 4년 전에도 그와 별로 친하지 않았다.그러나 서지우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서씨 가문 십여 명의 또래 중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없었다."나나야, 일단 코드부터 보여 줘."서지우는 사업가답게 만나자마자 일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도예나도 세심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하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곧 한 페이지의 코드가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서지우도 프로그래밍 전공이다.그는 스크린에 있는 일련의 코드
누군가 응접실의 문을 열었다.화이트 핑크의 정장을 입은 여자가 여유 있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까맣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빗어넘기고 옅은 화장이지만 빨간 입술의 예쁜 여자였다."서씨 그룹 점점 더 오만해지네요. 감히 파트너를 30분 가까이 내버려 두다니..."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머리를 돌린 도설혜는 갑자기 하던 말을 멈췄다.그녀는 여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 여자의 눈썹과 눈, 그리고 얼굴의 윤곽선은 도예나과 완전히 똑같다.‘근데!도예나는 4년 전에 죽은 거 아니었어?화재 아니면 강에 뛰어들어 자살했다고 했는데!왜...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너... 너... 사람이야 귀신이야?"도설혜는 창백한 얼굴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직접 도예나를 죽인 건 아니지만, 도예나는 분명 그녀 때문에 죽었다. 4년 전 그녀는 이 일로 자주 악몽을 꾸었다.꿈에서 도예나는 늘 귀신이 되어 그녀를 찾아와 목숨을 갚으라고 했다."내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귀신이었으면 좋겠어?"도예나는 터벅터벅 걸어들어와 아무렇지 않은 듯 소파에 앉았다.그녀의 차가운 웃음, 쌀쌀한 눈빛은 도설혜를 얼어붙게 했다.도예나는 매서운 눈빛으로 도설혜를 노려보았다."너, 너 안 죽었어!" 도설혜는 놀라움에 몸서리를 쳤다."너 살아있었어! 도예나, 너 왜 아직도 살아있어!"출산하는 날 대출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큰 화재도 불구하고,강에 투신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죽지 않았다!‘이 천박한 년이, 왜 이렇게 목숨이 질긴 거야!’"왜? 실망했어?"도예나가 여유롭게 말했다."우리 친자매잖아. 내가 살아 돌아온 게 기쁘지 않아?"그녀는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고 예리한 눈빛으로 도설혜를 노려보았다.갑자기 도설혜의 머릿속에는 강세윤의 모습이 떠올랐다.도예나의 표정은 강세윤과 완전히 똑같았다!만약 강세윤과 도예나가 만나게 된다면...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도설혜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애써 자기의 손바닥을 꼬집으면
도예나가 살아 돌아오니 도설혜은 자기가 서씨 그룹에 온 목적을 잊어버렸다.그녀는 다급히 서씨 그룹을 떠났다.1층 휴게실에서 도제훈의 시선이 도설혜의 뒷모습으로 향했다.도제훈은 도설혜가 도예나의 이복동생이고 4년 전 도혜나를 궁지로 몰아 해외로 도망가다시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도설혜, 바로 그 도씨 가문의 후계자?’흥!도제훈은 코웃음을 쳤다.이내 도제훈은 머리를 돌려 휴게실에 놓여 있는 컴퓨터를 보더니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도수아는 카펫에 앉아 그림책을 보느라 도제훈의 움직임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완전히 자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도제훈은 컴퓨터를 켰다. 비록 사양이 좀 낮긴 했지만 작은 수작을 부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도제훈의 길쭉한 손가락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자 컴퓨터 화면이 파란색으로 변하더니 코드가 한 줄 한 줄 나왔다.도예나는 코딩 고수이다.그리고 도제훈은 코드를 해독하는 고수, 해커이다.도제훈은 도씨 그룹의 웹사이트를 쉽게 공략했다.그는 사이트의 모든 고객 자료를 복사한 후에 해외 사이트에 공개해 버렸다.곧이어 도제훈은 부호 하나를 약간 수정했다.도씨 그룹의 홈페이지는 바로 터져버렸다.인터넷 시대에 한 대기업의 공식 홈페이지가 터진다는 것은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했다.도씨 그룹에서 시스템을 고장 처리하기도 전에 해외에서 소식이 전해져 왔다.모든 고객의 명단이 유출되었다!도씨 그룹의 주가는 30분 만에 10포인트 하락했다.도제훈은 한가로이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면서 냉소를 지었다.이것은 단지 작은 응징일 뿐.다시 도예나를 건드린다면, 도제훈은 도씨 가문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불현듯.보송보송한 머리 하나가 다가왔다.도제훈이 고개를 돌리자 도수아가 어느새 그의 곁에 다가왔다.도수아의 동그란 두 눈은 초롱초롱한 것이 마치 맑은 샘물 같다.도수아의 두 눈은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도제훈은 경제 뉴스는 지루하다는 듯이 컴퓨터 스크린
이른 봄의 아침 공기는 약간 쌀쌀했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노부인에게 맡겨 직접 돌보게 하고서야 묘원으로 출발했다.그녀가 외출하자마자 뒤에서 도제훈의 목소리가 들렸다."엄마, 오늘 외출할 때 반드시 조심해요."도제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도제훈은 왠지 모를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도예나는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엄마 일 끝나면 바로 돌아올 거야."그녀는 도제훈이에게 묘원에 간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그 두 아이에 관한 것은 그녀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이었다.도제훈에게 두 형이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도예나는 노부인이 준비해 준 차로 움직였다.묘원은 성남시의 가장 외진 교외에 있었다. 도예나는 한 시간을 넘게 운전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검은색의 긴 치마를 입은 도설혜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언니, 드디어 왔네..."도설혜는 가증스럽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차갑게 말다."안내해.""언니, 혹시 혼자 왔어?"도설혜가 느릿하게 말했다."아니면?"도예나는 싸늘하게 반문했다.그녀가 성남을 떠난 지 4년 만에 모든 인맥이 끊어졌다.유일하게 그녀를 지켜주고 있는 사람은 노부인뿐인데, 그녀는 노부인을 이런 곳에 모셔 와서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도설혜는 음모를 숨기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언니, 우리는 언니가 죽은 줄 알고 아이들 옆에 언니 묘비까지 세웠지 뭐야... 언니가 떠나간 이후로 아빠는 매일 눈물을 흘리셨어. 어제저녁에 아빠한테 언니가 아직 살아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시던지...""그래? 저렇게 좋아하셨는데 왜 오늘 너랑 같이 날 만나러 오지 않았대?"도예나는 단번에 도설혜의 거짓말을 폭로했다.도설혜는 표정이 잠시 굳어졌지만 여전히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어젯밤 아빠가 너무 흥분하여 혈압이 오르다 보니 아침 일찍 병원에 가셨어... 아빠가 언니를 보고 감
도설혜는 도예나가 갑자기 뒤 돌아설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자기의 목을 조를 거라는 것은 더욱 예상치 못했다."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이 손 놔!"도설혜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도예나는 도설혜의 목을 조른 손에 천천히 힘을 주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네가 사람을 데리고 올 줄은 몰랐는데?""나 그런 적 없어!" 도설혜는 한사코 부인했다.그때,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던 도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도설혜가 제압당한 것을 발견하곤 바로 달려 나와 두 사람을 포위했다.도예나가 쓱 훑어보니 대략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도예나를 죽이기 위해 도씨 가문에서 이리도 많은 사람을 보내다니, 정말 신경을 많이 쓰긴 쓴 모양이다.비록 4년 동안 해외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한 태권도를 배웠다고는 하지만 동시에 이 많은 경호원을 상대할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도예나는 몸을 홱 돌려 오른팔로 도설혜의 목을 감았다.그녀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내가 나타나자마자 내 목숨을 노려? 내가 후예자 자리라도 빼앗을까 겁나?"한편 목을 졸린 도설혜는 하마터면 그 고통에 기절할 뻔했다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도예나, 너 미쳤구나, 감히 내 목을 졸라, 죽고 싶어 환장했어?""4년 전에 난 이미 네 손에 한 번 죽었어. 그런데 이번에도 내가 꼼짝 못 하고 당하고 있을 것만 같아?" 도예나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이 짙게 배어 있었다. "네가 그렇게 도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신경 쓰니 내가 반드시 빼앗아 와서 소중한 걸 빼앗기는 기분을 알게 해줄게!"도설혜의 가슴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도예나는 더는 4년 전의 도씨 가문의 천방지축인 큰 아가씨가 아니다.문뜩 도설혜는 도예나가 진짜 도씨 가문 후계자 신분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만약, 이 천한 년이 그 두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다면, 그렇다면...’도설혜는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힌